고함 20의 이번 기획 ‘대학생과 음악’에서는 음원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TOP100 등은 잠시 외면하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음악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먼저 만나볼 음악 장르들은 알고는 있으나 듣지는 않는, 국악과 클래식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국악 또는 클래식을 접할 일이 얼마나 있는가? 아마도 당신은 수년 전 또는 수 십 년 전, 고등학교 음악실에서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쿵기덕 쿵덕덕’을 친구들과 합창했을 것이다. 또는 감상 시험을 위해 드뷔시의 <달빛>이나 베토벤의 <월광> 등의 첫 부분을 달달 외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드뷔시의 음악을 감상해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또 국악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 감동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흔쾌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에 얼마나 될까.
그래서 오늘은, 색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국악과 클래식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국악

조선시대까지는 온 국민들이 즐겨왔던 국악이 현대에 와 빛을 잃게 된 데에는 슬픈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문화 말살 정책 중 하나로 궁중 음악과 굿 등을 모두 금지하게 되면서, 민중들은 우리 음악을 향유할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우리 문화를 되찾으려는 노력 대신 고속 성장 주의와 서양 문화의 유입 등으로 국악이 비주류로 밀려나게 되었으며,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빠른 비트와 현란한 멜로디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들에게 전통 음악은 아무리 우리 것이라 해도 생소하고 따분할 수 있다. 이렇게 비주류로 밀려난 국악을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몇몇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타루’는 판소리와 탈춤 등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뮤지컬을 창작하는 국악뮤지컬 창작 집단으로, 우리 삶과 멀어진 국악을 오늘날의 새로운 감각으로 재창조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타루’는 판소리 용어로 ‘기교’라는 뜻이다. 판소리에서 넘쳐서도 부족해서도 안 되는 기교, 즉 중용과 중도의 미를 지키는 것이 ‘타루’의 철학이라고 한다. ‘낙성대 타루콘서트’의 줄임말인 ‘낙타콘서트’는 최근까지도 25회째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국악의 품위를 잃지 않고 그 매력과 가능성을 실험하는 그들의 다양한 시도를 기대한다. 타루와 낙타 콘서트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http://www.taroo.com/을 참조하면 된다.


기획사의 프로모션이나 활동 형태, 멤버들의 외모 등이 걸그룹과 다를 바 없는 국악그룹 미지도 눈에 띈다. 해금, 가야금, 대금, 소금, 피리 등을 담당하는 8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미지는 기존의 크로스오버 국악, 국악의 세션 참여 등을 뛰어넘어 현대적인 멜로디나 가사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로 데뷔했다. 유명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그들의 앨범 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들리는 그들의 연주는 ‘국악 걸그룹’ 미지의 행보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다양한 국악 공연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공연은 매년 가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가을엔 국악을 듣겠어요> 행사다. 덕수궁 죽조당 앞뜰에서 가을바람과 함께 감상하는 국악은 직접 듣지 않고서는 글로 표현할 수도 없는 낭만 그 자체다. 국악이 어렵고 따분하다고만 느꼈던 이들에게는 훌륭한 연주 뿐 아니라 저명한 국악 평론가들의 쉬운 해설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젊은 뮤지션들의 당찬 도전을 등에 업은, 클래식


아직도 ‘클래식’하면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만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몇백 년 전의 고전 음악들을 놀라운 감각으로 해석하고 읽어내는 젊은 연주가들이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지용, 더블 베이시스트 성민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등이다. 이들은 모두 20대 초중반의 촉망받는 클래식 뮤지션들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악기에 두각을 나타내어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촉망받는 젊은 뮤지션들이 뭉쳐 만들어 낸 프로젝트 그룹 ‘앙상블 디토’는 클래식계의 F4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첼리스트 패트릭 지,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피아니스트 지용이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자니 리와 패트릭 지는 탈퇴한 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 팬들에게 실내악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 리처드 용재 오닐의 주도로 시작했다는 이 프로젝트는 4년 째 기대 이상의 인기로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클래식은 고급이고, 대중음악과는 다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전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2010년 8월호 PAPER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지금의 고전이 당시에는 베스트셀러였고, 대중문화였다. 당시에는 대중문화와 귀족문화가 상응했는데 지금은 순수예술이라고 해서 고전음악 따로, 대중음악 따로, 음악이 여러 갈래로 가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가 나름대로의 현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다. 바그너가 죽은 이후 그 계보를 잇는 작곡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시대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문화 충돌 때문이었다’는 것이 손열음의 생각이다. 이는 클래식 뮤지션들이 단순히 본래 존재하는 음악을 되풀이하기만 한다는 몇몇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악이나 클래식이 ‘과거의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이제 고정관념이자 편견이 되었다. 장르적 가치와 가능성을 알고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이 음악들을 이어나가려는 노력들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노력들에 주목하고 그 가능성을 알아봐 주는 것이다. 획일적인 음악에 지친 당신, 익숙하지만 새로운 장르인 국악, 클래식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