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 구리무‘ 아저씨가 북을 치면 동네 아이들이 먼저 모여들었다. 하늘 높이, 구름 같은 띠가 죽 이어져 나아가면 “야! 삐씨꾸다”라고 소리 질렀다. 제무시를 따라가면 할로카라메루를 던져 주기도 했다. 차 중에서 찌푸차가 가장 빠른 줄 알았다. “나 삐꾸 차 봤다.”고 자랑한 친구도 있었다. 원족 가는 날, 엄마가 다쿠앙고보를 넣은 노리마케오리벤또에 싸 주셨다. 엄마가 리쿠사쿠에 사이다를 한 병 넣어 주셨는데, 정말 닥상이었다. 빈 병으론 아이스케키랑 바꿔 먹을 수 있으니까. 한 아이가 부모를 따라서 하이야를 타고 창경원에 가서 야 사쿠라 구경을 한 이야기를 하자, 모두가 부러워하였다.


 – 이성복. 2007. <한국어 맛이 나는 쉬운 문장>. 세창미디어. 271면


50-60년대에 실제로 쓰였을 법한 문장들이다. 단어 대부분이 일본어, 즉 현재 관점으로는 외국어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모든 새로운 문화를 일본어로 접했으니 대신 표현할 한국어 낱말이 있을 리가 없고, 우리말 말살 과정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우리말’이었다. 그러나 마치 식민 지배를 갓 벗어난 이 시절처럼, 지금 우리는 외국어가 섞인 글을 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가 최근 식민 지배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

물론 서양 문물을 일본을 통해 받아들이면서 영어조차 일본식으로 말했던 과거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도 외국에서 들어온 개념이나 문화는 외국어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굳이 모든 외국어 표현을 한글로 바꿔 쓰는 것이 더욱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남발-어떤 말이나 행동 따위를 자꾸 함부로 함-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외국어 표현들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다. 남발이라는 말도 한자어 단어, 즉 본래는 외래어라고 바로 지적할 수 있을 만큼, 사실상 우리말이라는 범주는 규정하기가 매우 힘들다.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 언어에서 어떻게 한자를 빼놓고 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말’이 아니라, ‘외국어’이다.

우리말 : 우리나라 사람의 말. 곧,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를 아울러 우리말이라고 이른다.

고유어 : 우리나라 사람이 이제껏 써 왔거나 우리말에 맞게 지은 말.

외래어 :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 외국어 중에 여러 사람이 자주 사용하여 우리끼리 의사를 소통하는 데에 쓸 수 있을 만큼 우리말에 자리를 잡은 말. 

외국어 : 외국 사람들이 쓰는 말. 외국어 단어를 음역하여 한글로 적더라도 ‘외국어’이다.

사전 정의 상 ‘우리말’에 속해있는 외래어도 처음에는 외국어였을 것이다. 버스가 없던 시절, 버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한 ‘외국어’였을 것이고 그때 그 시절에 버스를 사각대차 따위로 바꿔서 부르자 했다면 우리는 지금쯤 버스가 아닌 사각대차를 타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렇듯 필요에 의한 단어 차용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글로도 충분한 표현을 굳이 외국어로 쓰는 것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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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8일 네이버 메인에 자리잡고 있는 언론사별 뉴스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외국어들


또한 말로는 세계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외국어들은 우리만의 또 다른 언어를 만들어 낼 위험이 크다. 실제로 goal ceremony라는 표현은 아예 없다. ceremony 대신 차라리 celebration이라고 해야 한다. 다른 말로는 깜짝 쇼가 훨씬 낫다. ‘스프링쿨러’는 없다. 스프링클러(sprinkler) 가 바른 철자이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리모콘(remocon)도 ‘remote control’을 줄여 만든 말 같지만 일본사람과 한국인만 사용하는 변방 영어, 비표준 엉터리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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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rish. 아시아인들이 영어의 ‘L’과 ‘R’을 명확히 구분해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된 신조어다. 주로 아시아 곳곳에서 발견되는 황당한 영어 사례들을 촬영해 올리는 ‘잉그리시’ 웹 사이트 (www. engrish. com)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명확한 정보기반도 없이 여기저기 흩뿌려지는 외국어는 분명 고쳐져야 할 문제이다. 설령 각종 외국어 표현들이 유행처럼 쓰이다가 언젠가는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한자어가 고유어를 표준어의 자리에서 밀어냈던 것처럼 외국어가 우리말을 밀어내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 한말글-우리 나라 말과 글(고유어)-에도 아름답고 실용적인 낱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검색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표준어로 등록이 되지 않아 한글 파일에서도 빨간 줄이 그어지는 우리나라의 고유어를 보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