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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금지에 관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청이 체벌 전면 금지를 선언할 당시 관훈 토론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기조 연설했다. ‘체벌 금지가 교육현장에서는 다소 급작스럽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충분한 논쟁이 있었고, 지난번에 ‘오장풍 사건’이라 칭하는 안타까운 체벌사고를 보면서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체벌금지는 폭력과 공포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교생활에서 민주주의와 상호존중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학생을 자치입법의 주인이 되게 하고, 학교를 타율과 통제가 아닌 자율과 책임의 장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체벌금지라는 역사적인 실천을 통해 앞으로 인권교육의 뿌리를 튼실하게 내리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 연합뉴스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선언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을 비롯한 여러 진보단체에서 동감 및 동조를 하고 있다. 교내 체벌은 하나의 폭력이고, 하나의 인권침해 행위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동시에 체벌 금지가 사라지면 교사와 학생이 서로 예와 믿음으로 대하고 이로 인해 그간 소통 부재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되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체벌 금지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에서는 체벌 금지 후 교권의 추락과 통제 불능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반대하고 있다. 교총에서 서울 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9%가 체벌 금지 후 교권이 떨어졌다고 응답했으며, 문화일보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99.5%가 체벌금지 이후 학생 지도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하는 등 대다수의 교사들이 체벌 금지를 반대하고 있다.

체벌 금지를 찬성하는 이들은 어떤 잣대로 그것을 환영하는 것인지, 또 반대하는 이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체벌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고집하는 것일까?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은 체벌의 정당성, 소통 부재, 교권 인정 이렇게 세 가지를 두고 크게 엇갈린다.

체벌 금지 찬성론자들은 교사와 학생이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학교를 이루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수평적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잘못된 것이라 주장 한다. 교사의 체벌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거나 수치심을 느낀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근거로 삼으며 체벌이 학생의 잘못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엇나가게 만들고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헤친다고 얘기한다. 체벌 금지 후 학생들의 탈선 관련 소식들이 증가한 것은 사회 이슈가 됨에 따라 뉴스가 늘어난 것이지 실제 탈선 횟수는 늘지 않았다며 서울시 교육청에서 집계한 교사에게 폭언 및 폭행으로 징계 받은 학생의 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체벌 금지를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론자들은 학생들이 잘못을 했을 경우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체벌이고 체벌을 위한 체벌, 이유 없는 체벌은 삼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 메스컴과 학생들이 일부 교사의 잘못된 체벌을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학생과 교사의 의사소통 부재는 체벌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서울시의 체벌금지 조치 후 일선 학교에서 교사-학생 간의 문제가 증가했고, 이와 관련하여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봤을 때 이를 교권의 추락이라 평가한다. 즉, 체벌은 교사가 잘못된 학생을 바로 잡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교육 실정 상 체벌 또는 간접 체벌이 아니고서는 학교 내 질서를 지킬 수 없다고 얘기한다.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학교의 평화와 사제지간의 예의범절과 신뢰를 중시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사안에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의견이 확연히 나눠지는 것은 그들이 같은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생각만을 주장하기에 급급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없는 것일까?

체벌 전면 금지를 찬성하는 대다수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교육 현장을 너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제 간의 예의가 사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찬성론자들은 선생님의 위상이 높았던 본인들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체벌이 없이도 얼마든지 학생 지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맞는 것은 부당하지만 학원에서는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 학생의 그릇된 행동을 지적했다고 다음 날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폭력을 가하는 학부모 등 학교의 위상과 교사의 권위가 추락한 것이 현실이다. 체벌마저 없어진다면 통제가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둘째, 일부 수치만 가지고 전체를 보려든다. 징계 통계가 전년 대비 늘지 않아서 체벌 금지와 교권 추락이 상관이 없다는 것은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다. 통계적인 수치만 보고 교육 현장에서 새로이 보고되는 각종 사건 사고가 체벌 금지와 상관없다는 편협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셋째, 확실한 보완책이 없단 것이다. 체벌 금지에 따라 교육청에서 제작한 학생 지도 매뉴얼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고 있다. 효과가 미미한 방안을 제시해 주고 교사에게 서한문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달라는 교육감의 자세가 어찌 옳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보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 교사의 수업권 보장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누가 더 힘이 세고 강한지 파악하여 그 사람을 따른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체벌을 금지함으로써 학생에 대한 교사의 장악력이 약해졌고 자연스레 수업 주도력이 떨어졌다. 찬성론자들은 교사의 본분인 수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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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체벌의 불가피함을 주장하는 대다수의 교사를 포함한 이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먼저, 인권이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는 것과 ‘인간은 그 자체로서 존엄성을 가진다.’는 것을 잊고 있다. 학생을 인간적으로 대하면 교사 역시 존중 받을 것이란 사실을 망각한다. 둘째, 학생도 생각 할 수 있다. 잘못을 이야기 했을 때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다. 즉, 학생은 교사와 동등한 인간이다. 어리다고 분별력이 없다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도 사고력이 있다. 셋째, 체벌 외에도 얼마든지 학생이 규정을 지키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체벌만을 고집하고 있다. 반성문, 벌 청소, 상/벌점제, 예절 교실, 학부모 상담 등 현재 시행중인 학교에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교육청에서 체벌을 대체할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도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 넷째, 교권 추락, 교육 현장 붕괴 등 일부 문제 학생들의 태도를 마치 전체인 양 확대 해석하고 있다. 서울 경제 신문이 하늘 교육과 함께 실시한 서울 지역 학생들 설문조사에서 ‘체벌 전면 금지 이후 면학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나.’ 란 질문에 11%가 좋아졌다, 60%가 이전과 변화가 없다고 응했다. 학생들은 교권이 추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벌의 효과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체벌로 순간적인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겠지만 해당 학생이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이 역시 효율적인 규제 수단이 될 수 없다. 또 어떤 경우에 체벌을 가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과 헌법에 명시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 없이 체벌 금지만을 위한 법이 존재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체벌 전면 금지를 두고 양측의 끝없는 논쟁은 이 둘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 모두 결과적으로는 교사와 학생이 상호 존중하며 예의를 지키는 민주적인 학교가 되길 바란다. 즉, 소모적인 찬반 논쟁보다는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단 것을 양측 모두 얘기하고 있다.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다. 교육에 관한 제도를 입법하고 시행하며 책임지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체벌 금지라는 방법론적인 제안보단 학생의 인권을 지키는 동시에 교사의 수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모두가 동의 가능한 새로운 교육 및 제도 모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하모니

    2011년 2월 8일 04:21

    담배피는 학생에게 빠따를 들면 체별…
    수업시간에 떠든 학생을 교실밖으로 퇴실시켜 학습권을 박달하는건 체벌이 아니다..
    라는 사고방식도 웃긴듯..
    체벌의 명확한 정의도 없이 폭력 vs 비폭력으로 몰고가니 답이 안나오는듯..

  2. 지오딘

    2011년 2월 21일 07:28

    논란이 있지만 체벌금지는 해야할 당위성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교육에 체벌이 있다는 자체가 이미 비교육적인 상황을 설정한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라 보거든요. 폭력이든 폭력이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체벌 그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는 것입니다. 체벌이 비교육적이라는 것은 전제가 아니라 그것은 팩트이고 이미 검증된 것이기에 우리는 당당하게 체벌금지를 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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