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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인터뷰, 체벌 금지는 인권존중의 시작

체벌 금지 조항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어떤 이들은 단순한 이상주의자들이 현실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체벌 금지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원 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체벌 금지 조항에 전면적인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이런 단체에 속해 있지 않은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중에서도 이 조항을 지지하는 이들은 매우 많다. 교육현장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이들을 두고 현실을 몰라서 그런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1월, 겨울방학을 맞아 자율보충학습이 한창이던 고등학교로 찾아가 체벌 금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교조 소속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체벌 조항을 포함한 인권조례 발표 이후, 실제 학교에서 큰 변화가 있었나요?

– 체벌조항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조례 발표 이후 우리학교에서 공청회가 있었는데, 공청회는 학생대표, 전문변호인, 학부모 대표, 교사대표, 학생부장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쟁점이 되었던 것은 교복 자율, 두발 자율, 휴대폰 소지, 이성 교제 등의 문제였고, 체벌은 전면금지라는 원칙이었기에 쟁점에서 아예 제외되었지요. 사실 점점 현장에서 체벌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체벌을 전면금지한다고 해서 그렇게 큰 충격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실제로 아직도 체벌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교사, 심지어 학생들도 있어요. 인권에 대한 인식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인거죠.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감수성, 의식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총 측에서는 체벌 조항 이후 교권의 붕괴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전교조 측에서는 전과 비교하여 징계횟수 등은 아무 변화가 없는 등 체벌 조항과 교권의 붕괴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반항이 아니라 과도한 행정업무, 교과부의 일방적 지침 등이라고 했습니다.

– 일단 교권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교사의 권리뿐만 아니라 교사의 권위의 문제까지 나아가서 볼 때, 체벌로 인해 유지되는 권위는 겉으로만 그런 복종관계를 만들어낼 뿐이에요. 이걸 선생과 학생 간의 정상적인 관계라고 볼 수는 없지요. 한 마디로 ‘죽은 권위’ 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교권과 학생권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고,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또한 넓게 보면 결국은 교권과 학생권이 모두 ‘인권’이라는 한 가지 핵심으로 귀결되지요. 실제로 체벌이 전면 금지되기 전에도,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 혹은 갈등 요인은 존재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체벌 조항의 실시 이후로 강화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교권의 문제는 학교라는 집단 자체의 구조적 문제, 또는 학교와 교육청 간의 문제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이번에 통과된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어, 학생인권조례의 체벌 전면 금지의 본 의도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또한 간접 체벌의 정도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여 오용될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그러나 과도기라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간접 체벌을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도 않을까요?

-사실, 많은 연구 자료에서 간접 체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이 교육적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체벌의 전면 금지 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공포에 가까운 예상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일선의 교사들이 더 잘 알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학교에서는 지각을 하면 교문 앞에 서 있게 한다던가, 운동장을 뛰게 한다던가 하는 간접체벌을 주는데요, 지각생은 전혀 줄지 않죠. 간접체벌을 하는 목적이 결국은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도록 하는 것인데, 실상 별 효과가 없다는 증거 아닐까요? 가르치다보면, 아이들이 잘못을 하는 이유는 대체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아요. 정말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의 그래요. 교사는 이러한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 또는 성장은 체벌이 아닌 꾸준한 관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게 교육의 목표죠.

학교 폭력과 같은 심각한 문제에도 체벌이 효과가 없을까요?

-그러한 문제는 체벌이 금지되기 이전에도 체벌 대신 교칙에 의한 징계(교내봉사, 정학, 퇴학 등)를 내렸습니다. 애초부터 체벌 조항과는 별 상관이 없는 문제였던 거죠.

그렇다면 실제 교육현장에 계시는 선생님으로써, 체벌의 자리를 대신할 보완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체벌은 일단 눈에 탁 드러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보이죠. 그렇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체벌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구요. 그러나 이는 잘못된 수단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불편함을 감수하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도 체벌은 오랜 교육 수단 중 하나였죠. 그렇지만 한 아이의 인생 전체를 생각해보면 이는 결국 ‘정상적’인 변화, 성장에 방해가 됩니다. 장기적 측면에서 체벌로 얻을 수 있는 눈앞의 효과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아요.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인 긍정적 변화에 방해가 되니까요. 솔직히 저도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면 (체벌을 할지 말지)갈등을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나 좀만 참고 잘 생각해보면 이게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좀 편하자고 하는 편의주의에 다름없을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체벌의 대체 수단으로 이야기되는 게 대표적으로 상벌제 인데요, 제 생각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실제로 학생들 입에서 벌점으로 인해 입시에 악영향을 받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대 때리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이 나오구요.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게 씁쓸하죠. 아이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 많이 무지한 상태에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잘못한 학생과 같이 운동장을 계속 걸으면서, 선생님이 설득하고 또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겁니다. 실제로 어느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고, 개선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EBS에 소개가 되기도 했지요. 이우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같이 도보수행을 한다고 해요. 교내 봉사활동도 좋은 방법입니다. 봉사나 정리정돈 같은 것도 사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것들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예로 드신 경우 중 이우학교 같은 경우는 대안학교라는 특수성이 있고, 일반적으로 현장에 일괄 적용하기는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사실 이런 방법들 중에 딱 이게 최선이다, 이렇게 합의가 된 방법은 없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시행착오가 없을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방법이 최선의 방법으로 정해질 것이란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체벌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구요. 정말 여러 아이들이 있는 만큼, 교육의 방법 역시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고, 또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과 학교의 몫은 알맞은 교육 수단을 각각의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것이구요.

그렇다면 체벌 반대에 대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런 의견 자체가 우리의 인권인식에 대한 현 주소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교사, 학생, 학부모를 학교 3주체라고 하는데, 사실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 3주체가 모두 인권 감수성이 한참 부족합니다. 사회 전체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선생님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것은 사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바꾸는 데 대한 두려움도 큽니다.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20여년 이상을 체벌을 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셨는데, 갑자기 바꾸는 게 당황스럽다고 하시기도 하세요. 그래도 그런 선생님들도 체벌이 결국은 없어지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들 합니다.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우리 사회에서 시기상조가 아니냐 하는 말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늦었다고 봅니다. 학교는 이미 변하고 있어요, 그 속도가 좀 느리긴 하지만요. 학생인권조례는 그 느린 변화를 좀 더 빨리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에서 인권 교육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저부터도 일단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학교에서 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은 한 차례도 없거든요.

– 이게 지금 정말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학생들에게 인권을 가르쳐야 할 선생님 본인도 그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시는 분이 태반이거든요. 사실 조례 발표 이전에 혹은 동시에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지금도 교육청에서는 계속 ‘인권교육을 해라’ 라는 지침이 선생님들에게 내려오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게 없어요. 그냥 선생님이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거죠. 일단 당장 인권 교육을 진행해야 되는 선생님도 그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니, 제대로 뭐가 될 리가 없죠. 그렇다고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도와줄 인권 전문가가 따로 있지도 않구요. 일반 교사가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입니다.

일단 제가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는 토론반 아이들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인권에 대해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또 스스로 이를 소개하는 전시물도 만들어보게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이런 모델을 전교생에게 점점 확대시켜서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체벌 금지 조항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사실 학생인권조례는 시발점에 불과합니다. 체벌 금지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사실 이야기를 해보면 지향점은 같아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죠. 그렇지만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거라고 봐요. 전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두 선이 모아지고 있지만, 지금은 그 둘 사이의 폭이 너무 넓어서 평행선처럼 보이고 있는 거죠. 언젠가는 그 선 두 개가 만나게 될 겁니다.





학교 밖의 사람들은 체벌 전면 금지 조항이 학교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가타부타 떠들었지만, 사실 현장에서 실제로 겪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큰 관심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는 학교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현저하게 낮은 것을 더 시급한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 또한 체벌 전면 금지 조항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가 사전인권교육과 같은 준비 없이 발표가 되어 실제 지도하는 데 혼란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체벌 금지는 시대의 흐름이며 인권 사회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평행선이 언제쯤 만날 수 있게 될 것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예비교사

    2011년 2월 25일 23:39

    전교조는 교원 단체가 아니라 교원 노조입니다. 교원단체에는 교총이 있습니다. 법률상으로 의미가 다릅니다~^^ 참고하시라구요~

    • 산솔새

      2011년 2월 26일 14:48

      감사합니다. 참고하여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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