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오늘 책방]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오늘 무언가가 필요한 당신에게.’ 라는 특정 책에 대한 우리만의 에피소드 또는 생각과 철학을 담아 매주 화요일 연재될 예정이다. 연재의 시작, “오늘 진심 어린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초등학교 <읽기> 시간, 소설 관련 수업을 들을 때의 기억이다. 선생님이 ‘소설 속의 “나”는 작가가 아닌 작품 속의 화자다.’ 라는 가르침을 주셨음에도,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나”가 왜 글쓴이인 소설가가 아니지?’ 란 의문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나”라는 단어의 개념 자체가 ‘자기를 가리키는 1인칭 대명사’란 사실 때문에 소설 속 “나”와 그것을 쓴 작가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작가의 창조물인 “나”를 작가와 동일시 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주관이 반영된 피사체이기에 100% 다른 것이라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전소설의 경우 작가 자신의 생애나 생활 체험을 소재로 하여 쓴 소설이기에 주인공이 작가와 닮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겨울의 시작 무렵, 문예지《문학동네》’젊은 작가 특집’의 일환으로 기획된 <자전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현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 박민규, 성석제, 김애란, 천운영, 편혜영, 김경욱, 박현욱 등 42명이 본인의 이야기인 듯, 또는 다른 허구의 인물에 대한 일화인듯 담담하게 단편 이야기 거리를 풀어 놓았다. 지금까지 故 박경리 작가의 <시장과 전장>, 故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같은 자전적 소설 그리고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라는 자전소설 모음집이 드문드문 있었으나, ‘자전소설’이란 이름을 내걸고 작품이 발표된 것은 1990년대 계간지 <현대소설>의 자전적 사소설 연재 이후 십여 년 만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겐 <자전소설>이란 이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전소설>이란 책의 이름 때문에 글을 읽는 내내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훔쳐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소설집 네 권엔 마흔 두 개의 단편소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마흔 두 개의 인생이 다채롭게 담겨져 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우정으로, 이루어 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친구의 성공에 자극 받아서, 뜻 하지 않는 기회에 재능을 인정받는 등의 저마다의 사연으로 “나”가 작가가 될 것임을 또는 되었음을 암시 또는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신이 작가가 될 것, 되었음에도 음악에 관심이 있었고, 축구를 잘 했다는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다. 42명의 작가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교묘하게 숨겨서 독자가 알아내게끔 연출하는가 하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듯 모두 밝혀서 들려주기도 한다.

책 제목 그대로 나의 이야기 즉, 작가의 이야기인 이 소설집의 단편소설들은 하나 같이 익숙한 내용들이다. 누구나 한번 쯤 겪어 봤을 법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에게 최루탄이 날리는 대학가, 마릴린 먼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 등은 다른 시대의 일이라 익숙하진 않지만 현재에도 우리 나름의 대학 문화와 연예인에 대한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는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 말할 거리가 되고, 그 말할 거리를 객관화하여 소재화하고 구체화함으로써 한편의 소설이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소설 역시 자전소설이라고 밝히지만 않았을 뿐 자전적 소설일 것이라는 확신마저 들게 한다.

자전소설 중 김경욱의 <미림아트시네마> 속 화자는 이야기한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삶이 추억될 때 뿐이다.’ 라고. 조금은 가볍고 경쾌하지만 일면에서는 무겁고 진지한 작가의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자전소설>을 통해 우리는 내가 살아가는 삶이 한 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내 인생이 소설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내가 소설 같은 내 인생의 주인공’이란 얘기다. 이 얼마나 짜릿한가?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 삶은 바뀔 것이고, 이에 인생이란 소설의 완성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소설의 판매 부수를 가지고 작품성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그 책이 읽을 만한 것인지 또는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것인지의 지표는 될 수 있다. 즉, 개인의 삶이 베스트셀러가 될지 스테디셀러가 될지 서점 한 구석 먼지 앉은 재고가 될 것인지는 내가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훈 작가는 자전소설의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작가와 세계와 글 사이에 맺어지는 친화와 소외, 삼투와 배척, 그리고 싸움 속에서 맺어지는 항쟁과 화해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소설과 많이 닮아 있는 우리네 인생 속에서 나와 세계와 내 삶 사이에 맺어지는 모든 것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 속에서 인생 참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 같은 삶을 살고 싶은가? <자전소설> 네 권의 책을 모두 읽을 때쯤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바로 소설이란 것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삶에 임하라! 나의 베스트하고 스테디한 인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