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 2조 2항에는 ‘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재외국민들은 그들이 있는 나라에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하여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그들을 지켜 줄 든든한 보호막이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재외공관은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 내고 있는가. 타국에 있는 재외국민들의 믿음 속 에서, 그들을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가.

이번 리비아 반정부시위-유혈진압 사태에 우리 재외공관이 자국민에게 보여준 무책임 하고성의 없는 태도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리비아 사태로 한국 대사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이번 리비아 사태는, 그간 그들이 재외국민에게 행하는 ‘ 나 몰라라’ 식의 태도에 대한 일부분의 사례일 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재외국민 보호가 일부 교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사업 등으로 인한 출국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만큼,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체계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민 누구도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떠나는 순간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고함20에서는 이번 리비아 사태로 천신만고 끝에 리비아에서 탈출하여 한국으로 돌아온 현지 파견업체 근로자를 직접 만나보았다.


재외공관의 업무태만. 그들의 관습으로 뿌리박을 것인가.

4일 한국으로 도착한 신강수씨.(54) 그는 리비아 정부기관인 GMRA 의 자회사 ANC 회사에 총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를 만나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한국 리비아 대사관들이 자국민에게 보여준 믿지 못할 행동들에 대하여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리비아에서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영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터키는 이미 자국민을 탈출시켰고 영국인들도 내일 전세기로 빠져나간다며 우리 대사관은 어떠한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들의 답변은 자신들은 그러한 계획이 없으며 그것은 각 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차가운 말 뿐 이였다. 그는 리비아에서 이집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재외공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숙소 강탈을 당하여 돈도 제대로 없고 복장마저 난민 같은, 그 불안한 가운데 사선을 넘어 탈출한 자국민들에게 ‘지금부터는 각자 자비로 알아서 귀국하십시오.’ 라는 말 뿐이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

또한 대피 과정에서 우리 대사관과 외국 대사관의 확연히 다른 태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터키는 소요가 17일부터 부분적으로 발생했는데 휴일인 18일이 지나자 19일 전용기 3대를 보내 자국민들은 탈출시키고 22~24일 사이에 배 3척을 띄워 자국민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던 제삼국인들도 모두 대피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은 사이프러스에 주둔하는 군함을 급히 파견하여 자국민과 유럽인들을 즉시 대피 시켰으며, 중국은 동부 쪽에 있는 5000여명의 중국인을 그리스에서 배를 빌려 보내 여권이 있든 없든 중국인이면 무조건 태워 탈출 시켰다고 한다.

“물론 우리도 전세기 3대를 띄워 트리폴리 쪽 한국인을 탈출 시키고, 뒤 늦게 최영함을 보내 나머지 한국인을 대피 시켰다. 하지만 동부 쪽에 갇혀 있던 한국인들은? 터키에서 준비한 배나 얻어 타고, 현지인이 준비해준 버스로 이집트 국경으로 탈출하였다.” 또한 그는 대사관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우리 대사관 직원들은 책임이 두려워 자그마한 결정도, 본국에 ‘어떻게 상황대처를 해야 하는지’ 의견제시도 못하는 정말 한심한 사람들 같다. 아마도 처음부터 그렇게 피동적으로 행동하도록 교육을 받아온 것 같다.” 며 그가 직접 겪고 느낀 우리나라 대사관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매번 지적되지만 국민들을 앞장서서 보호해야 할 재외공관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국민들에게 소홀하고 냉담한 대사관들의 태도는 그들의 관습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지난 2004년,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故 김선일씨 사건과 러시아 쓰나미 사건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재외국민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었다. 그 후 ‘ 재외국민 보호법’ 이 국회의원 사이에서 발의되었고 그 당시 재외공관의 각종 업무태만과 비리에 대한 감사원의 적발이 사회 이슈화되면서, 해외공관원들의 의식을 개혁하고 전반적인 업무를 혁신해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졌었다. 점차 곧 혁신의 물결이 오르는 듯 했지만 과연 그 당시와 현재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무엇일까.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는 그들의 업무태만과 자국민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현재 우리 재외공관은 강력한 제도로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포부를 언론을 통해 비치고 있다. 지난 21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공관이 ‘대한민국주식회사’의 지점이 돼야 한다.” 며 철두철미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김 총리는 “우리 기업의 해외 원전, 플랜트, 인프라 분야 진출을 위한 외교 활동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공관장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며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하지만 과연 재외공관에게 가장 시급한 역할이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일까. 또한 김 총리가 언급한대로, 재외공관의 ‘해외진출 기업의 등대 역할이 궁극적으로 재외공관과 외교관의 존재 이유’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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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것은 ‘ 대단한 대사관 ’이 아니다.

재외공관의 업무태만이나 비리와 같은 사건, 즉 자국민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여 사회적으로 파장이 이르렀을 때 국가는 각종 예산과 제도의 문제를 운운하며 시급한 제도의 개선을 추구하려 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신경 쓰고 개선해야 할 것은 제도가 아니다. 더욱 정확히 말해 제도의 개선에 그쳐서는 그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법이 만들어 진다 해도 그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 또한 아직 외무 공무원들의 의식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한다는 서비스 정신보다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재외국민보호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국민들이 곤경에 처해있을 때 한국 대사관이 자국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을 지라도, 적어도 ‘공감’의 표현이라도 보여준다면 일이 반드시 당장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국민들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재외공관이 기업을 향한 ‘비즈니스 마인드’ 로 무장하기 전에, 자국민의 어려움을 남의 일로 치부해 버리는 그들의 ‘나 몰라라 마인드’의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는 국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국가가 제공하는 예산이나 인력을 통한 지원이 아닌, 국가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단 한명의 외교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