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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토요일은 안녕하십니까?

언젠가 학교 게시판에서 ‘당신의 토익점수보다 당신의 토요일이 궁금합니다.’ 라는 모 기업의 홍보 포스터에 적힌 문구를 보고서, 꽤 그럴듯한데?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토요일이라는 요일은 주5일제가 자리 잡은 대학교나 회사에 속한 개인이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즉 상징적으로 개인이 마음대로 계획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임을 뜻한다. 나는 저 문구를 보고서는 나의 토요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가, 나는 저 기업에 취직을 못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껏 쉬지 않고 달린 주말알바로 점철된 주말에서, 무엇을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각종 화려한 스펙과 활동적이고 럭셔리한 취미들 사이에서, 토요일마저 노동에 바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왜, 어떤 취미는 ‘스펙’이 되고 어떤 취미는 그저 ‘잉여활동’으로 치부되는가. 어느새인지 우리도 모르게 취미에 대한 계급형성이 되어있는 듯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적사항 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취미와 특기에 대한 공포감은 지금껏 여전하고,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는 관념이 알게 모르게 자리잡아버렸다. 컴퓨터게임 두루 섭렵하기, 만화책 보기, 트로트 따라 부르기 가 아니라 바이올린 켜기, 독서, 음악 감상으로, 어느새 우리는 취미라는 틀 안에 우리의 여가시간을 가두어버린다.
쇼핑에 미친 여자 레베카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의 영화 <쇼퍼홀릭>

결국 그녀는 쇼핑과 연계시킨 경제칼럼으로 인해 성공하게 된다.

왜 우리는 취미를 디씨 갤질하기, 드라마 한 번에 몰아보기, 집에서 시체놀이하기, 엄마랑 수다떨기, 혼자 쇼핑하기 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고상하고 있어 보이는 취미를 하는 시간이 아니면 여가시간이 아닌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떠한 취미를 가지고 있든 간에, 그 시간 안에는 각 나름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멋진 취미는 보통 자본과 친한 것이 일반적이고, 탁 트인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활동적인 것들이 많다. 제 취미는 스쿠버다이빙과 사격이에요, 라고 말한다면 누군들 멋진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멋진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나름의 여유와 성격에 맞추어 가치 있는 토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취미에 대한 틀에 갇혀 지금껏 나의 취미는 무엇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내가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것을 좀 더 깊게 개발해보자.

 

1960년부터 1980년까지 MBA 졸업생 1,500명을 추적한 연구 보고서가 있다.
이 연구는 처음부터 졸업생들을 두 범주로 나누었다.

범주 A에 속한 사람들은 먼저 돈을 벌고, 즉, 돈 걱정을 해결한 후에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범주 B에 속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관심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1,500명 중에 범주 A에 속한 사람이 83퍼센트로 1,245명이었다. 범주 B에 속한 사람은 17퍼센트로 255명에 불과했다.

20년 후, 그들 중에 101명의 백만장자가 나왔다.
그런데 범주 A에 속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00명은 모두 범주 B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 마크 알비온, <Making a Life, Making a Living> 중에서 –

‘미쳐야 미친다’ 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무언가에 미치면 어딘가에 닿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가까운 사례로는 일본 ‘오타쿠’문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덕 등 부정적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며 조롱감이 되기도 했지만, 사실 특정 일본 산업을 발전시키는 주 소비자층은 바로 이 오타쿠 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한 분야에 대해 미친 만큼,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오타쿠는 일본어로 집이라는 뜻이다. 굳이 거창한 취미가 아닐지라도 집에서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고 내 자신이 만족한다면, 바로 그것이 진정한 취미이자 자기계발일 것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애다

    2011년 3월 19일 04:03

    취미의 계급화, 정말 공감합니다. 우리나라는 뭐랄까. 유행이 지나치게 뚜렷한 모습이 있죠,
    그리고 좋고 나쁜 걸 개인의 기호가 아닌, 인기도로 순위기를 매긴다랄까요?
    어떤 직업은 좋은거고, 어떤 직업은 나쁜거고
    어떤 취미는 멋 없고, 어떤 취미는 멋 있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 지보다 어떻게 보여지는 지가 중요한,

    • NiceMiddle

      2011년 3월 21일 06:19

      취미도, 직업도 남의 눈치를 봐서 선택해야 하는 건 정말 잘못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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