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세대를 한 단어로 묶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그들이 드러내는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시대적 배경과 처해 있는 상황, 성장과정까지 모든 것을 두루두루 훑은 다음에야 정제된 단어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작업은 꽤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회 담론에서 여전한 위력을 보이는 386세대는 가장 강력한 ‘세대론’의 증거이며, 88만원 세대란 말은 아직까지도 20대를 규정하는 대표적인 말로 쓰이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말은 소수이지만 지금까지 한 세대를 요약하는 단어는 꾸준히 탄생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20대는 단골손님이 되어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X세대, N세대를 비롯하여 최근 들어 등장 P세대, S세대까지. 고함20은 지금까지 20대가 어떤 이름으로 규정되어 왔는지를 돌아보고자 한다. 또 이런 세대론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답을 구하기도 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20대의 변화상을 훑고, 지금 이 순간 20대 세대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88만원 세대부터 S세대까지










































시기


용어


의미


2007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평균 급여 119만원에 20대 평균급여에 해당하는 73%를 곱한
금액이 88만원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 책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2007


낀 세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재기발랄한 10대와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는 30대
사이에 ‘낀 세대’라는 뜻에서 나온 말.
– 조선일보 2007년 11월 8일 기사


2009


C세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위기(Crisis)에 발목이 잡힌 듯하지만 미래를 열어갈 소비자(Consumer)들을 뜻한다. – 중앙 SUNDAY 2009년 3월 17일 기사


2010


G세대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를 지닌 20대 신세대를 말한다. ‘88만원 세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조선일보 2010년 1월 1일 기사


2010


3C세대


자신감(Confidence), 도전(Challenging mind), 협동(Collaboration)
의 유전자를 지닌 88둥이 세대(88년 전후 출생자)를 이른다.
– 매일경제 2010년 2월 19일 기사


2010


검지세대


검지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10대 후반~20대를 가리킨다. – 연합뉴스 2010년 6월 21일 기사


2011


P세대


애국심(Patriotism), 실용주의(Pragmatism), 힘과 평화(Power n Peace),
유쾌함(Pleasant), 개성(Personality)에서 앞 글자 P를 따 만든 이름이다.
– 중앙일보 2011년 3월 24일 기사


2011


S세대


생존(Survival), 스펙(Specification), 고군분투하다(Struggle),
이기적인(Selfish), 영민한(Smart), 특별한 실력(Specialty),
당당한/서 있는(Stand-up)에서 앞 글자 S를 따 만든 이름이다.

– 매일경제 2011년 3월 27일 기사








2007년을 휩쓸고 지나갔던 88만원 세대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저)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했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인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고 해 나온 이 말은, 20대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되었다. 그 동안의 다양한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이며 무엇보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위기에 처한 20대의 그늘에 집중한 말로 평가받고 있다. 낀 세대는 20대를 하나의 용어로 묶어둔 사례라고 보기엔 조금 부족하나, 승승장구하는 10대와 30대 사이에서 입지가 단단하지 못한 20대의 불안정함이 배어 있는 말이다. 



2010년 벽두를 화려하게 장식한 G세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 등장할 만큼 ‘흥했’는데,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를 지닌 신세대라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자신감이 강하고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도 높으며 낙천적인 G세대는 외국어 구사 능력, 컴퓨터 사용 능력을 갖춘 미래의 20대를 의미한다. 88만원 세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많이 쓰였다. 2010 동계올림픽 전후로 등장한 3C세대는 자신감(Confidence), 도전(Challenging mind), 협동(Collaboration)의 세 가지 C를 지녔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글로벌화, 자신감, 뛰어난 디지털 독해 능력 등 주요 특징을 비교했을 때 G세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변화가 있었을 때에도 신조어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검지세대는 문자보내기에 능했던 엄지족과 달리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생겨난 신 종족이다. 탈이념 성향을 지녔으나 정치 관심도가 높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였고, SNS 사용이 생활화된 20대들을 이른다. 또한 약자의 편을 드는 소프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나온 P세대는 국가 안보에 관심을 갖고 애국심(Patriotism)을 발휘하는 20대를 뜻한다. 실용(Pragmatism)적인 자세,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Power n Peace)는 신념을 지녔다. 또한 국방의 의무를 유쾌하게(Pleasant)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개성(Personality)세대라고 한다. 2003년 이후 등장한 P세대(Participation, Passion, Potential power, Paradigm-shifter의 공통 접두어에서 딴 말)와는 다른 개념임을 유의하자. 이외에도 소비자 주권에 눈을 뜬 Consumer 세대인 C세대(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의 C세대-Consumer creating content-와 조금 다른 개념이다)와, 최근 매일경제가 만들어 낸 S세대(Survival, Specification, Struggle, Selfish, Smart, Specialty, Stand-up의 공통 접두어에서 딴 말)가 있다. 












20대 세대론에 앞장서는 언론, 왜?




‘~세대’란 말은 대부분 언론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표에 나와 있는 8가지 중 ’88만원 세대’를 제외한 모든 단어가 기사화된 것들이다. 이러한 ‘~세대’는 기존에 없었던 신인류를 발견했을 때 혹은 이미 특징지어졌던 세대를 재조명하게 될 때 주로 탄생한다. 새천년의 첫 10년을 보내고 나서 조선일보가 G세대를 말했고, 매일경제는 동계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88둥이들에게 3C세대라는 말을 붙여 주었다. 올해는 중앙일보와 매일경제가 3일 차이로 각각 P세대와 S세대를 선보였다. 왜 언론에서 이러한 담론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경희대 영미문학전공 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씨는 “20대를 상대화함으로써, 자기 세대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화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세대론을 통해 20대를 규정짓겠다는 시도를 ’20대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포섭 전략’으로 보았으며 ‘자신의 규정에 들어오는 20대가 정상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안티 조선 운동사』를 쓴 자유기고가 한윤형 씨는 20대 세대론이 지속되는 이유로 ‘언론의 정치적 필요’를 들었다. “세대론을 넘어 시대론으로 – 20대 담론의 굴곡, 그리고 새로운 전망”에서 그는 언론에서 시작된 ’20대 치죄하기’가 20대에 관한 물음을 ‘어떤 놈들이길래 이렇게 무력하고 정치에 관심이 없나?’로 바꿔 두었다고 했다. 그는 언론사의 세대론을 20대에 대해 자기들끼리 갑론을박한 후 마지못해 20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척하는 것과 유사하게 보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만 이 거지같은 세대론의 꼬라지가 한심했다.”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의견도 있었다. 주간경향 윤호우 편집장은 “언론은 세태를 규정하는 일을 맡아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광고 기획사에서 세대론을 만들어 뉴 트렌드를 상품화하는 데 기초자료를 얻듯이, 언론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경향을 짚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춰 재단하거나, 언론사 자사의 상품으로 만든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 세대론의 빛과 그림자



그렇다면 20대 세대론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윤호우 편집장은 20대 세대론의 순기능으로 자기 정체성 획득과 자발적인 의견 표출을 들었다. 20대가 이런 담론을 자주 접하게 되면 정체성을 깨달을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역기능으로는 세대론에 가려져 계급 차이 등의 다른 현실적 문제를 볼 수 없게 되는 점을 꼽았다.  
이택광 교수는 “세대론 자체를 역기능, 순기능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담론 형성과 결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역기능 사례로 기성세대가 20대를 비판할 때 세대론을 이용하는 것을 들었다. 


세대론이 탄생되는 과정에서 20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점에 초점을 둔 견해도 있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 엄기호 씨는 20대가 지닌 특징에 주목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취업에서부터 정치적 성향까지 문제적이라는 점, 지금까지의 틀로는 규정이 잘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언론이 정치적으로 20대를 견인하기 위해 이런 시도가 벌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