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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니까’의 딜레마, 고민중독증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20대일지도, 혹은 20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이 생각하는 ’20대’는 본인이거나, 혹은 타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지금 당장 ’20대’를 떠올리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일단 늙고 병든 모습은 아닐 것이다. 뭔가 상큼하고, 젊고, 씩씩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멋지고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봄날의 캠퍼스 비스무리한 곳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뭐든 하기로 마음먹으면 당당하게 도전하고, ‘아니오’보다는 ‘네’를 외치는, 트렌디한 청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20대는 그렇지 않다. ‘네’를 외치기 전에 고민한다. 상큼하고 씩씩하려다가도 한숨을 쉰다. 하기로 마음먹기 전에 ‘이게 될까?’부터 생각한다. ‘하면 된다’가 아닌 ‘되면 한다’는 말은 괜히 웃으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20대가 그렇다. 패배감에 휩싸여 있는, 그래서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고민하는 그런 존재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20대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20대들에게 만연해있는 증상을 ‘고민 중독증’이라고 진단하려 한다.

고민 중독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실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20대는 패기 넘쳐야 한다’, ’20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20대에게 패기와 배짱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고민 중독증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민중독증은 또 다른 다양한 증상들을 초래하는데, 한숨 중독, 비교 중독, 토로 중독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 중독은 말 그대로 타인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말한다. 학업이든 외모든 커리어든 일상생활이든, 특정 주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20대는 항상 주변인들의 상황과 본인의 상황을 비교하길 좋아한다. 그러니까 만약 소위 ‘스펙’이 부족해 고민하고 있다면, ‘난 스펙이 부족해. 스펙을 쌓아야 할 텐데 대체 뭘 해야 하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데 난 그렇지 않아’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다른 사람에 비해 난 ‘형편없는’ 스펙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난 형편없는 20대를 보내고 있지’라는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고민 중독으로 인한 비교 중독은, 나보다 못한 사람은 아예 배제시킨 채 ‘나, 그리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로 비교 대상을 한정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기서 ‘잘남과 못남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기본적인 진리는 무시된다. 20대는 마치 고민하기 위해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고민을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남보다 못한지, 또 얼마나 비운의 상황에 휩싸여있는지를, ‘잘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토로’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전파한다.

‘토로 중독’은 비교 중독의 연장선상에서 생겨난다. 토로 중독이 왜 생겨나는지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위로받고 싶어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과의 비교를 단순히 속으로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겉으로 토로하는 것은,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데 나는 왜 이럴까’라고 말함으로서 ‘아니야, 너도 이정도면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싶어서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고민을 굳이 토로하면서까지 ‘그래 너 왜 그러고 사니’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숨 중독은, 한숨을 푹푹 내쉴 때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한숨이야’라는 말을 해달라는 신호가 아닐까. 사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고민을 이야기하고 누군가와의 비교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숨은 ‘나 고민이 있어서 그 얘기 좀 하고 싶은데 해도 되겠니’라고 허락받고 싶은, 중독자의 절실한 신호와도 같은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20대는 마냥 즐거울 수 없다. 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더더욱 고민하고 토로해야 하는 시기가 20대다. 고민하는 것이, 남과의 비교가, 한숨 쉬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 판단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그것은 20대인 당신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20대가 근처에서 한숨 쉬며 머뭇거린다면 먼저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은 어떨까. 당신이 하고 있는 고민을 그 사람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당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에게 위로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3 Comments
  1. 공감공유

    2011년 4월 11일 05:48

    20대로서 공감하고 갑니다~

  2. 25살, 여자나이 “저 지금 꺾이고 있는 게 맞나요?” 어느덧 2011년 신묘년도 토끼의 뜀마냥 껑충껑충 벌써 두 달이 지난 요즘, 주변에서 나이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아, 벌써 네가 25살이니?” 그리고 이어지는 너도 이제 한 물 갔구나 라는 무언의 눈빛들… 이 무언의 눈빛들은 그나마 매우 점잖은 편에 속한다. 이 눈빛들보다도 실질적으로 마음에 팍 하고 와 닿는 씁쓸하고도 너무 잘 알려진 농담이 있다. 마치 여자의 나이가..

  3. 은성

    2011년 7월 28일 12:24

    19살로써 벌써부터 20대인것처럼 큰 공감이 가네요^^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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