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왕: 오늘은 또 왜 이리 축 처져있는가?

발자취: 자취왕님. 저…흑흑……

자취왕: 아니, 나 별 말 안했다? 갑자기 왜 또 찔찔대. 뭐가 문제야, 또? 혹시 친구들이랑 너무 떠들고 놀아서 주민들한테 신고 당했냐?

발자취: 아뇨, 그럴리가요! 자취왕님께서 저번 주에 일러주신 대로 잘 처신해서, 이제 애들은 집에서 칫솔 들고 다 나갔어요. 친구들이 이제 집에 안 오니까 너무 조용하고 좋더라구요. 진짜 이제 사람 사는 것 같이 살겠구나, 싶고. 그런데 전 그동안 몰랐던 거에요, 옆집에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 산다는 걸…… 제 방이 그 동안 시끄러워서 안 들렸던 소리가 이제 너무 잘 들려요. 밤이고 낮이고 듣고 싶지 않은 여러 소리가…… 집 안에 도저히 오래 있을 수가 없네요. 제 방에 혼자 있어도 둘, 혹은 셋이 함께 있는 듯한 이 느낌, 혹시 외로운 자취생을 위한 옵션인가요? 이런 옵션이라면 사양할래요!

자취왕: 오오,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방인 것도 모자라 이웃이 개념 없는, 그것도 커플이라니! 가엽도다. 악재가 겹쳤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구나. 사실 이 문제는 꼭 자취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겪지. 층간소음은 살인을 부른다는 말도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뭐가 있을까?
아, 먼저 이런 말을 하게 되서 미안한데, 사실 확실한 해결방법은 없어. 좋은 이웃, 나쁜 이웃은 마치 부모와도 같단다. 네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걔네가 네 자취방 옆방에서 시끄럽게 하며 살고 있는 건, 음 그건 네 자취복이야. 휴, 나도 이런 말 하는 내가 싫어. 뭐 그래도 노력은 해볼까?
일단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은 포스트잇이 있단다. 쪽지에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네 안에 악마를 키우고 있다며, 이 악마는 언제든 주인집과 경찰서에 신고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적는거지. 마무리는 손가락을 물어뜯어서 흐르는 피로 찍은 지장 정도? 문제는 네 이웃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떼서 버릴 수 있다는 거야. 독서실에서 혹시 “당신 숨소리가 너무 거슬려요, 공부에 방해되니까 조용히 좀 숨 쉬어주세요”라는 포스트잇을 받아본 적이 있나? 누군가에게는 미치도록 짜증나는 소리였을지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싶을 수 있는 거지. 주인집에 말하는 건 벌써 해봤니? 사실 알만한 사람은 알거야, 저것도 별 소용없다는 거. 며칠 지나면 다시 똑같아지곤 하니까.



      이사하고 새 이웃에게 돌리던 시루떡. 꼭 이런 게 아니어도 마주칠 때 인사 한 번에 선린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어.

아니면 그 이웃과 친해지는 것도 방법이란다. 음식을 나눠먹는다던가 하면서 살갑게 다가가는 거야. 매너 없게 구는 건 이 사람들과 나는 볼 일이 없다, 관계가 없다는 생각 하에서나 가능하지. 옆집에 산다고 이웃인가? 서로 얼굴도 모르는데. 이미 많은 편견이 생겼겠지만, 의외로 서로 얼굴을 익히고 나면 익명성 밑에 숨어있던 ‘이웃 간의 도리’를 다시 떠올리게 될 지도 몰라.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렴. 잊지 마, 그 이웃은 어쨌든 네가 친구들 데리고 와서 시끄럽게 하고 놀 때 아무 소리 하지 않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