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하루 동안 ‘삽질’ 장면을 목격하지 않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심지어 나른한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다가도, 주변 공사현장의 ‘뚝딱’거리는 소리에 귀가 먼저 일어나곤 한다. 도로공사, 아파트 재개발, 고층 빌딩 신축, 하다못해 보도블록 교체에 이르기까지 국토는 그야말로 ‘난개발’되고 있다.
마구잡이식 개발은 언제나 반작용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격렬히 반대하고, 자연 재해는 인간 사회에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개발 논리는 패배한 적이 없다. 지율 스님이 지키려던 천성산은 결국 뚫렸다. ‘난개발 종결자’인 4대강 정비 사업의 공정율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대한민국은 왜 ‘토건 불패’의 국가가 된 것일까.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이 쓴 <직선들의 대한민국>은 흥미로우면서도 명쾌한 분석을 제시한다. 
청계천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시대
도심을 가로지르는 인공의 '청계천'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청계천에는 사람들이 바글댄다. 그것도 청계천 변을 거닐고 ‘인공적으로 재현’해낸 자연을 바라보며 그것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건축이나 조형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청계천은 아름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복개천을 복원하여 만든 청계천은 더 이상 복개하기 이전의 그것이 아니다. 자연 하천의 흐름을 거스르는 무리한 공사로 인해 폭우가 내리면 물이 역류하고 악취가 나는 ‘무서운’ 공간이다. 자연스러운 곡선 하천이 아닌 인위적인 직선 하천에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쓰는 곳,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직선들의 대한민국’이다.
‘직선들의 대한민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공적인 것, 새롭게 만들어낸 것, 시멘트 따위에 미적인 감흥을 느낀다. 정부 관료에서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건설 미학’에 심취해있다. 청계천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에서 삽질이 절대적인 선(善)이 되고 미(美)가 되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토건 사업으로 인해 지탱된다거나, 토건 사업이 애초에 경제성이 있다는 것들은 신화이고 허구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토건 사업들이 경제성 측면에서 실속 없는 사업이라는 실제적 증거는 무궁무진하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민자 도로들이 그렇고, 한강 수상 택시 승강장 같은 사업들이 이를 증명한다.
경제적이지도 않은 삽질이 계속되는 것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시멘트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직선의 시대. 따라서 MB정권이 지나간다고 해도 시대정신이 변하지 않는 한 삽질은 계속될 것이다.
당신의 생태적 감수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2011년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20대는 ‘도시-네이티브’다. 태어날 때부터 주택 대신 아파트에 살고, 흙 대신 보도블록을 밟으며, 놀이터 대신 컴퓨터를 벗해온 세대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심미안도 MB의 그것처럼 ‘건설 미학’이다.
4대강 사업은 반대하지만 집 앞에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나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은 왠지 동네가 ‘발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심을 걸으며 왠지 ‘차도남’, ‘차도녀’가 된 것 같은 도시인의 흥취에 젖기도 한다.
반면 ‘농촌’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왠지 모를 촌스러움을 느낀다. 깨끗한 신발에 흙이 묻을까봐 물티슈를 휴대하기도 한다. 주변의 풀이나 나무, 꽃, 곤충, 벌레 따위에 무관심할뿐더러 왠지 모를 징그러움까지 느낀다.
그대, 오늘 도심을 지나며 고층 빌딩의 삶을 동경하진 않았는지. 도시 계획 게임을 하며 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 건물을 올리진 않았는지. 청계천변을 걸으며 자연을 느꼈다는 착각을 하진 않았는지. 조금이라도 찔리는 구석이 있다면 <직선들의 대한민국>을 읽으며 당신의 생태적 감수성을 테스트해보길 진심으로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