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의 변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 뉴스의 대중화는 환영하지만, 뉴스의 연성화 우려돼


“말레이곰 자꾸 도망다니지 말레이.” 
‘말레이’를 활용한 언어유희로 웃음을 유발하는 이 멘트는 개그콘서트에서 나온 대사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레이곰 탈출 사건을 보도하며 MBC 뉴스데스크의 최일구 앵커가 날린 엄연한 뉴스 멘트이다. 작년 개편을 계기로 새 단장한 MBC 뉴스데스크가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최일구 앵커를 선두로, 뉴스 프로그램은 진지하고 정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편안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주말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최일구 앵커의 유머 섞인 촌철살인의 멘트는 뉴스데스크의 변화의 선봉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앵커뿐만이 아니다.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도 독특한 상황 설정이 담긴 영상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2월 ‘해빙기 익사 사고’를 취재한 조의명 기자는 기자 본인이 실제로 물에 빠지는 장면을 방송하면서 ‘조풍덩 기자’로 화제를 모았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뉴스 진행 방식 외에도, 뉴스데스크는 탐사보도와 기획보도를 확대하여 현장성과 기획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가 취재한 뉴스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에서다. 개편 첫날에 방송된 ‘앵커 출동 낙지 어민의 심경’ 리포트에서는 최일구 앵커가 직접 현장에서 어민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연평도 포격 당시 최일구 앵커가 직접 연평도에 가 뉴스를 진행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뉴스데스크의 새로운 시도는 시청자의 호응을 얻으며 시청률을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개편 직후, 6.5% 였던 기존의 시청률의 두 배가 넘는 13.3%라는 시청률을 달성했다.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뉴스데스크의 의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이다. 뉴스의 진행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실제로 뉴스를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으로만 인식했던 시청자들의 인식을 어느 정도 전환시키고 사회 현안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의 진행의 연성화와 더불어 뉴스 콘텐츠 또한 연성화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 뉴스라고도 불리는 ‘연성 뉴스는’ 의견 기사나 수필 등 당장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기사들을 말한다. 스포츠, 연예, 스캔들, 오락, 법원, 사회부 기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하드 뉴스라고도 불리는 ‘경성 뉴스’는 정치, 경제, 외신 부분의 뉴스를 포함하는 것으로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뉴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나는 뉴스를 말한다. 최일구 앵커는 콘텐츠의 연성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진행의 연성화는 되겠지만, 콘텐츠의 연성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 팩트 전달, 권력과 시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같은 보도의 본령은 당연히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일구 앵커의 포부와 달리 요즘 뉴스데스크의 몇 가지 보도 행태는 앞서 말한 우려를 자꾸만 상기시키고 있다.


서울 고법 민사19부는 4월 21일 2007년 당시 BBK 의혹을 보도한 <시사인>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BBK 수사팀 검사 10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에서 BBK 관련 뉴스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권의 핵심 이슈를 아예 방송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의아한 일이다. 대신에, MBC 뉴스데스크는 재보궐 선거와 관련된 뉴스 2개를 내보낸 뒤 서태지∙ 이지아 관련 소식을 두 꼭지 연속으로 배치했다. 미국 LA 특파원까지 나서 이지아가 이미 재산권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최일구 앵커는 이 사건을 전하며 “재보궐 선거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뉴스가 서태지 이지아씨 소식이죠”라는 멘트를 날렸다.

백 번 양보하여, MBC 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가 공통적으로 BBK 관련 보도를 하기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는 MBC 만을 질타할 문제는 아니라고 옹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5일의 MBC 뉴스데스크는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행태가 일회성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역유권자의 성향과 선거 전략 등이 담긴 특임장관실 수첩이 공개되며 김해 을 재 보궐 선거에 이재오 장관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뉴스데스크는 ‘이봉수 후보 측이 이재오 특임장관을 선거 개입 의혹을 들어 검찰에 고발했고, 이재오 장관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라는 짧은 코멘트로 뉴스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강릉 지역의 한 펜션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된 사실을 ‘선거전 과열 혼탁 양상’이라는 꼭지로 짧게 보도하는 데에 그쳤다. 불법 선거 운동에 관한 리포팅은 찾아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뉴스 보도가 과하게 축소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재보궐 선거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뉴스가 서태지 이지아씨 소식이죠”라는 최 앵커의 멘트는 시청자의 관심도가 지상파 뉴스 소재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서태지와 이지아 사이의 사생활이 시청자의 알 권리에 포함되는지 의문이다. 시청자의 호기심 충족이라는 이유로 공인이기에 앞서 한 개인인 서태지와 이지아 두 사람 사이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에 지상파 뉴스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성화된 콘텐츠를 담고 있는 뉴스를 방송하는 사이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뉴스는 시청자의 눈을 피해가도록 뉴스 데스크가 사실상 협조했다는 점이다.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뉴스를 중점적으로 보도하는데 비해, BBK 사안을 외면하고 불법 선거 활동에 관해 소극적으로 보도한 것은(혹은 전 MBC 앵커이자 사장인 엄기영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식 보도) 권력의 핵심에 대한 비판을 피해감으로써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뉴스 본연의 가치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뉴스의 대중화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현안에 보다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두 손 들어 반길 일이다. 하지만, 당장에 보이는 시청자의 반응에 연연하여 뉴스데스크가 뉴스 본연의 기능을 잠시 망각한 건 아닐는지. 기존 뉴스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지루함과 고루함이라는 전달상의 무게감은 덜어내도 지상파 뉴스가 가져야 하는 의무감의 무게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뉴스 본연의 권력 감시와 비판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 뉴스의 대중화를 이뤄내었으면 하는 시청자의 바람이 무리한 기대가 아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