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자의 ‘전관예우’로 인한 문제를 거론하며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말을 최근 공식석상에서 했다.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비난 여론이 거세긴 하지만 어찌됐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 걱정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전관예우, 구태의연한 제도로 인해 사회 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는 법조계의 고위 인사가 퇴직 후 개업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은 반드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끔 하는 전례부터 시작한다. 2010년 국내 M&A 법률자문 실적 상위 6대 로펌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보면 전문 인력인 총 96명 중 절반인 53명이 넘는 이들이 이른바 빅3 기관이라 불리는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출신이었고 퇴직 공직자들의 85%는 퇴직 후 1년 이내에 로펌에 취업하는 등 신 전관예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송에만 국한되는 법조계에 비해 행정 처분, 즉 국민의 삶과 직결될 수 있는 행정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문제로 신 전관예우를 더 위험한 실태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파장의 경중을 제쳐놓고라도 공정 사회를 부르짖는 이번 행정부 아래 이와 같은 일들은 뿌리 뽑히지 않고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설상가상 행정부 임원 임명 관련 각종 인사 청문회마다 거론되는 단골 메뉴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자행된다, 전관예우의 실태.

아직도 전관예우가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형 로펌뿐만 아니라, 회계 법인과 기업 역시 마찬가지로 유명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을 영입하여 이들이 몸담았던 행정부처에 로비를 할 때 등 유리하게 이용한다. 법조계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고위직에 있던 판사나 검사가 은퇴 후 변호사 개업을 할 때 자신이 근무했던 지역 근처에 변호사 사무소를 차린다. 이 경우 소송을 맡게 되면 자연스레 퇴직 직전에 자신의 밑에서 있던 부하 검사와 판사들이 재판에서 상관이었던 변호사(전직 판․검사)를 전관예우에 입각해 승리하게끔 도와줄 수 있는 현실이 마련되고, 실제 전직 상관인 변호사가 승소를 하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이들의 관행이다. 이러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과거 변호사법 제 10조 2항에 의해 은퇴후 자기가 근무하던 지역 근처에 3년 동안은 변호사업과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 법이 제정되어 전관예우를 법으로 금지했던 적이 있으나 이는 얼마가지 못해 위헌 판결을 받아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분명히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은 제정되어 있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와 같은 일이 자행될 수 있는가? 이는 대다수 전관예우 관행을 노리는 자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먼저 경력 세탁을 하는 사례로, 현행 법률에는 ‘퇴직 3년 이내에 소속해 있던 부서와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민간 기업에 취직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퇴직 3년 전에 부서를 옮길 경우에는 법을 피해갈 수 있다. 또 취업 제한 기업에 대한 자본금 규정을 우회하는 사례다. 현행법은 업무와 연관된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 사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해당 사기업의 규모를 자본금 50억 원 이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로펌을 비롯한 대다수 전관예우의 장이 되는 회사들은 자본 규모가 50억에 미치지 못 한다. 결론적으로 하고자 한다면, 전관예우 금지법이 정해놓은 테두리를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 전관예우도 마찬가지.

위와 같이 법망을 손쉽게 교묘히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관계로 국회의원들은 끊임없이 전관예우 금지와 관련하여 어느 누구도 법의 허점을 노릴 수 없는 철저한 법률을 만들기 위해 법안을 상정해왔다. 현재 18대 국회에도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이 14건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관련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전직 공직자들을 많이 고용해 온 대형 로펌과 행정 부처의 강력한 반대 및 반대 로비 때문이다. 또 행정 부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헌법상의 권리임을 내세우며 반대해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소극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국회와 정부 모두가 법안 상정이 가능함에도 개정안 관련 14건의 법안은 모두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어 있다.

지난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내정자 인사 청문회에서는 박 내정자가 퇴직 후 김&장 법률사무소에 재직하며 받은 고액의 연봉과 관련하여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졌다. 또 대검 공안 부장 재직 당시 이른바 ‘미네르바’. ‘피디수첩’ 사건 기소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일어 이명박 정부에서 보상 차원에서 재판관에 내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의혹들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헌재 재판관이다. 이처럼 청문회마다 인사 내정자의 전관예우와 지․혈․학연 및 친 정부 인사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내정자가 그 직위에 알맞은 인물인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해야 할 인사 청문회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과 동시에 여러 가지 의혹이 있고 그것이 해소되지 않음에도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내정자를 임명하는 이러한 행태들은 국민에게 ‘지들끼리 다 해먹는다.’와 같은 인상을 주며 연일 씁쓸함만 안기고 있다. 이래서 되겠는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에 보면 농아 학교에서 이사장 겸 교장과 그의 동생인 행정실장,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인 기숙사 사감은 장애 아동들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가한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소설 속 피해 아동들은 단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지적 장애아라는 이유로, 또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전직 검사이고 첫 공판에서 승리하는 관행으로 인해 교장을 비롯한 이들은 집행유예에 약소한 벌금형을 받게 된다. 우리 사회의 약자 역시 소설 속의 장애우와 같이 공공연하게 각종 악․폐습 및 있는 자들의 관행 등으로 인해 외면당하고 기득권층으로부터 억압받고 있다. 유명 정치인의 혈육이거나 재벌 2세라는 이유로 같은 죄를 지은 사람보다 벌이 감형되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실컷 때리고 그것이 문제될까 맷값을 쥐어주는, 과연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인가? 더 이상 이 땅에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할 수 없게, 사회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조속히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게 법률로 제정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