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좋아할 사람 어딨겠냐만은 떨어져 살다보니까 마누라 잔소리도 그립다. 사실 잠을 못 이룬다. 옆에 집사람하고 딸내미 있으면 믿고 자는데 혼자 사니까 하루 2,3시간 밖에 못 잔다” 이 말은 기러기 아빠인 방송인 김흥국 씨가 한 토크쇼에 나와서 한 얘기이다. 조기 유학 열풍이 불면서 기러기 아빠라는 말은 우리에게 어느새 익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조기유학은 초 중등 과정의 학생들이 국내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지 않고 외국의 교육기관에서 6개월 이상 연수받거나 공부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에 불어온 조기유학 열풍 과연 바람직한 바람일까?


우리의 것부터 제대로 익히자

기자가 고등학교에 있을 때와 군대에 있을 때 조기유학을 갔다 온 사람이 주위에 있었다. 이들은 약 2년 정도 외국에서 살다 왔다. 그들은 입버릇처럼 미국은 어떤데 한국은 어떻다는 식으로 항상 미국의 문화와 관습이 우리의 것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바로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은 우리나라말 쓰는 것을 금지시키고 일본어를 사용하게 했다. 그 나라의 언어가 곧 민족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초 중등 단계는 아직 우리나라말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단계이다. 아직 국어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느끼지 못하는 시기이고 우리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가치관도 형성이 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해외에 나가게 돼서 배우는 외국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머릿속에 자리 잡게 하고 우리의 것이 차지하는 부분은 차츰 줄어들게 된다. 조기유학 자체가 외국어를 배우기 위함이고 아주 부유층 가정이 아닌 이상 재정적인 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는 아이가 최단시간에 효과를 보이기를 원한다. 외국어만 사용하길 원하고 빨리 그 나라의 문화를 익혀 좀 더 자연스러운 외국어를 구사하기 원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의 문화가 1순위가 되고 아이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게 된다.

쉽지 않은 적응기

조기유학 경험자들이나 관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현지에 적응하는 문제이다. 언뜻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조기유학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가장 큰 문제이다. 성인이 된 후 유학을 가도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지적응에 실패하여 중간에 돌아오거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행동이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초 중등 단계의 학생이 부모님과 친구들 없이 적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다수의 조기유학생들이 외로움으로 중간에 돌아오거나 한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려 지낸다. 또한 집안에서만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지적응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인종차별이다. 조기유학을 가는 나이또래의 아이들은 해외나 국내에서나 자신들과 다른 아이들에게 관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시기에 서양인 속의 동양인은 따돌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쉽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시기에 이런 일을 겪으면 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잦은 무시와 멸시를 겪으면서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외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로 발전하기도 한다.

외로운 기러기 아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시기에 유학을 보내는 것은 많은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버지 둘 중 한명이 같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중 경제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 아버지가 한국에 남게 되고 어머니는 자녀를 따라 해외에 간다. 한국에 혼자 남게 되는 아버지를 ‘기러기 아빠’라고 부르며, 그 수의 증가로 인해 사회문제로까지 발전됐다. 해외에 가족들을 보내놓고 혼자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는 고질적인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기러기 아빠의 자살에 관한 뉴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항상 아내와 자녀를 그리워하며 떨어져 지내며 돈만 보내는 상황에서 가족에서 나의 존재감에 대해 자괴감을 가지고 있고 심한 경우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화만사성’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중장년의 가정이 흔들리면 나라도 흔들리게 된다. 조기 유학은 나라를 위해, 가정의 위해서라도 자제해야 한다.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사람의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가면 다 애국자가 돼서 온다는 말은 물론 생활환경 탓도 있겠지만 외국에선 개체가 아닌 한국인으로 우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문화의 우수성과 문화 관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조기유학을 갈 경우에는 모국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과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리문화와 언어를 제대로 알고 난 후에 외국에 나간다면 더 분별력 있는 태도로 배우고 생활할 수 있다. 이른 나이에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결코 늦지 않는다. 조기유학보다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게 하고 가슴속에 한국을 자리 잡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