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société> Fabien de Sarthe기자는 지난 겨울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프랑스 및 유럽 전역의 반대 시위 열풍을 보도해 2010년 프랑스 기자협회가 선정한올해의 기자상을 차지한 유명 저널리스트다. 대선 공약이었던반값 등록금이 한국 사회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과 1000여 명 규모의 소수의 반대 시위를 제외하고 별다른액션이 없는 대학생들을 취재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아래 대담은 한국 유명 사학의 재단 홍보처장 A씨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환장한 등록금의 나라>의 저자 B가 나눈 짧은 대담이다.



 














                                                                ⓒ 경향신문 박민규 기자



 


B : 사실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시피 하니,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직접 돈을 내는 대학생들 조차도 등록금 인상폭에 무감각해진 게 사실이다. 사실 총학이나 일부 사회단체에서 등록금을 내리기 위한 전방위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불리한 인상 폭을 내리기 보단동결이라는 카드를 제시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큰 아량을 베푼 것처럼 말한다.


A : 대학 재정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이만큼 고속 성장을 하게 된 데에는 교육의 힘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직 한국의 대학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그 경쟁력을 갖기 위해 재단에서는 출혈을 감수하고 무리한 확장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 근거로 제시하곤 하는 유럽의 사립대학 재정 상태도 최근 매우 경직된 상태다. 무상 혹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선 그만큼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것인데, 최근에는 아시아 권역의 유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가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안다.


 


영국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나온 노인이 든 피켓, ‘I WILL FIGHT FOR MY GRANDSON’





B : 유럽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해야겠다. 오지도 않은 금융위기를 들어 설명하고, 최악의 가정만을 해대며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사학재단의 뻔뻔함은 오래도록 봐왔기에, 나는현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사실 한국 대학생들은 장학금 혜택이나 국민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수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한국 대학생의 약 78%는 사립대 등록금을 내는 반면, 세계 최고의 등록금을 낸다는 미국 대학생들의 67% 가량이 국공립대 등록금을 내기 때문이다. 숫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은 2006/2007년 기준 8500달러, 미국 국공립대 등록금은 6500달러였다. 유럽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순 있겠지만, 최소한폭등했다고 말씀하신 유럽 몇 개국의 수준까지만 내린다고 하여도 전국민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F : 유럽 대학교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사실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프랑스나 독일은 올해 고등교육 예산을 각각 5.3% 9% 늘렸다. 프랑스에서는 평균적으로 1년에 약 60만원만 내면 누구나 대학을 다닐 수 있는데, 사실 우파 사르코지 정권이 집권한 이래 저렴한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생 1명마다 최대 1816만원의 보조금이 투입된다는 사실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에서는 얼마 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지만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영국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A :
사실 그 동안천국으로 불렸던 유럽 전체가 유학생에게도 엄격해진다는 인상이다. 대학 무상 교육으로 유명한 스웨덴과 핀란드조차 비EU 출신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일부 받기로 결정한 상태다. 독일의 경우 역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부 지원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미국 대학은 학생들의 고혈을 짜내고, 미국식 대학을 표방하는 우리도 그렇다고 흔히들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유럽의 대학들 역시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B : A가 무언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사실 한국 대학 등록금의 근본적 병폐는무분별한 대학의 수에서 기인한다. 과연 인구 12억의 중국의 대학교 수와 한국의 대학교 수가 엇비슷하고, 중세시대 부터 대학교육이 융성한 인구 6천만의 프랑스의 대학생 수가 한국보다 적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대학교가규모의 확장에 미쳤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을까?

F : 한국의 인구대비 대학교 수가 OECD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교가 많더라도 특성화된 교육기관으로 육성한다면 오히려 ‘인적자원’이 훌륭한 한국에는 알맞는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B : 그 반대다. 한국 대학교가 경쟁력을 갖는 방법은 국공립대학을 지원하고 사립대학의 난립을 억제해 전체 대학교의 질을 높이는 길 뿐이다. 지금처럼 전체 입시대상자의 5분의 4 이상이 대학교를 가는 현실에선 대학평가 하위에 속하는 대학교들이 뻔뻔하게 높은 등록금을 요구하는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 사립 대학의 난립은 사회를대학 나오지 않으면 취직을 못하는취업불구자 양성소로 전락시켰고 대다수 국공립대가 위치한 지방의 경제를 파탄시켰다. 이는 서울로 향하는 거대한 인구이동을 가속화 시켜 수도권 과밀화와 전세 대란 등 갖가지 부동산 문제, 교통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지방의 공동화, 지방 기업들의 인력난 및 붕괴를 가져왔다. 문제는 이 같이난립수준에 이른 사립대학들이과연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대다수 대학재단이 대학 교직원의 후생복리를 위한 교직원용 연금, 의료보험료 등에 쓰기 위해 대학재단이 대학 회계에 납입하도록 규정된 법정 부담금인법정부담전입금 1억원 미만 혹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학교법인이 마땅히 내야 할 몫을 사학연금법 제47조와 국민건강보험법 제67조에 규정된법정부담전입금은 학교 경영자가 부담금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에는 부족액을 학교에서 부담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이용,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해왔다는 것이다.



A : 지난친 일반화다. 마치 모든 대학교가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신다. 실제로 몇몇 대학교는 재정 적자로 문을 닫기도 한다. 물론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고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대학교 재정 상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해외 유학생 유치 등의 자구책을 나름 펼쳐 온 대학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B : 대학 재단이 자신들의 복리 후생에 쓰이는법정부담전입금마저 학생들이 낸 수업료로 충당하고 있다는데 더 무슨 이야기가 필요할까? 단순히 새로 건물 짓고 교수 임용 확대하고 연구료 지원하는데 재정이 쓰인다면 모를까.



F : 대학 재단도부익부, 빈익빈이 형성되는 것일까? 몇일 전 본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9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총 69493억원으로 집계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이화여대가 6280억원의 누적적립금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홍익대 4857억원, 연세대 3907억원, 수원대 2575억원, 동덕여대 2410억원, 고려대 2305억원 순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적립금 1위를 차지한 이화여대는 2011년 등록금 순위에서 평균 869만원으로 6위를, 누적적립금 3위의 연세대는 등록금 순위 5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돈이 없어 돈을 걷는다는 논리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주요 사립대학의 전입금 총계와 누적 적립금 현황



A : 대학 재정은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 재정이 건실하다고 해서 10년 후 미래의 대학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옥스퍼드와 하버드가 수백년간 세계적인 대학으로 인정받는 것은 동문들의 활발한 사회활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 재단의 탁월한 경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적 여유는 경영활동의 전제조건이다.



B : 물론, 한국의 사학도 세계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볼모로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의 미래가치를 빼앗아 가는 것은 역설적으로 해당 대학의 경쟁력에는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하버드의 사례를 드셨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등록금을 책정한 미국, 영국의 대학들도 재정을 상당 부분을 기부에 의지하고 있다. 과연 국내 대학들이 그런 점을 따라갈 수 있을까? 수십 년 간 대학 재정이라면 오로지 학생들의 호주머니에 기대 온 그들이 말이다.


F : 두 분의 말씀 잘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대학생들이 영국, 프랑스 대학생들의 반대 시위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 지 굉장히 궁금하다. 정치권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 건 현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는 이유를 본다면 한국 대학생의 분노도 상당한 듯 하다. 교육은 권력이 될 수 없다. 최초의 대학인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교는 학생들이 길드(자유단체)를 조직해 교수를 초빙하였다. 배움의 덕목을 아는 것이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의 주인이 누구냐는 물음에 현재 한국의 대학과 학생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그 어느 누가 대학교의 주인을방하더라도 결국 ‘학문’이 가장 궁극적인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대학교의 유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교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대담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