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보궐선거 결과로 김해시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반MB 전선에 있던 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다음 아고라 같은 진보성향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비난 여론이 더욱 거셌다. 한 누리꾼은 유명 포털사이트에 아무래도 김해지역인간들 참 선거 장난으로 한 거 같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간혹 김해시민들을 옹호하는 의견도 보이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화살의 방향은 김해시민은 물론 시민들을 옹호하는 이들에게도 향해 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여론에 색깔론의 냄새가 풍기고 있다. 비난 여론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은 당면한 복지정책에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는 한나라당과 다를 게 뭐냐고 주장한다.

 

김해시민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반MB를 외치던 이들이 느낀 배신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4.27재보선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의 무대라고 평가받았다. 한나라당에게 천국 아래 분당인 곳 까지 민주당이 승리했다. 특히 김해을은 김해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데다가 노 전 대통령의 적자라 평가 받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전면에 나서 이봉수 후보의 우세가 점쳐 졌던 곳이다. 그러나 김해을의 선거결과는 전반적인 선거결과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이 더 큰 배신감을 느껴 심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김해을의 선거결과를 논하는 자리는 감정만 존재하는 공간이 되었다. 더 중요해 보이는 유시민 대표의 문제, 야권연대의 한계 등, 이성적으로 패배의 원인을 통찰하는 일은 나중에서야 이루어졌다.


 

 

우리 안의 한나라

  

김해을의 투표율은 41.6%였다. 그중 김태호 후보가 51%, 이봉수 후보가 4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해시민들을 비난하는 여론의 맹점이 여기에 있다. 두 후보의 격차는 680, 퍼센테이지로 따지면 2%에 불과하다. 투표자중 김태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21%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해을은 김해시의 선거구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비난의 대상은 김해시민들이다. MB를 표방하는 이들은 그들이 비난하고 싶은 일부를 김해시민으로 일반화하는 논리적 오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그들이 생각하기에 올바르게 투표했다고 느껴지20%의 유권자들도 면죄부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반면 야당이 승리한 타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투표했던 이들까지도 깨어있는 ○○시민, △△도민이라 칭해지며 찬사를 받고 있다.

 


비난 여론의 문제점은 더 제기된다. 바로 비난 여론의 레토릭이 한나라당의 색깔론을 닮았다는 것이다. 복지정책을 물고 늘어졌던 한나라당의 색깔론은 재·보선에서도 여지없었다. 분당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손학규 후보를 좌파라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색깔론의 핵심은 야당의 인물이나 정책을 배제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여기에 대다수 동의한다. ‘좌파라는 규정은 이승만 정부부터 친미보수 정권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들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색깔론이 김해시민 비난 여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단지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논리적 근거 없이 김해을의 유권자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록 배제의 대상과 색깔은 다르지만 이곳에서도 타인의 생각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다. 매카시즘의 논리가 작용하는 탓이다.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엄습하다

 

《문화과학》 편집위원회는 2009년 여름호에서 “7대 미디어 악법이 2009년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 ‘위로부터의 파시즘’의 등장 가능성은 이번 6월과 이후 국회에서의 악법 통과 여부에 달려 있다”(“역사적 파시즘과 ‘파시즘X’”)고 경고했다. 핵심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정책 입법안의 통과 과정에 있었다. 정부와 국회 국민사이에는 이성적인 소통과 타협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반MB에 있는 이들 또한 소수의 의견을 감정적으로 비난하거나 혹은 이런 분위기를 묵인하고 있다. 그들은 야당연합의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타인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양 행동하고 있다. 전체주의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도 된다는 말을 인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곳에서 전체주의가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높다. 김해 시 비난 여론에서도 전체주의가 등장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파시즘의 저자 로버트 팩스턴은 전체주의는 생물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림자는 본인도 모르게 생겨난다. 실체를 잡아먹는 것도 자연스럽다. 자칭 진보라는 이들 또한 자신의 안에서 전체주의가 번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