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고진이야~”, “고마운게 아니라 영광인거야!” 모든 일에 자신의 이름부터 내세우는 남자 독고진. 안하무인 행동을 해도, 남들에게 심한 말을 해도 이 남자의 캐릭터는 호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겉으로만 봐도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독고진. 나르시시즘에 흠뻑 빠져서 모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캐릭터. 긍정적으로 보면 자존감이 높은 캐릭터지만 달리 보면 자만심이 넘치는 캐릭터로도 보이는데, 많은 사람들은 독고진을 미워하기는 커녕 최고의 사랑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왜 대중들은 자아도취에 흠뻑 빠진 독고진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들의 자아도취를 인정하는 이유


오늘 날의 대중들은 드라마 속 자아도취형 인물에게만 관대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연예인들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무한도전>에 출연해 자신을 음악의 신이라고 말한 정재형, <나는 가수다>에서 자칭 비주얼 가수로 통하는 김범수가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낸 연예인들은 많았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들 모두에게 호감을 표현하진 않는다. 그만큼 자아도취에 빠진 연예인들 중에서도 대중들이 인정하는 이들과 아닌 이들이 구별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정재형, 김범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정재형은 1995년에 데뷔 한 후 오랫동안 가수 생활을 해왔지만, 정작 자신을 알린 것은 음악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의 성격이었다. 소심한 말투, 다른 가수들에 대한 시기심을 그대로 표현하는 등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그는 어떻게 보면 배려심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가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작곡하고, 다큐멘터리에서 음악 감독을 맡는 등 자신의 분야에서 진지함을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매력을 느꼈다. 정재형이 방송에 나간 뒤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중 하나가 정재형 학력이었다. 그가 얼마나 음악을 공부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등 음악이라는 분야의 전문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그가 다른 가수들에 대해 나타내는 질투, 자기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부정적이지 않고 매우 긍정적인 모습으로 평가됐다.


 


김범수 또한 마찬가지다. 데뷔 후 13년 동안 본의 아니게 얼굴 없는 가수였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갖고, ‘비주얼 가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범수 역시 외모만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면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중들은 나는 가수다무대에서 김범수가 보여준 가수로서의 가창력,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모습 등을 접하면서 김범수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이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내가 잘났다고 대중들에게 외칠 근거가 충분히 존재한다. 자아도취를 드러내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호감형 인물이 있듯, 공감할 수 없는 것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드러낼 경우 대중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는다.  


 


나도 잘났다고 말하고 싶어


대중들이 자아도취 연예인을 인정하는 또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들 수 있다. 사실 김범수와 정재형의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재능, 가창력 등 그들의 성격과 능력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에는 관심 받지 못했고, 2011년 현재에는 열렬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연예인이 주목 받는 이유에는 시대상의 특징이 반영된다.  한국인의 자화상 드라마를 쓴 이영미 작가는 특정 연예인의 주목현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결국 한 시대에 특정 스타가 탄생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대중예술 수용자들이 특정 방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말하는 인간에 대해 공통적으로 호감을 느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수용자 대중의 욕구, 욕망에 대중이 동의하여 이를
선택함으로써 스타는 탄생하고 지속되며
, 따라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는, 그 시대 대중들의 욕구, 욕망, 취향과 사회 심리의 응집체이다.


대중들은 자신을 스스로 높이고, 자신감에 찬 연예인들을 통해 대리만족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TV와 인터넷에서 조명하는,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성공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들의 성공을 인정한다. 대중들이 봤을 때 이미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고 어느 정도 지위에 올랐는데, 이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잡을 수도 없는 사람들과 그들과의 비교로 인해 점점 낮아지는 대중들의 자존감. 그런데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났다고 외치는 특이한 사람들이 나타났고 대중들은 그런 이들을 신선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의 자존감 높은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자기 안의 희망을 찾기도 한다.


 


요즘 2NE1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노래가 인기다. 이제 자신을 유별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비난 받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늘 부족해 더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성공한 사람들만 조명하는 사회로 인해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구조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좌절한다. 하지만 그런 대중들 앞에 나타난 자아도취 인물형을 보며, 나도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 잘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높여 잘난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게 되기도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대중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의미에서 나르시시즘에 푹 빠진 이들은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영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