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외계인을 믿는가?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이러한 질문들은 충분히 쉽게 접할 수 있다. 지구에 사는 지구인 이외의, 우주 밖에 사는 미지의 존재를 일컫는 외계인. 솔직히 주변에 외계인을 봤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뻥’일 확률이 99퍼센트 일 것이다. 그 정도로 외계인의 존재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세상이고 외계인 따위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유달리 외계인의 존재 여부에 열렬한 관심과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있으니, 비록 소수이지만 밤하늘을 바라보며 외계인과의 조우를 꿈꾸는 이들, ‘외계인 덕후’ 다. 그럼 외계인 덕후들이 외계인과 만난다면? 아니, 그들이 외계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황당한 외계인 폴>이 바로 이런 상황을 그려낸 영화다.





아마추어 SF소설가인 클라이브(닉 프로스트)와 SF일러스터 그램(사이몬 페그)은 미국의 외계인과 관련된 관광명소들을 순례하는 외계인 덕후들이다. 그런 그들은 우연히 길 위에서 정부요원들로부터 도망치던 외계인 ‘폴’을 만나게 된다. 안드로메다 북쪽 나선 팔 M클래스의 행성에서 온 그의 모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극히 외계인이지만 오히려 언행은 인간을 뺨치는 수준이다. 클라이브와 그램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외계인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에 그들은 놀라 말을 잃고 만다. 하지만 정부요원들로부터 쫓긴다는 폴의 애절한 사정을 들은 그들은 그의 도망을 도와주기로 결정한다.

속세에 물든 폴이 주는 웃음



일종의 로드 무비라 할 수 있는 <황당한 외계인 폴>은 클라이브와 그램, 그리고 폴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예측 불허의 사건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긴장감을 주면서도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그 유쾌함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일단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최고의 명콤비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맡았기 때문일 듯하다. 두 콤비는 연기뿐만이 아니라 직접 각본까지 맡아 영화안의 그들의 연기는 상당한 자연스러움을 보여줬다. 그 정도로 그들만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우리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가 유쾌한 결정적 이유는 두 인간이 아닌 외계인 ‘폴’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폴이 내뱉는 말은 욕과 성적인 농담으로 가득 차 있다. 신비에 쌓인 외계인을 상상해 왔던 클라이브와 그램에게는 그의 모습이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폴의 따듯한 말과 조언들은 어딘가 부족한 지구인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추가적으로 숨은 SF영화 패러디 장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뺄 수 없다. 영화 <프레데터>에 나오는 외계인을 따라하는 폴부터 영화 <미지와의 조우>에 나오는 배경음악까지, 아기자기한 영화 속 패러디들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카메오로 등장한 영화 에일리언의 히로인 시고니 위버가 폴을 잡으러 다니는 정부요원들의 대장으로 나오고 폴에게 영화 상담을 받는 감독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짜 목소리도 등장한다. 이처럼 이들의 깜짝 등장은 감탄과 함께 반가움을 불러온다.



기존의 SF영화와는 다른 SF영화



<황당한 외계인: 폴>은 확실히 기존의 SF영화에서 보기 힘든 모습들을 보여준다. 보통 영화에서 외계인이나 괴물의 정체는 절대 예고편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는 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떡하니 포스터에까지 그의 모습을 당당히 보여준다. 마치 영화속의 쿨한 폴의 성격처럼 말이다.


 





또 <황당한 외계인: 폴>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폴을 중심으로 엮여진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다. 기존 SF영화에서 나오는 ‘외계인-군인’, ‘외계인- 정보요원’, ‘외계인-목격자’ 같은 식상한 관계들이 아닌 무려 네 유형의 복합적 관계는 확실히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먼저 첫 번째 유형인 외계인 덕후, 클라이브와 그램은 외계인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리고 독실한 크리스천이 두 번째 유형의 인물이다. 신께서는 오직 인간만을 창조하셨으며 이외의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는 믿음은 외계의 존재를 믿는 클라이브와 그램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세 번째 유형으로 폴과 그의 일행을 추적하는 정부 요원들이 있다. 외계인은 단순히 이용가치만이 존재할 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없다고 믿는 이들이다. 마지막 네 번째 유형인 목격자는 폴을 봤지만 주변의 시선과 놀림으로 60년이나 스스로 본 것을 부정해온 인물이다. 이와 같이 실제로 외계인과 관련되어 존재할 수 있는 인물 유형들을 영화 속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각 유형들의 모습들을 잘 표현해낸 배우들의 연기와 이미지도 한 몫 했다. 폴과의 관계 속에 형성된 인물들의 균형과 조화를 눈여겨본다면 영화의 숨겨진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커버린 당신에게



어렸을 때, 동심과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E. T를 보았던 자신을 떠올려보라. E. T를 대하는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은 마치 이전의 자신과 같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순수 자체의 어린이도 사회를 살아가면서 변해버릴 것은 당연하다. 마치 지금의 당신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성인용 E. T’로 불리는 폴을 만나보는 것은 어떤가? 성숙해 버린 E.T 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폴과 함께 어른스러운 여행을 떠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나름 낭만적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브와 그램이 폴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쓴 소설 ‘PAUL’ 의 제목 밑에 이러한 작은 글귀가 써져 있다.



‘Sometimes it’s nice to feel a little alien’



가끔 이 작은 외계인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우리 모두 폴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