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돌 팬들에게 질타를 받는 정부기관하면 어딜까. 바로 여성가족부다. 맙소사. 여성들의 인권과 화목한 가정의 유지를 위해 존재해야할 여성가족부가 어째서 아이돌 팬들에게 돌을 맞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신곡 ‘비가 오는 날엔’을 유해매체로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흠흠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 이 부분의 구절이 청소년에게 음주를 권장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술이 곧 약물과 직결돼 청소년들이 듣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제 ‘비가 오는 날엔’을 온라인에서 듣기위해서는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며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음반의 경우 19금 빨간 딱지가 붙이게 된다. 비스트 팬의 대부분인 10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우리 오빠들 노래 이제 어떻게 들어! “ 라고 울부짖는 비스트 팬들의 절규가 들릴 것만 같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술을 유해 약물로 취급해 버리는 넓은 포부와 ‘술‘이 들어간 수많은 노래 중 ’비가 오는 날엔‘를 콕 집어낸 예리함까지.

 현재 비스트 팬들은 다음 아고라에서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서명운동에 비스트 팬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수의 팬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왜냐. 여성가족부가 비스트의 노래만 건드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노래들 중에 몇 곡만 추려서 보자. 허영생의 ‘Out the club’ 백지영의 ‘아이 캔트 드링크’ , 박재범의 ‘Don’t let go’ 애프터스쿨 ‘Funky man’ 이 곡들 모두 선정적이거나 술이나 유흥업소와 같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판정을 받았다. 여성가족부는 이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래라는 문화의 특성상 은유적인 가사를 지닐 수 있는데 이것을 굳이 해석하여 유해매체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워낙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 유해매체판정을 받은 대부분의 노래들이 판정을 받기 전에 발표되어 각종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과거 비의 노래 ‘Rainism’이나 동방신기의 ‘Mirotic’이 유해판정으로 떠들썩했었다. 둘다 노래 가사에 나온 단어의 의미가 성적인 행위를 묘사한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깨끗한 해결을 보지 못한 상태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가 되살아난 것일까. 이전에도 그랬고 요즘에도 그러듯이 왜 이렇게 대한민국은 노래들을 못살게 구는지 의구심이 든다.

얼마 전 필자는 미국의 유명 팝가수 리한나가 NBC의 투데이 쇼에서 라이브로 부른 노래를 본 적이 있다. 리한나는 당당한 모습으로 대낮에 뉴욕 도시를 거닐며 그녀의 신곡 S&M을 선보였다. 그것도 라이브 방송에서 말이다. 자 여기 S&M의 가사이다.







Cause I may be bad, but I’m perfectly good at it
난 못됐지만 그 짓은 너무 잘하거든

Sex in the air, I don’t care, I love the smell of it
무방비한 섹스, 근데 괜찮아, 난 그 향이 너무 좋아

Sticks and stones may break my bones
막대기와 바위가 내 뼈를 부술수 있지

But chains and whips excite me
하지만 체인과 채찍은 날 흥분시켜




차마 해석하기도 민망한 노래이다. 성적흥분을 느끼는 정신 상태를 의미하는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함유된 이 노래를 생방송으로 , 그것도 대낮에 ,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부른다는 것은 우리나라로써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물론 문화적 차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러한 성적인 노래를 허용하는 것은 성적으로 개방돼서 라기 보다는 노래에 담겨 있는 ‘표현의 자유’ 자체를 존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봐라. 자유와 일탈, 그 어떠한 틀에 잡힌 것을 지양하는 것이 요즘 문화의 흐름이다. 자유롭게 벽에 휘갈긴 그라피티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G20포스터에 그라피티 좀 그렸다고 법정에 넘겨지고 노래 가사에 술이 들어가 있다고 빨간 딱지를 붙이기까지 한다. 안타깝게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여전히 후진국이다.



실효성이 결여된 ‘뒷북치기’식의 유해매체 판정은 그저 ‘심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수들이 피, 땀, 눈물 모두 흘려가며 열심히 연습한 곡에 이러한 심술을 부리는 것은 좀 심하지 않는가? 항상 그래왔듯이 기시감이 느껴지는 유해매체판결에 씁쓸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