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이번 방학을 계기로 10박 11일의 단기 해외 자원 활동을 다녀오기로 했다. 공짜로 해외에 나간다는 뿌듯함과 낯선 곳에서 펼칠 자원활동에 대한 설렘을 안고 제 3세계 국가에 도착했다. 그렇게 시작된 자원활동. 제일 먼저 그는 다른 단원과 함께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팀원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기본적인 한국말을 가르쳤다. 더듬더듬 따라 하는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다음에 이어진 벽화 그리기 활동. 학교 담장에 호랑이, 꽃과 나비, 토끼, 해와 같은 여러 이미지들을 그려 넣었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우리는 기념으로 우리 팀원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마지막 날, 자원 활동을 마무리 지을 파티에서 교육활동 때 가르쳤던 한국의 전통악기를 연주했다. 모든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샘솟는다.”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해외 자원 활동 프로그램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예화는 해외 자원 활동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참여자 중심의 자원 활동, 누구를 위한 자원 활동인가?


 자원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원 활동이 이뤄질 지역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해외 자원 활동은 가서 무작정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 교감을 나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해당지역의 문화나 생활을 간단하게라도 숙지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해당지역의 간단한 인사말이나 현지음식을 알아간다면 지역주민과의 친분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주최측은 지역주민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사전조사를 시행하고, 그 내용을 자원 활동 참여자에게 교육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최측과 참여자들이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하여야 한다. 물론 그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100%로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역주민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다는 것에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즉,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에 앞서 해당 지역과 지역주민을 알고, 동시에 우리를 아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시로 언급된 자원 활동은 지역주민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 의지가 결여된 채, 지나치게 참여자 중심으로 기획되어 있다. 한글을 배우는 것이 제 3세계 빈곤 어린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전통악기와 전통 무예를 가르치는 것이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까? 자원 활동은 자국의 문화 전파자가 아니다. 안정적으로 식량을 보급받지 못하고, 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지역주민들에게 이런 활동은 실질적으로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벽화를 그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막지역의 학교 담장에 그려진 토끼나 야자수와 같이, 한국 자원 활동 참여자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참여자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진정성이 결여된 해외 자원 활동은 Show에 불과하다


  이러한 자원 활동 행태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참여자 자신에게도 어떠한 이로움도 남겨주지 못한다. 자원 활동 팀의 파견 비용이면 현지에서는 학교 하나를 만들어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돈을 써가면서 해외현장으로 직접 가는 것일까?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내적으로 성숙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활동에는 그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기회가 없다. 지역주민들과 참여자들 모두 아무런 이로움을 얻지 못하는 이런 활동은 그저 흥미 위주의 일회적인 놀음에 불과하게 된다.


 주최측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활동을 이끄는 주최가 기업이라면 장기적인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윤 추구를 제일의 목표로 삼는 기업이 해외 자원 활동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홍보효과 때문이다. 기업의 이름을 내걸은 대학생 해외 자원 활동활동은 기업의 공익적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대학생의 젊은 이미지를 기업에 대입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홍보 효과를 고려하기에 앞서, 자원 활동의 본래 의의를 고려하고 학생들이 보다 진정성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위와 같이 이뤄지는 활동을 통해 행해지는 홍보는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껍데기 속에 아무런 알맹이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이미지의 타격은 홍보 효과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위의 예시와 같은 자원 활동은 SHOW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 SHOW에서 지역주민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자의 즐거움과 보람을 포장하기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 곳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꼭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들과 그저 함께 살고 온다는 마음으로 다녀오셨으면 해요.”


 해외 자원 활동을 다녀온 한 참여자의 말이다. 이 참여자의 이야기처럼, 자원 활동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함께 나누고 웃으며 머물다 오는 것일지 모른다. 자원 활동을 하러 해외로 떠나기에 앞서, 기획했던 프로그램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웃으며 머물다 올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