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불치병, 죽음은 막장 드라마를 이루는 핵심요소다. 드라마 시티헌터에는 불륜도 등장하고 불치병도 등장하고 죽음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막장이 아니다. 백혈병에 걸린 윤성(이민호)의 어머니(김미숙)는 대통령(천호진)과 내연관계에 있으며 시티헌터를 쫓던 검사(이준혁)와 피를 부르는 복수를 꿈꾸던 스티브 리(김상중)는 결국 죽는다. 보통의 막장 드라마의 공식대로 전개되었다면 백혈병으로 인해 엄마는 죽게 되고 대통령은 부패한 도덕성을 이유로 쫓겨난다. 검사는 부친을 궁지에 몰아넣은 시티헌터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고 시티헌터는 파멸하게 될 것이다.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막장 드라마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휴머니즘 덕분이었다. 윤성(이민호)이 복수를 감행하는 방식은 인간적이다. 부패를 낱낱이 파헤친 후 검찰에 보낸 후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검사(이준혁)는 지연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정의구현에 힘쓰고 아버지의 과오를 씻기 위해 키다리 아저씨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드라마의 주축을 이루는 휴머니즘의 선봉에 두 인물이 있기에 드라마는 막장의 골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다. 나나(박민영)가 윤성(이민호)이 자라온 환경과 처지를 이해하며 윤성의 표현하지 않는 사랑, 드러내지 않는 사랑을 헤아리는 대목에서 나나의 휴머니티가 부각되기도 한다.






과하지 않은 로맨스가
로맨스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윤성(이민호)과 나나(박민영)의 로맨스가 지나치지 않은 점도 시티헌터의 장점이다. 시티헌터는 로맨스뿐만 아니라 액션, 사회비판 등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요소가 지나치면 없는 것만 못 하게 될 수도 있었다. 윤성(이민호)은 시티헌터와 청와대 직원으로서의 임무를, 나나(박민영)는 청와대 경호원 역할을 제대로 해 내면서 로맨스는 싹텄고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 있었다. 대통령 딸(구하라) 등장의 필요성에 대해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대통령 딸(구하라)은 두 사람의 만남을 우연적인 것이 아닌 개연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정당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밀당이 없는 대신 진실성이 있었다. 애써 감정을 숨기며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윤성(이민호)의 말에 나나(박민영)는 “내 감정은 내꺼지 이윤성씨한테 강요한 적 없잖아요.” 라며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무거운 사회비판 속에도
깨알 같은 웃음이 담긴 드라마



사회비판이라는 무거운 요소를 다룬 시티헌터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믹적 요소가 가미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공공의 적’ 의 강철중 검사와 부장검사의 대결구도를 표방한 김영주 검사(이준혁)와 부장검사의 다툼, 배식중 아저씨(김상호)와 윤성(이민호)의 알콩달콩 다툼, 신은아 경호관(양진성)과 고기준 사무관(이광수)의 모락모락 로맨스는 드라마의 무거움을 몇 스푼 덜어주었다. 무균실 앞에서 만난 꼬마 이름이 김윤식이라는 것을 알고 나나(박민영)가 낯익은 이름 같다며 웃음을 짓는 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전작 성균관 스캔들의 윤식(박민영)을 연상하게 하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시티헌터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일까. 시티헌터의 매 회가 거듭될수록 드라마 속에 박제된 시티헌터를 현실 속에 대입하는 증상은 되풀이되었다. 스릴감과 함께 통쾌함을 선사해 주었던 시티헌터의 종영 이후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시티헌터’ 가 떠오르곤 한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수상한 땅거래나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는 희망버스 기획단을 보면서 시티헌터가 떠올랐던 것은 왜일까. ‘꽃보다 남자’ 만큼의 신드롬을 일으키지도 못했고 ‘성균관 스캔들’ 만큼의 어록을 남기지도 못했지만 드라마 ‘시티헌터’ 는 우리에게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남겼다. 막장 드라마들 틈 사이에서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할 하나의 가능성과 제2의 시티헌터가 탄생할 다른 하나의 가능성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