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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나요? – 3차 희망버스 동행기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이 부산시 영도구에 있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 부당한 정리해고의 철회를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206일 째 되던 7월 30일 오후 6시. 전국 50여 개 도시, 1만 5천 명의 각계 인사 및 시민들(희망버스기획단 추산, 경찰추산 5천여 명)이 세 번째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역 앞 광장에 다시 모였다. 부산지역 고함이도 각자 사진기나 수첩을 챙겨들고 부산역으로 달려갔다. 바로 우리 코앞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 부산시내 48곳에 집회 신고를
7월 30일 오후 5시 40분, 부산역 앞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니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입구에 무리지어 서서 종이를 나눠주고 있었다. 고함이가 하나 받아서 내용을 읽어보니 ‘불순세력들은 한진중공업 불법폭력 反정부 투쟁을 당장 중단하라!’라고 적혀있었다. 한 어르신이 다가와 ‘젊은이가 좀 알려라!’라며 종이를 뭉텅이 째 건네주셨지만 정중히 사양한 뒤 부산역 광장으로 갔다.

 

30일 낮 5시 40분 부산역 앞 광장. 희망버스 행사로 설치된 무대에서 큰 음악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난간에 기대 광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이 항상 많은 부산역 앞이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순경들이 곳곳에서 무전기를 들고 광장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이 집중된 광장에는 각 정당, 시민단체들의 플래카드와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광장의 한쪽에는 가설치된 무대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그 무대에는 <3차 희망버스 환영 문화한마당>이라고 적혀있었다.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전경들이 신분증을 검사하며 출입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늘 파란색 옷을 입어 ‘스머프’란 별명을 가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 준비위원회의 한 노조원이 부산시내 48곳에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라고 알려줬다.


#.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즐기는 ‘문화행사’ 열려
오후 6시 10분, 전라도 사투리가 구성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문화한마당’ 행사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부산역앞 광장이 사람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광장 곳곳에서는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청년광장’ 학생들의 T셔츠 판매나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국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는 민주당 부산시당 의원들의 서명운동 등이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 희망자전거 등을 타고 온 참가자들이 계속 도착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소속이 적힌 깃발을 높이 들고 광장으로 들어오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과 고통을 함께하는 ‘희망단식단’이 만들어놓은 ‘한마디 칠판’ 앞의 한 소녀. 무슨 글을 어떤 마음으로 적었을까?

‘문화한마당’행사는 비정규직 가수, 노래패, 연극단, 무용수, B-boy팀, 밴드들이 참가해 다양한 무대를 꾸몄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아빠 따라 나선 꼬맹이 친구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 학생들, 또 혼자 온 사람들, 어린 아기를 포대기에 감싸 안은 엄마,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는 연인들 그리고 부부들, 얼굴에 삶의 흔적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무대 위 공연에 집중하고 있다.

해가 저문 부산역 앞 광장. 아스팔트의 열기는 식어갔지만 행사 참가자들의 열의는 더욱 뜨거워졌다. 자신을 비정규직 가수라고 소개한 가수 김산 씨는 대표적 민중가요 중 하나인 ‘불나비’를 불렀다. ‘오 자유여, 오 기쁨이여, 오 평등이여, 오 평화여…’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박수치며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불렀다. 흥에 겨워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행사를 즐겼다.


#.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나요? 환호 받는 야당 정치인들
“사람이 희망이다, 김진숙을 살려내자. 우리가 희망이다, 조남호를 청문회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사회자의 선창으로 공연 중간마다 구호를 외치며 함성을 질렀다. 광장 가장자리에는 어느새 경찰이 설치한 노란색 ‘질서유지선’이 그어졌다. 공연 열기가 뜨거워질 때쯤 야당 대표 정치인 4명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다. 이들 중 이정희 대표가 “여러분,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으세요? 국민들이 이렇게 절규하고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저 무시해도 되는 세상, 바꾸고 싶으신 것 맞죠, 여러분!”이라고 외치자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정치인들의 등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조금 있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한가지는 분명해 보였다. 바로 저들이 우리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을거라는 믿음 말이다.   

 

무대 위로 올라온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 영도다리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버이연합
밤 11시가 되어 모든 문화 행사가 끝났다. 5시간의 긴 공연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는 광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사회자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한진중공업으로 나아갈 것을 요청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남포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다시 집결하자고 했다. 그곳은 영도다리 입구가 있는 곳이다. 그 때 ‘이 인원으로는 소용없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자신을 부산 연산동에 거주하는 시민이라고 밝힌 박민수(70) 어르신은, 이미 영도다리 입구에 영도주민이 동마다 200명씩 나와서 박스를 쌓아놓고 길을 차단하고 있고, 해병대 전우회, 고엽제 전우회, 새마을 협회, 새마을 부녀자회 등에서도 사람이 많이 나와 있다고 하신다. 그 후방으로 경찰들이 또 막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이 인원으로는 절대 못 지나간다고 하신다. 그리고 여기에 어린 아이들도 많은데 거기 가면 위험하다고 자신이 알려주러 왔다고 하신다. 손에 쥐고 계신 것을 여쭈어봤더니 머뭇거리다가 펼쳐 보여주신다. 그것은 머리띠였고, ‘버스시위대 결사 반대!라는 빨간 글자가 적혀있다.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따라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롯데백화점 출구 쪽으로 걸어가니 사람들의 구호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지상으로 올라가니 불 꺼진 롯데백화점 앞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막고 있는 건 검은 유니폼의 수많은 전경들이다. 영도다리 입구로 걸어 가봤다. 길 건너편에 82번 시내버스 한 대가 멈춰서 있다. 나중에 어떤 어르신들이 ‘좌파가 있다’며 지나가던 버스를 세우고 버스 안으로 들어가 안에 있는 시민들을 폭행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부산역 앞에서 수많은 영도주민이 나와 있을거라는 박민수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났다. 영도주민은 보이지 않고 머리띠를 두른 20여 명의 어르신들, 즉 어버이연합 어르신들만 보인다.

남포동 지하철역 앞 영도다리 입구, 수많은 경찰과 그들에 가로막혀있는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 봉래교차로 앞, 경찰에 막혀 우회, 또 우회
영도다리 찻길은 경찰들이 막고 있었지만 인도는 열려있다. 그 길을 통해 의외로 쉽게 영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는 길 앞뒤로 희망버스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을 따라 들어간지 40여 분 만인 밤 11시 50분께 한진중공업이 있는 태종로로 들어가는 입구인 봉래교차로 앞에 도착했다. 저 멀리 경찰이 만들어놓은 폴리스 라인과 살수차 두 대가 보인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나 싶었다. 우리보다 먼저 앞서서 들어온 것 같았다.

봉래교차로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마비가 됐고, 폴리스 라인 앞에서는 어버이연합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서로 욕설을 하며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우리는 7, 80년에 굶으면서 너희들 키웠다! 우리는 굶어도 되고 비정규직은 굶으면 안되나!’라고 하신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이거 해서 얼마 받으세요?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응수한다. 어버이연합 어르신들과 희망버스 참가자들 사이에 욕설이 오갔다. 흥분한 몇몇 사람들 얘기다.

7월 31일 오전 0시 8분. 살수차 한 대가 움직이고, 나머지 한 대에서는 물이 조금씩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잠깐이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폴리스 라인 앞을 피했다. 곧 폴리스 라인 뒤에서 전경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열을 갖추고 조금씩 전진하며 사람들을 인도로 밀어낸다. 어떤 사람이 우회로를 설명해준다. 경찰들이 막지 않은 길이 있다고 했다. 우회로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여 그들을 따라갔다. 우회로는 언덕길이었다. 그리고 골목길이었다. 곳곳이 경찰들로 막혀있었고, 그럴 때마다 또다른 우회로를 택했다.

골목마다 경찰들이 막고 서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다른 골목길로 들어갔다. 여름 밤 언덕길을 오르려니 무척 지친다 

가까운 어느 골목에서 고성이 들린다. 사람들을 따라 가보니 한 무리가 골목길로 내려온다. 보내주지 않는다고 경찰들에 항의한 모양이다. 밤늦게까지 열린 구멍가게에서 음료수를 사먹고 잠시 쉬었다. 곧 다른 무리를 따라 또다른 골목길로 들어갔다. 조용히, 발걸음은 빠르게 이동했다. 코 앞에 한진중공업으로 보이는 크레인들이 보이는데 나아가는 방향은 전혀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게 또 40여 분,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만한 골목길로 내려가고 있는데 앞서 갔던 사람이 한 명씩 떨어져서 조용히 내려오라 한다. 떨어져서 내려갔더니 전경 2명이 골목길 끝을 지키고 서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가니 그냥 보내준다.

밤새 외친 이 사람들의 희망 : 3차 희망버스 동행기<下>에서 이어집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고양이

    2011년 8월 20일 11:09

    재밌네요ㅋㅋ소설읽는기분이다막 빠져드네요 빨리 하편도 읽어야지!!

    • 썰스티

      2011년 8월 20일 15:06

      고양이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편 읽기 편하시도록 링크해놓았습니다! 다른 글들도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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