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신(神)으로 불리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SK와이번스의 감독인 야신(‘야구의 신’의 준말) 김성근이다. 그는 선수보다는 지도자 경험이 대부분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서, 특히 2007년부터 SK와이번스를 맡은 후로 특유의 선수 장악력 및 훈련법으로 꾸준히 리그의 최상위권 성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독주가 계속되다 보니,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쥐어짜는 야구“, “너무 죽기 살기로 이기려고만 한다“는 등의 시기 섞인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많은 야구팬들이 ‘너무 잘 나가는 1등’에 질투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 신선한 관심거리가 등장했다. 한화 이글스가 5월부터 뿜어내고 있는 ‘미친 존재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대화 감독이 있었고, 그는 ‘야구의 왕’이라는 뜻의 야왕으로 불리고 있다.
 

                                                                           <출처 – 네이버카페 ‘playball’ >

강호였던 이글스가 어쩌다가…
 

주축 선수인 김태균과 이범호가 FA(자유계약권)자격을 얻어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중심타선의 공백이 생긴 2009시즌부터 한화는 2년간 무기력한 모습으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물론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구단은 팀 재건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역시 한화는 4월 달에 6승 16패(0.273의 승률)를 기록하였다. 전문가들이 ‘정상적인 팀’이라면 거둘 수 있다는 최저 승률인 0.333보다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런데도 구단이 성의를 보이지 않자, 화가 난 대전 시민들은 “이글스는 한화(그룹)의 것이 아니라 대전 시민들의 것이다”라며 한밭야구장(한화 이글스 홈구장)을 중심으로 집단농성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나타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화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이글스의 김승연 단장은 프런트 직원들을 대폭 교체하고, 선수 영입에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의지의 일환으로, 작년에 롯데에서 방출된 ‘멕시칸 갈매기’ 카림 가르시아를 소속팀에 이적료까지 지불해가며 영입하는 베팅을 한 것이다. 결국 ‘멕시칸 독수리’가 된 가르시아는 복귀하자마자 가공할만한 활약을 펼치면서 한화 이글스의 ‘미친 존재감’을 더욱더 부채질했다. 4월 달의 소극적인 구단 행태였다면 생각도 못했을 시나리오였다.

이들을 이끈 야왕

4월달에 0.273의 승률에서 5월 달에는 정확히 5할 승률을 찍을 만큼 한화는 5월 이후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물론 선수들이 잘해서이다. 실제로 4월에 팀이 극도로 부진할 때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1~2시간씩 구장에 남아 연습을 더 하고 숙소에 복귀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뒤에는 이들을 이끌어 준 인물이 있었다. 바로 한대화 감독이다.

일단, 감독이라는 사람은 매일 앉아서 박수나 치고 찡그리기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일단 야구감독의 권한에 대해 알아보자. 야구팀에는 여러 종류의 코치가 존재한다. 투수코치, 타격코치, 배터리코치(투수와 포수의 호흡을 돕는 코치), 주루코치 및 각종 트레이너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감독이 있다. 지자체에 비유하자면, 각종 코치들은 작전 하달, 선수인사권(영입 및 교체, 방출) 등에 대한 심의, 의결(시의원, 구의원의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심의, 의결된 것들을 집행하는 것이 바로 감독(시장이나 구청장의 역할)이다. 요약하자면, 야구에서는 코치들이 무언가를 건의해도 최종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다. 한 팀에게 있어서 작전을 선택하고, 선수명단을 작성하고,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여 필요할 때는 지체 없이 교체해주는 등의 모든 최종 권한이 감독에게 있다. 그러므로 감독은 엄청난 권한만큼이나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고 시즌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은 올해 초에 롯데가 부진하자 협박 문제메시지를 하루에 400통 넘게 받았다고 한다. 권한에 따른 책임, 이것이 야구 감독이라는 자리의 실체다. 
 

'원조 해결사', 현재는 야왕으로 등극하여 다시 한번 '해결사' 역할 중이다.


야왕의 행적을 살펴보자.
한 감독은 대전 출신이다. 그런데, 선수 시절부터 고향인 대전을 위해서는 별로 한 일이 없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던 차에, 한화 감독직 제의가 들어와 선뜻 수락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팀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현역 시절 자신의 별명이 ‘해결사’였던 만큼 이번에도 고향 팀의 해결사가 되어서 팀을 멋지게 이끌고 싶었다. 하지만 첫 부임한 2009 시즌 최하위라는 성적을 맛보고 만다. 
그 후 팀 재건을 위해 꾸준히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게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현재 한화의 4번 타자 자리를 맡고 있는 최진행이다. 처음 그를 선발로 꾸준히 내세울 때만 해도 눈에 띄는 경력도 없는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한 감독의 행태를 팬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듬으면 크게 될 선수’ 라는 뚝심 하나로 현재는 한화 중심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KIA에서 방출되고 오갈 데가 없어져 버린 장성호를 한 감독이 구단에 끈질기게 요청하여 영입한 것이, 결국 현재 한화 중심타선의 틀이 되었다. 이들이 한화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세종대화, (야)왕의 남자 등등

4월에 한창 팀이 좋지 않을 때, 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좀 혼내고 싶어도, 다들 저렇게 열심히 하니 혼내지도 못하겠고…”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두 가지의 해석을 내놓았다. 하나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파이팅 메시지라는 것, 다른 하나는 객관적인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하소연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스포츠 팀의 감독은 웬만해서는 자기 팀의 전력이 아무리 약해도 약하다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자칫 팀의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 감독의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선수들은 5월부터 거짓말처럼 힘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리그 선두권의 강팀과 같은 안정적인 선발진, 찬스에서의 집중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야왕’급의 절묘한 한 감독의 용병술까지 더해지면서 한화는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관중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는 경기에도 진심이 담긴 박수를 받을 정도로 재미있는 야구를 펼치게 되었다.
 

필자가 회상하건데, 평일 대전 경기가 이렇게 북적거리는 시즌은 정말 몇 년만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야왕 신드롬을 두고 “요즘 친척뻘 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뿌듯하다”라며 미소지었다. 김 감독의 미소에는 말 자체의 의미보다, 야구 흥행에 이바지해준 한 감독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올해도 리그 최하위를 면하지 못할 거라는 주위의 예상을 뒤집고 있는 한화는 올해 프로야구의 외인구단으로 주목받고 있고, 다른 팀의 팬들에게까지 애정 어린 격려와 응원을 받고 있다. 아무리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프로의 세계이지만, 노력으로 가득 찬 야왕의 도전은 우리를 계속해서 즐겁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