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은 ‘대학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로 뜨겁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을 도저히 감당해내기 힘들어진 대학생들이 거리로 결국 나선 것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랐는데, 벌써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권의 표심잡기 도구가 되어 버렸다. 언론조차도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인해 본질을 잊고 있는 이 현안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자.

진학률 80%의 함정

대한민국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이다. 이 조그마한 땅에, 쓸만한 자원도 별로 없고, 주변 정세는 또 어찌나 복잡한가. 가진 것은 인적자원밖에 없어서인지 기술입국을 이룬 이후 대한민국은 엄청난 교육열이 사회를 지배했고, 배운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고방식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결국 우리나라는 80이라는 마법의 숫자를 달성했다. 바로 대학 진학률이다. 세계 어느 국가를 봐도 대학 진학률 80%는 전무후무한 수치이다. 80년대를 지나면서 40%정도였는데 90년대 들어서는 80%를 크게 웃돌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2002년에는 최초로 대학입학정원이 고졸 진학 희망자 수를 넘어섰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 때문인지 언론에서 부각되지는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말 그대로 교육인데 무조건 경제원리?

고등교육기관은 크게 국립(공립)과 사립이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국립대학의 정원이 전체의 17%에 지나지 않는다. 사립대학 정원이 8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등교육에 잔뜩 낀 거품을 보여주고 있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EU와의 FTA가 발효되어 관세 철폐가 이루어지고 있어 수입단가가 싸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제품들은 가격을 내리는가? 얼마를 부르든 팔리니깐 가격을 오히려 계속 올리고 있다는 뉴스를 언론에서 자주 접하곤 한다. 사립대 팽창, 등록금 인상의 관점도 이와 똑같다. 실제로 읍, 면 단위가 위치한 대학이라도 ‘졸업장’을 따기 위해 오는 사람이 있으니까 기고만장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는 돈은 사학재단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그럴수록 등록금만 경쟁적으로 점점 더 올라가서 마치 교육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사기업 같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학의 난립, 등록금의 인상, 거기에 부정한 등록금 유용에 대한 당국의 방관까지 합쳐져서 이제는 정말 손을 쓰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고등교육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인플레이션, 물가 오르는데만 쓰는 용어가 아니다.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잉학력에 대해서 저명한 사회학자들은 여러 가지 근거를 내놓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한민국 사회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받는 것이 바로 미국의 사회학자 콜린스(Randall Collins, 1941~)의 ‘지위경쟁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학력이 능력계발의 수단이 아닌 지위획득의 수단으로 인식하여 졸업장 획득에 매달린다. 이에 따라 졸업자 수가 증가하면 그것 자체가 또한 그 상위의 학력 획득을 부채질하며 이런 현상을 ‘졸업장 병(diploma disease)’이라고 명명한다. 

대한민국의 모습을 살펴보자. 대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직무에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약 78%가 수행하고 있는 직무는 대학 수업을 듣지 않았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응답했다.(2009년 조선일보 보도내용) 하고 싶은 직무에 필요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간판’이 더 필요한 우리나라의 사회풍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구직자들 말고도, 노량진 등지의 수많은 학생들이 범법행위 전과만 아니면 별다른 제한 사항이 없는 각종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즉, 졸업장이 별로 필요가 없다. 그 많은 등록금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단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 위한 사용료였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절실한 사학재단의 투명화

사립대학이 무조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교과부에서 강한 어조로 천명한 부실대학 선별 작업이 훨씬 빠른 시기에 이루어졌어야 한다. 대학이라는 곳은 교육기관이므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정부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부실한 곳에는 지원을 중단하고 잘하고 있는 대학에 그 지원을 몰아주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우리 국민의 혈세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대학까지 살려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MBC 피디수첩(2011년 6월 28일 방송분)에서 취재한 경기도 Y모 대학의 등록금 사용실태를 보고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정권 들어 ‘신자유주의’가 특히 강조되고 있다. 보편적 복지사회 구현을 우선으로 삼는 ‘자유주의’의 부족한 점을 경쟁에 의한 생존을 통해 보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교육에 적용하려면 초, 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서 강조되어야 한다. 과도하게 팽창되어 있는 고등교육에 적자생존의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여 소중한 국가재정과 인력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공정한 시선으로 부족한 곳에는 혹독한 채찍을, 잘하는 곳에는 격려를 해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대한민국의 필수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