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미스리플리>에서 주인공인 장미리는 동성애자인 일본 총리의 딸에게 ‘자신도 동성애자’라며 거짓말을 한다. 총리의 딸은 그 말에 속아 아버지 앞에 나타난다. 이 장면이 방영된 후 <미스리플리>는 “동성애자들을 모독하고, 문제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에 공개되는 동성애코드 영화·드라마 대부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미남들의, 미녀들의 애정이야기는 달짝지근하다. 그리고 가볍다. 동성애자라는 거짓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속아 넘어간다. 자신이 사랑하는 동성을 ‘쿨’하게 포기한다. 이런 모습들에 곡해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들은 계속 제작된다.   

동성애 ‘코드’ 작품들의 잉태 배경?

“결국 많은 관객, 높은 시청률 때문에 그런 작품들을 만드는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작품이 제작자들뿐만 아니라 관객, 시청자들에게도 나온다는 의미다.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 브라운관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막장이든 아니든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그만큼 높은 광고비를 수익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어쨌든 본다’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인 동성애 작품들이 동성애에 대해 깊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니겠냐는 의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작품들은 앞선 지적같이 동성애에 대한 왜곡까지 초래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가짜 게이가 주인공인 <개인의 취향>은 제목부터 동성애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동성애를 코드로 한 작품들의 인기는 높았다. <왕의 남자>는 1230만 명 쌍화점>은 37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미인도>는 23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007 퀸텀오브솔리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도 호평을 얻으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브라운관으로 가 보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커피프린스1호점>은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동성애코드로 인기를 끈 드라마는 <바람의 화원>, <개인의 취향>, <스타일>, <미남이시네요> 등에 달한다. 모두 두 자리 수의 시청률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 초 신드롬을 일으킨 <시크릿가든>에서도 게이가 등장했으며 이 인물로 분한 배우는 유명세를 얻기까지 했다. 일반적인 작품들에 비해 수가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일명 ‘흥행작’의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처럼 영화, 드라마에서 동성애코드가 사용되는 건 동성애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눈길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라는 소재는 사회적 금기라는 이유로 기획단계에서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금기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미남미녀 배우들이 출연하기에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클럽 빌리어티스의 딸들>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드라마작가 조 씨는 “사회에서 동성애를 공개하는 것을 아직 금기시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곳에선 그렇지 않다. 동성애 소재는 일반적인 소재들보다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성애가 단순히 인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성애 영화·드라마냐 동성애 코드 영화·드라마냐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동성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쪽의 차이는 전자가 동성애를 주제로 삼는다면 후자는 소재로 활용 한다는 것이다. ‘진짜 동성애 영화·드라마’는 태생적으로 이목을 끌 수 있지만 인기는 얻기 힘들다. 이는 시청자들이 금기가 금기로만 남기를 원하며, 좋고 아름다운 동성애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진짜 동성애 영화·드라마’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차지 할 수 있는 영역은 작다. 관심을 가진 이들이 독립영화관을 찾아가고 리모컨의 채널 조정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진짜’ 동성애 영화·드라마를 찾아서
 여기 퀴어시네마 [ Queer Cinema ] 가 있다. 퀴어시네마란 동성애나 동성애자를 다룬 영화를 말한다. 동성애를 소재로 다뤘다고 해서 다 같은 퀴어시네마라고는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진 영화들 말고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퀴어시네마가 있다. 이혁상 감독의 종로의 기적(2010),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인 영화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다루며 삶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남자 주인공들을 ‘게이’라 칭하지 않고 그냥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직접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잘 다듬어진 배우, 잘 짜인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 안에 동성애자가 아니, ‘인간’이 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나온다. 
 여기 또 다른 영화, 리사 에이즈·레슬리 클레인버그 감독의 <퀴어시네마 이야기(2006)>가 있다. 퀴어 영화의 역사를 보여 줌으로써 퀴어 문화 정착에 대해 알려준다. 영화는 인터뷰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동성 코드 영화와는 달리, 보는 사람으로부터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지만 그 무게감이 곧바로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퀴어시네마를 통해 많은 퀴어시네마에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점 또한 호평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는 진정한 퀴어 문화를 살펴볼 수 없는 걸까. 한국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 극본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가 있다. 시청률 20.6%를 기록하며 주말극의 선두를 달렸다. 그 동안 방영된 동성 코드 드라마와는 달리, 성적소수자가 겪는 가족과의 갈등과 그들이 느끼는 사회의 시선을 풀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드라마·영화로 퀴어 문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면, 여기 직접적인 방법도 있다. 2000년을 시작으로 매년 2주간 진행되는 퀴어문화축제가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단순히 성적소수자들이 모여 벌이는 축제가 아니라, 다양한 전시·공연·토론·파티 등, ‘예술적 요소’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축제를 통해 성적소수자들은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깨고 세상에 소리를 낸다. 우리는 그동안 드라마·영화·문학 등 갇혀있는 매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그들과 아무런 벽 없이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동성애.’ 소수의 외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건 동성 코드로 드라마·영화가 제작된다는 것은 흥행이라는 의도를 넘어선, 우리네 삶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와 더불어 그들을 위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들을 위한’을 넘어서 우리를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니 ‘다름’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진짜’를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또 좋은 영화들


우리나라 동성애 영화로써 최대관객수를 모은 영화는 ‘왕의 남자’다. 동성애라는 주제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며 일종의 동성애 트렌드가 시작되는 계기이기도 한 영화다. 이 영화를 비롯해 많이 알려지고 친숙한 동성애는 ‘게이(gay)’, 남성과 남성의 사랑이다. 주인공들을 우선 멋지다. 좀 더 남성다운 주인공과 여성스러운 주인공이 존재 하지만 역시 둘 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들이다. 이보다는 좀 더 심각한 분위기의 마니아층 게이 영화로 로드무비(2002), 황정민 정찬 주연이 있다.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2000)은 성전환 남자의 생활을 그린 영화로 화려한 주인공보다 유명감독 존 캐머런 밋첼의 연기와 연출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2005)’역시 유명배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주연에 유명 감독 이안 작이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으로 동성애의 감동을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밀크(Milk, 2008)은 연기파 배우 숀펜 주연, 19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을 배경으로,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으며 그의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이름이 된 실존인물, 하비 밀크의 생애 마지막 8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메종드 히미코(メゾン·ド·ヒミコ: La Maison De Himiko, 2005) 일본 영화로 일본 유명배우 오다기리 조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게이 실버타운 ‘메종 드 히미코’, 그 안에 살고 있는 각각의 개성과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패왕별희(覇王別姬: Farewell My Concubine, 1993) 중국, 홍콩 1925년 군벌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유명한 북경 경극학교에 맡겨진 두 소년 두지와 시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로 첸카이거 감독, 장국영 주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