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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속세상] 양귀자 ‘모순’ 속 우리네 삶의 모순





진진아.


(중략) 이제 끝내려고 해. 그 동안 너무 힘들었거든.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참 할 말이 없구나. 그것이 나의 불행인가 봐. 나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 힘들었던 내 인생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것 말야. 어려서도 평탄했고, 자라서도 평탄했으며,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이후에는 더욱 평탄해서 도무지 결핍이라곤 경험하지 못하게 철저히 가로막아 버린 이 지리멸렬한 삶.


그래서 그만 끝낼까 해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중에서….






주인공인 안진진은 같은 나이에 같은 외모를 가진 엄마와 이모가 있다.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외모가 너무 닮아 키우는 외할머니조차 외모를 구분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성격과 성적같이 똑같았던 이 자매는 같은 날 치러진 결혼식으로 인해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안진진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리고 폭행을 일삼는다. 몇 년전에는 집을 나가 아직까지 행방불명된 상태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점점 억척스러워 지고 한숨으로 나날을 보낸다. 반면 이모부는 아주 철두철미한 사람으로 가정에 충실하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한다.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각자 자기 남편으로 인해 정 반대의 인생을 살아간다. 소설의 문장을 인용하자면 ‘한 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던 듯이 그렇게 달라졌다.’



사건이 끊이지 않는 안진진의 가족에게는 계속해서 나쁜 일이 벌어진다. 반면 이모의 가정은 유학을 간 자녀들의 성공, 남편의 헌신, 경제적 풍요 등 누가 봐도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의 끝에 이모는 자살한다.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하고 만다.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작가가 ‘모순’이라는 책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현실성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05년에 발생했다. 아주 유명한 재벌가의 딸이 자살을 한 것이다. 언론들은 앞 다투어 이 사건을 조명했고 사람들은 부족할 것 없이 풍족한 집안에서 왜 자살을 했을까 의아해 했다. 명확한 자살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세상이 다 부러워하는 배경도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그와 같은 경제력과 배경을 얻으려 노력하건만 정작 본인은 개인적은 문제로 불행해 하고 있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모순’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모의 죽음, 재벌가의 딸의 죽음을 통해 행복과 불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행복과 불행은 언뜻 보기엔 상반되는 단어이지만 서로 뗄 수 없는 유착관계를 가진다.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라는 본문처럼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없다. 사람은 불행을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행복한 행위의 지속은 불행한 행위가 없다면 결국 불행한 행위로 전락하게 된다.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이 자수성가하여 큰 집에 살고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게 된다면 그는 과거의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현재를 행복으로 느끼게 된다. 반대로 부잣집에서 태어나 고급음식만을 즐기던 이가 단칸방으로 이사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게 된다면 그때서야 고급음식을 먹던 때가 행복한 때인 것을 알게 된다. 행복과 불행은 반대어이지만 떼어놓을 수 없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단어는 소설 속에서 참으로 많이 나온다. 사회의 기준에 행복하다고 여겨졌던 이는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하고 사회의 기준에 불행하다고 여겨졌던 이는 삶의 의욕을 불태우며 살아간다. 정말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정말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간단한 진리에서부터 개인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부분에서까지도 우리는 모순적 상황을 발견한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보다 친일파의 후손이 떵떵거리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평생 좋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이기적이고 약삭빠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의 권리를 누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처럼 모순은 사회 전반과 우리의 삶에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순은 진지하게 관찰하고 생각해 본다면 분명 생각의 폭을 넓히고 더욱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모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사회의 본질과 삶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 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33

    2012년 8월 29일 13:55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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