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생 65돌을 기념해 열린 봉하마을 작은 축제 현장



“잠자는 노짱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사람사는 세상으로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위의 노랫말은 한영애가 부른 ‘조율’의 그것이 아니다. 바로 한명숙 전 총리가 부른 ‘조율’의 노랫말이다. 한 전 총리는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한영애의 ‘조율’을 깨알차게 불렀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생 65돌 기념 봉하음악회에서다.

 

한 전 총리의 노래가 끝나자, 봉하마을 특설무대 앞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앙코르!”를 외치며 잇따라 환호했다. 이어 무대 위로 올라온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을 향해서는 “대통령!”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가 무엇을 외치든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보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노무현 대통령의 65번째 생신잔치를 즐겼다.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화답하듯 “잠자는 노짱님이여” 부분을 두 번이나 무반주로 부르기도 했다.





<봉하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노란색 바람개비와 노란 현수막이 방문객을 맞는다.
저 멀리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친구가 노랑 풍선을 들고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올 해 2회 째를 맞은 봉하음악회는 해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일인 9월 1일에 맞춰 열린다. 봉하마을 방문객이 여유있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보통 9월 1일 전 주의 주말(토요일)에 연다. 방문객들은 승용차, 대형버스, 대중교통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서 봉하마을로 찾아왔다. 유모차에 아이를 앉히고 걸어가는 가족들도 있었고,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연인들도 보였다. 





<27일 봉하마을 관광안내소 앞. 저 멀리 대형버스가 몇 대 보인다. 버스를 빌려 단체로 봉하마을에 들린 방문객들이 많았다.>


8월 27일 낮 4시께, 시내버스를 타고 다다른 봉하마을은 의외로 차분했다. 2009년 그 날 이후로 처음 찾은 봉하마을이었다. 기억 속 그 날의 복잡하고 스산한 분위기는 모습을 감추고 소박한 시골마을의 평화로움과 포근함만이 있었다. 고향은 아니지만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봉하마을 입구 관광안내소에 설치된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옆에 나란히 서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방문객들.
저들의 표정만큼이나 이 곳 봉하마을에 온 방문객들의 표정은 밝고 즐거웠다.>




봉하마을 입구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 사저와 대통령 묘역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오른쪽에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이 있었다. 추모의 집 앞의 크지 않은 마당에서는 ‘청년,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20대 청년들이 각자 꿈꾸는 ‘사람사는 세상’을 고하는 ‘청년 컨퍼런스 SARAM 2011 발표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청년들은 비록 5분 동안의 발표였지만 그 안에 하고싶은 말을 다 담아 발표했고, 이들의 발언을 듣는 청중들도 진지하게 귀담아 듣는 표정이었다.



20대의 마지막인 29살의 나이로 참가해 작은 화제가 된 최도식씨는 이 날 발표에서 당찬 목소리와 유쾌한 말재주로 관객석을 휘어잡았다. 처음에 최 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이 지구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입지면적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0.067%입니다. 1%도 되지않는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국민들은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이 날 SARAM 2011 행사에서는 20대의 마지막 29살 최도식 씨가 나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최 씨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대한민국의 다양한 나눔의 사례를 들었다. “품앗이와 두레의 문화가 있고,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던 대한민국입니다. 지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 등 이념이 나뉘고, 또 고용자와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간제와 시간제 등 임금이 나뉩니다. 사람은 어떻습니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뉩니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집 앞마당에서는 청년 컨퍼런스 SARAM 2011 본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20대 청년들답게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당차게 자신들이 꿈꾸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고함치고 있었다.>




<추모의 집 벽에 기대 앉아 SARAM 2011에 참가한 청년들의 발표를 듣고 있는 사람들.
추모의 집 벽에는 방문객들이 색색깔의 스티커에 남긴 수많은 추모글들이 아름답게 수놓아져있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 벽에는 봉하마을 방문객들이 남긴 추모의 글들이 색색깔의 종이 위에 남겨져 있다.
그 너머로 청년컨퍼런스 SARAM 2011 발표대회에 참가한 29살 최도식 씨의 역동적인 발표 모습이 보인다.>

본론에서 최 씨는 “더불어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정(情)’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서로 우정을 나눌 시간”이라며 관객들에게 팔을 들어 서로 어깨동무할 것을 요구한 뒤, “노무현 대통령님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상록수’를 다같이 부르자”며 큰 소리로 외쳤다. 노래가 나오자 서로 어깨동무를 한 관객들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SARAM 2011 대회가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 앞마당 한 쪽에는 노무현 대통령 생전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긴 사진과 글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전시물들은 9월 25일까지 전시된다.>


 <봉화산 사자바위와 부엉이바위가 올려다보이는 추모의 집 앞마당에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들이 담긴 전시물들이 걸려있다.>


 <어린 소녀가 지나다니며 사진 하나하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 소녀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곳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들을 사진과 짧은 글로써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고인이 즐겨 사용하셨던 자전거, 밀짚모자 등 유품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추모 1주기때 국민들이 남긴 노란 리본으로 만들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들어오는 이들의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 안에는 고인의 살아 생전 업적들을 사진과 짧은 글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추모 1주기 때 국민들이 남긴 추모 리본으로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바람이 나오는 장치가 돼 있어 ‘영원을 흐르는 바람으로 오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추모의 집을 나와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으로 향했다. 저녁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도시와는 달리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봉하마을의 다른 곳이 흥겨운 축제의 장이었다면, 묘역 주변은 조용하고 경건했다. 멋 모르고 뛰어다니던 어린 아이도 이 곳에서는 얌전해졌다.





<어둑어둑해진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역 안. 한 부부가 너럭바위를 멀리 두고서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위로 국민들이 남긴 추모와 애도의 글이 새겨진 1만 5천여 개의 국민참여 박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람에 날려온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남기고 간 건지 조그마한 나뭇잎 하나가 한 박석 위에 놓여 있었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묘역 뒤 잔디밭 특설무대로 향했다.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순식간에 길게 늘어졌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길 옆에는 봉하마을의 상징이 돼버린 노랑개비(노란 바람개비)가 설치돼 있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저 멀리 특설무대에서는 리허설을 하고 있는듯 음악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노랑개비 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곤 했다.




<잔디밭 특설무대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된 노란 바람개비들. 노랑개비는 어느새 봉하마을의 상징이 됐다.>




저녁 7시 봉하음악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복잡하지는 않았다. 자리가 없으면 양보를 하기도 하고, 조금 좁더라도 같이 앉아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 선 가수 권진원은 “그 분의 따뜻한 모소리가 너무 그립습니다. 앞자리 어딘가에 앉아계신 것 같아요. 그 분께 바칩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노래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렀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는 <캐논 연주곡>과 <쇼팽 즉흥환상곡>을 선보였다. 네 손가락으로 연주했다고 보기 힘든 연주 솜씨에 사람들은 감탄했고, 또 아름다운 노래 선율에 감동받기도 했다. 공연 중간에 이희아는 “마음 속에 늘 아버지 같으셨던 분이신데… 다음 대통령은 꼭 노무현 대통령님 같은 분이 되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절정인 제2회 봉하음악회를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


이날 음악회의 절정은 바로 한명숙 전 총리의 특별 무대였다. 사회자인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한 총리의 이름을 언급하자 청중들은 기대에 차 큰 박수를 보내며 무대 위로 올라오는 한 총리를 맞았다. 한 총리는 몇달 전 MBC의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JK김동욱이 불러 화제가 됐던 노래 ‘조율’을 불렀다. 노랫말이 시대 상황과 딱 맞아 골랐고, 노래방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왔다고 했다. 



“잠자는 노짱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사람사는 세상으로 조율 한 번 해주세요.”



한 총리는 노래 끝에 가사를 위와 같이 바꿔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한 총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사는 세상으로 만들 것인가를 다짐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청중들의 재청을 받고 “잠자는…” 부분을 다시 불렀다. 이번엔 청중들도 같이 따라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