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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MT 어디로? ‘갈 곳이 없다’

대학생 A씨는 검색에 이골이 나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는 한 학술 학회의 학회장을 맡고 있는데, 학회 MT에 적당한 장소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거리나 비용 같은 조건이 얼추 맞는 곳은 아직 일정이 3주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완료되어 있었다.
대학생들의 MT 문화가 변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배낭을 매고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MT 대신 평소 차림으로 도심에서 치르는 MT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도심 속 MT’가 늘어나는 흐름에 비해 마땅한 단체 숙박 장소가 없어 애매모호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출처 : http://limskywalker.blog.me/60112690957
경춘선 bye bye, MT도 속성으로!
경춘선은 수도권 대학생 MT의 상징이었다.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4명씩 옹기종기 앉아 대성리, 가평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게 이제는 MT의 당연한 모습이 아니게 되었다. 주말에도 학원, 아르바이트, 각종 대외 활동 등으로 쉴 틈 없이 바쁜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학생들이 짜낸 고육지책이다. 그들은 첫째 날 각자의 스케줄이 끝나는 대로 개인적으로 MT 장소를 찾아왔다가, 첫 차가 뜰 때까지 ‘집중적으로’ MT를 즐긴 후 첫 차를 타고 다음 날 일정을 준비하러 떠난다. 이제는 MT도 속성이다.
대학생 뿐 아니라 젊은 직장인들도 ‘도심 속 MT’ 대열에 합류하여, 서울 내부의 단체 숙박 장소에 대한 수요가 매우 늘어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 내에서 단체 숙박이 가능한 장소는 거의 없다. 남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유스호스텔, 영등포동의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방동의 서울여성프라자 등이 10인 이상의 단체 숙박이 가능한 공공시설의 전부다. 그 외 사설 게스트하우스들이 십여 곳 존재한다.
상기 시설들은 대부분 단체보다는 개인 단위(침대 단위)로 예약이 진행되며, 단체 숙박이 가능한 경우에도 ‘MT’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T의 왁짜지껄한 소음을 감내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지던스, ‘규칙 위반’이라는 대안
실제로 대부분의 도심 MT는 단체 숙박 시설이 아닌 2~3인용의 ‘서비스드 레지던스’에서 진행된다. 서대문역 근처의 바비엥스위트, 신촌역 근처의 까사빌, 강남역 근처의 엠쉐르빌 등의 레지던스는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매우 인기다.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시설이 깔끔하고 넓으며, 조리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즐거운 MT를 위해서는 금상첨화다. 도심 레지던스에서 열리는 MT는 ‘새로운 MT 문화’로 각종 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으나 실상을 알고 보면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출처 : http://culturenori.tistory.com/548
일단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임대형 주거시설로 단기숙박영업이 지난해 4월 이후로 금지된 바 있다. 장기투숙객만 수용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만, 온라인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1박 단위의 단기투숙권이 거래되고 있다. 또한 레지던스 시설은 각 업체의 내부 규정상 작은 방의 경우 2인, 가장 큰 방의 경우에도 4인 정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인원이 초과될 경우 추가 인원에 대한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 20인 이상이 모이는 대학생 MT가 공공연하게 레지던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기투숙객만으로는 객실을 가득 채우기 어려운 레지던스 시설에서 공공연하게 레지던스 내의 MT를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은 프론트의 눈치를 잘 피해서 저렴한 가격에 도심에서 편한 MT를 즐기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감과 함께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스스로가 규정 위반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렇게 그럴듯한 레지던스 이용료를 규정을 준수하며 지불할 날이 올지에 대한 막연함 같은 감정이 함께 오가게 된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할까?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8월호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서 칠성급 대신 중저가의 호텔의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저렴한 비즈니스 숙박 시설을 찾는 비즈니스맨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서울에서도 수요가 공급을 창출할 수 있을까? 혹은 늘어나는 단체 숙박객들을 언제까지나 ‘규정 위반자’로 방치할 것인가.
레지던스 시설의 몇 개 층을 단체 숙박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거나, 혹은 대학생들이 숙박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늘린다거나. 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 사회가 청춘을 위한 배려도, 고민도, 성찰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1 Comment
  1. 지나가던

    2011년 9월 24일 19:54

    잘 읽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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