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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언제부터 양성평등가족부였나?


당신은 우리나라 정부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영어식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당연히 ‘Ministry of Woman & Family’ 일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여가부의 영어식 표기는 우리 모두의 예상을 깨고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 이다. 이는 ‘양성 평등과 가족의 부서’ 로 번역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가부의 “여”자가 계집 녀(女)자가 아닌 같을 여(如)자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뜻밖에도 여가부의 한자식 표기는 ‘같을 여’자를 사용한 如姓家族府가 아닌 ‘계집 녀’자를 사용한 女姓家族府이다. 그렇다면 왜 여가부는 부처의 영어식 표기에 Woman이 아닌 Gender Equality를 쓰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여가부 홈페이지 공식 답변은 gender에 여성적인 의미가 포함되니 표기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 뿐, equality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았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 영어식 표기는 공식 표기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글을 영어로 전환할 땐 기존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여가부가 양성 평등과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영문 표기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왜 여가부는 Woman이라 표기하지 않고 Gender Equality를 선택한 것일까. 세계 각국의 여성부가 21세기 들어 양성평등의 부서로 개명하는 추세를 따르려 한 것일까?

물론 ‘여가부의 전신인 여성부가 남성에 비해 보호받지 못 하는 여성의 권익 실현을 위해 창설되었으니 남녀평등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또는 ‘영국의 여성부도 Gender Equality Office로 변경했으니 우리도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는 표기이다.’ 라는 여가부 공식 표기의 근거를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한자식 표기가 女(계집 녀)가 아닌 如(같을 여)가 되어야한다. 국어에서는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의 특성을 고려하여 한글 표기만으로 오해의 여지가 있을 시 한자를 병기토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가부의 한자식 표기가 如姓家族府로 바뀌지 않는 한 결코 Gender Equality가 Woman을 대신할 수 없다.

정부에서 단지 다른 국가들의 여성부가 양성 평등의 부서로 개칭했기에 우리 역시 여성을 있는 그대로 Woman으로 쓰지 않고 Gender Equality를 택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언어체계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의 여성부는 영어 표기만 바꾸면 의미 역시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영어 표기를 바꿀 때 한글뿐만 아니라 한자까지 염두에 두고 바꿔야 의미가 정확히 변경된다. 한자를 잘 아는 미국인이 여가부의 한자식 표기와 영어식 표기를 함께 본다면 뭐라 생각하겠는가? 세계화에 발맞춰 양성 평등으로 여가부의 공식 표기를 수정한 것이라면 한자 표기 역시 같은 의미가 되도록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식 표기는 ‘Ministry of Woman & Family’로 써야한다.



 


우리말은 순수 한글뿐만 아니라 한자로 이루어진 한자어의 비중이 크다. 그렇기에 다른 언어에 비해 동음이의어가 상당히 많다. 즉, 한글 표기는 같지만 한자 표기는 다양하다는 것이다. 시가(市街 도시의 거리/時價 당시의 가격/詩歌 시와 노래), 이상(以上 어떤 것을 포함하여 그것보다 많거나 높음/異狀 평소와는 다른 상태/理想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 등이 그 예이다. 한글로만 표기할 때엔 별다른 제약이 없지만 한자를 병기할 때엔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역전앞, 고목나무, 9월달, 동해바다’ 등과 같이 이미 한자에 포함된 한글 어휘를 덧붙여 사족을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역전 또는 역 앞, 고목, 9월, 동해’라 표기해야 맞는 말이다. 순 우리말만큼이나 한자어 표기가 많은 한글, 그렇기에 우리말을 외국어로 번역할 때에는 본래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글 표기의 올바른 번역, 정부가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야 되지 않을까.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임호석

    2011년 9월 2일 22:25

    같을여에서 같다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라는 것인데…
    남자와 여자가 본질적으로 같나요? 같다라는 말은 크기나 생김새 등등이 똑같다는 말인데..
    만약 같을 여를 쓴다면 본질적인 구분없이 성의 경계를 없애자는 말인데..
    그 말은 곧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의 권익까지 보호해줘야 할텐데 우리나라 여성부는 어떨지…
    본질의 동일함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실존적 권리가 똑같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같을여자를 쓰는 게 아니라
    동등이나 평등이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 비효

      2011년 9월 3일 01:31

      임호석님, 부족한 기사에 댓글 감사드립니다 ^ㅡ^ 그렇죠,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면 양성평등가족부라고 아예 개명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부(女姓家族府)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면서, 본래 뜻과 전혀 상관없는 Gender Equality를 공식표기에 사용하는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기사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을 유지한단 전제로 ‘여’자의 한자식 표기를 女에서 如로 바꿔야 Gender Equalitiy와 그나마 뜻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위의 방향으로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고함20의 기사들에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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