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일을 말하며, 내기·노름·박희(博戱)라고도 한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도박에 대한 정의이다. 도박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넓은 의미로 따지면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있는 동전을 이용한 게임부터 시작해서 심심풀이로 치는 점당 10원의 고스톱, 그리고 카지노에서 행해지는 돈을 거는 게임까지 모두 도박이다. 하지만 도박현장에 나와 있는(소지금액도 포함) 돈의 규모가 20만원 이상일 때 법적으로 입건이 되기 때문에, 보통 2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하는 고스톱이나 포커가 놀이 문화가 되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도박이라는 용어가 그리 큰 거부감으로 다가와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이러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도박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어주려고 한 것일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고구려’ 등의 저술로 잘 알려져 있는 대중 작가인 김진명은 도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매체를 통해 듣기만 하고 직접 경험해보기는 힘든 곳, 카지노라는 다소 퇴폐적인 소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배경도 강원랜드,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등 다양하다. 철저히 자신을 절제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독을 자처하는 도박사들의 모습. 그 속에서,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세계 최대의 카지노인 라스베이거스 MGM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이서후는 카지노를 상대로 지지 않는 게임을 해 온 거의 유일한 도박사로 유명하다. 그도 젊은 시절에는 ‘돈 버는 도박사’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어떠한 일을 겪은 후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도박사로서의 인생을 살아간다. 과거 회고를 위해 찾은 설원 가득한 히말라야에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은교를 구해주면서 그동안은 느끼지 못해 왔던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느끼게 된 그는 카지노에 대한 실체를 알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항상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도박에 대한 견해를 말하고는 한다. ‘도박은 잘 될 때도 없고, 잘 안 될 때도 없는 것이며, 운 같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카지노를 이기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지노를 이기는 사람은 없다’라고.


서후라는 인물은 도박에 ‘철학’이라는 옷을 입히려 하고 있다. 하루에 수만 달러는 기본으로 챙길 수 있는,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임에도 그는 이제 돈을 따기 위한 도박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Specialist Seohoo Lee’라고 적힌 명함을 버리고 ‘남을 돕는 도박사‘로서 살아가려는 서후는 다른 여느 직업과 같이 도박사도 일반적인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지만, 사랑하는 은교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 도박사의 길을 아예 포기한다.


이야기 전개에서 등장하는 도박사들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결국에는 대부분 파산한다. 파산한 후에는 차를 팔고, 집을 팔고, 심지어는 자신의 장기까지 빼서 헐값에 팔고는 마취만 풀린 후 바로 그 돈으로 또 도박을 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은교의 질문과 서후의 대답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은 돈 앞에서 너무 나약하다. 단, 베팅을 하는 순간에만 자기도 모르게 무모해진다. 절제력을 잃고 나면 아무리 돈을 잃을 것이 뻔해도 맥시멈 베팅을 하게 되고 그런 식으로 ‘감정이 있는’ 인간은 ‘감정이 없는’ 카지노와 대결에서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초반에 있던 자제력이 없어지면서 좋은 패와 나쁜 패를 구별하는 내면의 힘도 사라진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테이블에 앉으면서도, 결국에는 파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돈 앞에서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리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서후는 극 중 은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저축을 싫어해요. 돈에 대한 집착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니까요.”


이 분도 좀 센 도박하셨다가....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돈’이 걸린 도박에 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일단 프로축구계에는 현직 프로선수 수십 명이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또, 현직 공무원들은 휴식일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에도 서슴치 않고 강원랜드에 들락날락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주기적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연예인 도박 사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컨츄리 꼬꼬의 전 멤버인 신정환의 해외도박 사건이 떠올려보자. 예능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제 2의 전성기를 펼쳐나가던 그는, 결국 ‘카지노’라는 덫에 걸려들어 수억 원의 손해를 입고 항간의 시선을 피해 도피하다가 결국 비자 문제로 귀국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도 처음에는 잠시 휴가를 간 와중에 재미삼아 카지노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다 보니, 조금만 운이 붙으면 많이 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베팅액을 높이던 것이 결국 이런 불상사를 가져왔을 것이다. 소설 중 서후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겼을 때 절제하지 못해서 결국 다 잃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신정환도 위에서 말한 여느 인간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에게는 어느 정도 땄거나 잃었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없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판돈을 높였을 것이다. 


필자가 촬영한 마카오의 모 특급 카지노. 우리 연예인들이 다시는 이런 곳에서 발견되지 않길 바란다.

영화 타짜를 통해 대중은 도박이라는 것의 무서움에 대해 크게 지각했다. 그래서인지 배경은 다르지만 소설 카지노는 영화 타짜를 복습하는 것과 같기도 했다. 물론 도박이라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슬픈 결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그것이 이론적으로 사실(fact)은 아니지만, 확률 상으로 거의 100%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경험해볼 수 없는, 경험해 보아서도 안 되는 이런 끔찍한 도박의 세계에 대해서 간접 경험을 해보고 나니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 느낌. 나 또한 하나의 나약한 인간이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