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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진보들, 안철수 앞에서 “나 떨고있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보진영은 안철수 교수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안철수 교수의  인간적 매력이 호감을 불러 온 것도 있지만, 진보진영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 교수가 무소속으로 시장출마를 고려하고 있으며, 후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말까지 나오자 야권대통합으로 정권을 창출하려고 하는 진보진영에서는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 상당히 경계심을 갖는 눈치였다. 그 와중에 안철수 교수 뒤에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진보진영에선 아예 출마 반대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런데 어제 오마이 뉴스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가 윤여준씨와 선을 그으며, 반 한나라당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와 시장후보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보진영 입장에선 한 숨 돌린 셈이다. 우군인지 적군인지 헛갈리다가 그래도 적군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말이다. 진보진영은 그를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서, 안철수 교수가 야권통합경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안철수 독자노선시 한나라 어부지리 우려” 라는 말로 단일화 압박을 시작했다.


안철수 교수가 무소속 출마한다면?


하지만 야권단일후보 협상이 잘 안되어서, 안철수 교수가 독자노선을 택하고 무소속 출마를 택하면 어떻게 될까? 대통합 전선에는 빨간불이 켜질 것이고, 야권대통합을 바라는 진보진영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끊임없는 압박을 할 것이다. 또한 6.2 지방선거 때 노회찬 후보에게 했던 식의, ‘한나라당 이중대’ 운운하는 비난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제 아무리 안철수 교수라도 통합에 방해가 된다면 그들에게는 친 MB, 친 한나라당 세력과 다를바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조건 통합하고 뭉치지 않으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그들은, 이념과 지향하는 가치에 관계없이 야당이고, 현 정권을 싫어한다면 일단 합치고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은 왜 통합만을 진리로 생각하게 됐을까? 일단 한나라당의 재집권만은 막아야한다는 위기의식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한나라당의 지지기반 자체가 워낙 강력하고, 박근혜 전 대표라는 강력한 대선후보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하지 않을 경우 표가 분산되어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통합을 외치는 진보진영은, 정작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은 듯하다. 그들의 정치적 원동력은 ‘안티MB’ ‘안티 한나라당’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러므로 안철수 교수와 같은 ‘건전한 보수’ 세력이 등장할 경우, 진보진영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진영은 안티MB만 외칠 줄 알았지, 대중을 설득시키고 끌어당길만한 진보의 가치와 지향점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교수와 차별화를 하지도 못하고, 진보만의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안철수 교수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진보진영은 진보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무기력하다. 한나라당과 MB라는 적이 없으면 힘을 못 쓴다. 주민투표에서도 투표 거부로 방향을 잡고, 반 한나라당 정서, 반 오세훈 정서에 기댔을 뿐이다. 정작 100% 무상급식이 왜 50% 무상급식보다 더 나은지는 대중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완전한 승리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촛불시위 이후에 진보진영이 반MB 운동에만 매달렸던 것을 반성하고,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를 대중에게 이야기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권대통합이 되더라도, 제3의 세력이 나오면 표를 뺏기고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고 해도,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고민이 없어왔다면, 진보진영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경쟁력 있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 경제, 노동, 교육, 환경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진보적 프레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견제 세력으로만 존재했던 진보진영이, 수권세력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진보가 정책 경쟁에서부터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어떻게 다른지가 아니라, 진보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설득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리고 진보진영에서는 스스로부터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해나가야 한다. 통합을 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고, 압박하고, 비난하는 폭력적인 행태가 진보진영에서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혹자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면서, 진보진영은 절대 분열하지 말고 똘똘 뭉치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러나 진보의 가장 큰 가치는,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다양성이다. 다양한 생각들의 공존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진보정치라는 것을 진보진영은 꼭 명심해두길 바란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Avatar
    지나가던

    2011년 9월 24일 21:30

    잘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으니 ‘진보진영’이라는 단어를 민주당계 정당을 포함한 모든 야권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신 것 같은데, 현실정치를 논할 때 보통 ‘진보진영’은 노동자 정치를 지향하는 집단(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을 묶어서 지칭할 때 씁니다. ‘진보’를 넓은 의미의 진보로 쓸 수 있긴 하지만 ‘진영’과 같이 쓸 때엔 좁은 의미의 진보를 뜻하게 되죠.

    • Avatar
      인페르노

      2011년 9월 25일 03:53

      먼저 고함20의 기사에 많은관심을 표명하시고 댓글 남겨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히 생각합니다.

      이 기사에 대해서는 저도 쓸 때 상당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도 진보진영의 정의를 지나가던님이 말씀하시는 ‘노동자 정치를 지향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정동영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이 있는 걸 보면, 민주당과 국참당을 무조건적으로 ‘진보’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글의 포인트는 “진보진영이 무능력하다, 진보진영의 가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 였습니다. 그래서 ‘야권’이라는 표현보다는 ‘진보진영’이라는 표현이 좀 더 알맞다고 보았습니다.

      통합하자고 윽박지르는, 진보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대중들이 ‘진보진영’이라고 생각할까봐 상당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에는 특정 정치인만을 광적으로 따르는 ‘짜가 진보’들에게 ‘진보진영’이라고 자청하고 싶으면 안티MB가 아니라 진보의 가치를 이야기 해야한다고 말하고싶은 마음도 들어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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