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의 등장인물 중 엄청난 허풍쟁이가 있었다. 그는 “나는 로두스 섬에서 공중제비를 아주 잘 뛰었어. 근데 여긴 로두스 섬이 아니라서 아쉽게 됐네.”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그리고 그 허풍을 보다 못한 누군가가 일갈했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 봐라.” 이렇게. 



15일부터 사흘 간 연세대학교에서 처음 열리는 포럼, 로두스2011의 이름이 이 우화에서 나왔다. 말로만 이야기하고 다음으로 자꾸 미루지 말고, 지금 여기서 실천하고 뛰자는 의미다. 점점 더 ‘취업’을 위한 지식만을 가르치는 대학, 그리고 도덕적 비판밖에 할 줄 모르는 진보에 회의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이 모여 ‘로두스2011’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학적 비판’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행사다. 기획단장 민석(연세대 철학과 09) 씨를 만나 자세한 행사 소개와 더불어 로두스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졌던 궁금증들도 모두 풀어보았다.



Q. 로두스는 어떤 행사인가요? 소개 부탁드려요.



A. 요즘 대학 안에서는 취업이나 스펙에 대한 담론들만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로두스는 단순히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명제를 넘어, 우리는 왜 스펙을 쌓아야 하는가 그리고 왜 좋은 일자리에 취직해야 하는가, 또 왜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가, 이러한 현상 이면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사회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적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강연회, 포럼입니다.



로두스2011 기획단장 민석 씨
Q. 로두스 포스터를 사실 보고 왔는데요.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눈에 띄었습니다. 이 단어를 특별히 로두스에서 강조하는 이유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A. 사실 ‘과학적’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합의하는 데도 굉장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뭐 논의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이런 건데요.



진보적 담론은 사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이야기하고,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언론도 그렇고요. 그런데 스스로 ‘진보적 담론’이라고 하는 진보의 목소리를 따라가기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정말로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에요. 사실 진보 진영에서 반대 세력이나 세계를 비판하는 방식이 피상적이거나 혹은 인간적인 방식일 때가 많은 것 같거든요.



집회 탄압하는 이명박이 나쁘다가 아니라, 이명박은 왜 그 집회를 탄압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는 저러한 정책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가. 또 한진 중공업은 왜 파업으로 인한 여러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노동자 해고를 계속해서 밀어붙이는가.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한 꺼풀 더 벗기는 느낌으로 탐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의미로 ‘과학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또 강조하고 있습니다.



Q. 아무래도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자는 포럼인 만큼 강연 구성이나 배치에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강연 주제들을 잡았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 대학생들이 개인에게 닥치는 문제를 혼자서만 떠안고 끙끙거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라는 게 개인의 힘만으로 가능한 건 많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구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고요. 그래서 그런 면들을 고려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강연들을 배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신자유주의나 금융 위기 같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아무래도 경제죠. 그래서 경제에 대한 강연을 안 넣을 수가 없었고요. 또 경제를 알게 되면 그 경제 상황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노동, 인권도 함께 넣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한 때 많은 사람들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이념이므로 한 번 논의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맑시즘이나 진짜 대학생 대안포럼 같은 비슷한 행사들이 로두스에서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로두스만이 가진 차별점이나 강점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사실 제가 다른 행사들에 많이 참여해 본 것은 아니어서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행사 참여를 해 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포럼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결론으로 정해놓고 그렇게 수렴되는 속에서 강좌들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아무래도 대학생들 주축으로 준비하는 행사다 보니 어느 한 곳으로 수렴되는 논의를 진행할 것도 아니고요. 과학적인 분석, 그러니까 문제의 원인을 밝혀보는 그런 공통분모 하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무래도 로두스의 차별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로두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또 아무래도 행사를 진행하려면 금전적인 문제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요.



A. 신촌 주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기획단을 모집했습니다. 그래서 스물 다섯명 정도가 모여서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면은 당연히 문제가 되고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학생회들에서 약간의 후원금을 모금받기도 했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저희 기획단이 조금 각출을 받기도 했어요. 홍보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 참가하시면 어느 정도 금전적인 걱정이 해갈될 것 같습니다. 하하. 많이 오실수록 좋긴 한데, 100분  정도만 오셔도 매우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홍보를 열심히 했으니까 많이 오실 거라고 믿습니다.



Q. 민석 씨는 이번 행사에서 어떤 강연을 가장 기대하고 있나요?



A. 제가 강상구 씨를 직접 섭외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기대가 됩니다. 또 중앙대학교 사회학과의 백승욱 교수님 강연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강연이 아니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로두스2011에 정말 참여하고 싶지만 시간이나 장소 같은 문제 때문에 도저히 참가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과학적 비판’에 목마른 그런 분들을 위해, 힌트가 될만한 그러니까 공유하고 싶은 책 같은 게 있을까요?



A. 방금 말씀드렸던 백승욱 교수님의 책을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사실 읽기 편한 책은 아니고 저도 쉽게 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교수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역사를 보는 시각이나 자본주의를 보는 시각이 꽤 변화했던 그런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변화를 이끌어줄 수 있을만한 근거도 책 속에 잘 설명이 되어 있고요. 그 외에도 우리 사회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 많은 다른 책들이 있으니 조금 탐색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저희가 행사 이후에 로두스2011의 강연문들을 모아서 책자를 만들 예정이에요. 또 저희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둘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 보시고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로두스2011, 대놓고 한 번 홍보해주세요!



A.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요. 연사 분들도 정말 제법 꼼꼼히 선택했습니다. 연사 분들 책도 직접 읽어보고요. 그만큼 강의의 질이 좋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강연료가 많이 비싼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꼭 이 인터뷰 읽으신 분들 많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사회를 연구하는 이런 일에 관심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든가 또 어떤 실천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언제라도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로두스2011 포럼 이후에도 로두스라는 이름을 걸고 책 읽기 모임이나 또 다른 재미있는 일들을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후속 모임에도 많은 관심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로두스2011’은 2011년 9월 15일 목요일부터 17일 토요일까지 3일 간 연세대학교 제1공학관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첫 날 류주형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의 FTA 강연과 중앙대 백승욱 교수의 자본주의 역사강의를 시작으로, <생각의 좌표>의 저자 홍세화, 기륭전자 노동조합 김소연 분회장, 진보신당 강상구 공동대변인 등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로두스2011 기획단이 준비한 포럼도 열리며, 더불어 출판사 후마니타스와 살림터의 진보적 서적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부대행사도 진행된다고.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로두스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rhodus2011.org/), 그리고 실제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