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대학생의 과외활동을 위한 커뮤니티는 수백 개가 넘는다. 넘쳐나는 단체 중, 대구지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창의적인 대학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각오 아래 조직된 CU(Creative University)의 운영진 박성원씨를 만났다.

스펙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활동, 몸으론 고생해도 즐거움에 비할 바 아냐




얼굴을 마주한 후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했더니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저도 인터뷰는 처음이라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인지 예상도 해봤는데, 아무튼 이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CU에서는 최근 ‘5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달러 프로젝트란 스탠포드 대학교의 티나 실리그 교수가 강연 중, “5달러로 2시간 이내 최대의 수익을 올려라.”라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던 벤처 프로그램이다. “사실 저희가 한 것은 엄밀히 말해 5달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없어요. 밑천이 5달러가 아니었거든요. 각 팀원별로 만원씩 거두어서 총 자본은 5만원이었어요. 다른 두 조는 4만원이었고. 또 4일이라는 다소 긴 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에게 대뜸 결과부터 물었더니, 1위는 아니란다.

박성원 씨의 팀은 피자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팀원 중에 피자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있었고, 오븐이나 조리 도구는 집에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해 볼만 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경북대)를 중심으로 홍보도 하고 지인 동원도 했죠. 직접 발품을 팔면서 미용실 같은 업소에 야식으로 팔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난 순수익이 35000원. 그렇다면 1위를 한 팀의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4만원입니다. 정말 영리하게 사업했어요. 대구에서 열린 빅콘서트에서 야광봉과 야광안경을 팔았는데, 야광봉 원가는 60원이고 야광안경 원가는 200원이 채 안 됩니다. 그걸 500원과 2000원에 팔았으니, 하루만 하고도 4일 동안 뛰어다닌 저희보다 수익이 많았죠.” “나머지 한 조는 아예 프로젝트 자체가 진행이 안 됐어요. 사진첩을 만들어서 팔아보자는 거였는데 그 팀이 전문가도 아니고 홍보도 온라인상으로만 조금 하는 정도였으니까 도통 문의가 없더라고요. 또 팀원끼리 의견도 안 맞았던 같아요.”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좋았어요. 하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거든요. 한번은 주소를 잘못 전달받아서 허탕을 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다 웃을 일로 남았죠. 팀원들 간 손발도 잘 맞았습니다.” 대답하는 그에게서 만족감이 느껴졌지만 아쉬움을 묻자 이내 말이 빨라졌다. “당연히 많죠. 발표까지 마치니까 만족스러웠던 점보다 아쉬웠던 점이 훨씬 더 많이 보입니다. 사업 아이템이 창의적이지 않고 너무 평범했던 것 같아요. 또 아무래도 저희 단체가 커뮤니티니까, 강제력이 없어요. 제가 운영진이긴 해도, 상하관계는 커뮤니티에서 존재하지 않죠. 그러니, 누구한테 이걸 해야만 한다고 못 박을 수도 없고 자연히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요. 커뮤니티 출범 초창기부터 늘 해왔던 고민이지만, 수평적 구조인 커뮤니티 특성을 버리기 쉽지 않으니 어쩔 수 없죠.” CU의 인터넷 카페에는 현재 5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의 발표 자료가 업로드 되어 있다.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일은 ‘대구 프리마켓’이었어요. 먼저 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요(웃음). 홍대의 프리마켓을 벤치마킹 한 것인데, 저희가 일일이 작가도 섭외하고 손수 한지공예 손거울과 컵케익도 만들어서 청소년재단 ‘아르미’와 함께 대구시의 협조를 얻어 해냈죠.” 이름 없는 작은 커뮤니티에서 그런 큰 사안을 진행할 때 어려움은 없었을까? “기관의 협조를 얻은 부분 말씀이시죠?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대견하다는 반응이에요. 우리들 입장도 잘 수용하고요. 괜한 겁은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앞으로의 도전 과제도 물어보았다. “지금도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어요.

그 중에 꽤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 하나를 말씀 드린다면 학교(경북대) 북문에 문화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북문이 저희 학교에서 가장 유동인구도 많고, 한 번씩 밴드 동아리나 음대 학생들이 공연을 하잖아요. 그런 개별적 공연들을 체계적으로 정렬해서 여타 가수들도 섭외하고 홍보물도 제작해서 배포하면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을까 판단합니다. 물론 저희에게 수익은 오지 않죠. 그런데 재미있으니까요. 또 다른 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곧 있으면 휴가 시즌이 오는데 마땅히 피서하러 갈 데도 없고 휴가 가기가 여의치 않은 분들을 모집해서 초등학교를 빌려 야영회를 여는 겁니다. 텐트도 빌려서 제공해 주고 교실 중 하나를 ‘귀신의 집’처럼 꾸민다든가, 프로젝터로 영화를 상영하든가 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요. 그런데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학교에서 건물을 빌려줄지는…… 솔직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 고민, 하고 싶은 일에 비중 두자 추진력 생겨


생각보다 큰 야망(野望)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선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애정이 뿜어져 나왔다.




04학번인 박성원씨는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취업시험이나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비슷한 또래 학생들과는 다른 행보다. “군대를 늦게 간 편인데, 군대 가기 전 학생회를 했거든요. 활동하면서 전 참 재미있었습니다. 행사가 있을 때면 이런 저런 것을 기획하는 것 말이지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 온 사이 좀 변했더라고요. 무엇이냐 하면, 활동하는 후배들을 지켜보는데 ‘우리 때완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란 것이죠. 2,3년 사이에 학생회 활동이 확 둔화돼 버렸어요. 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적당히 수업 듣고 적당히 연애하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걸 목표로 두고 삽니다.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생각하다가 작년 이맘 때, 졸업을 1년 반 앞두고 이대로 졸업할 수 없단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CU를 설립하진 않았지만 스텝으로 합류하게 된 거고요.”



이런 그를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어떨까? “부러워해요. 좋은 학점 받아 좋은 데 취직하거나 명문대학원 진학한 공부벌레 친구들, 겉으로는 빛나 보이는데 학부 시절 추억이 없으니까 나중에 기억할 것들을 쌓아가는 저를 부러워하죠. 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서 물리학도 함께 전공하고 있어요. 공부를 위해 이제부터는 대외활동을 조금 줄이고 진로 설정에 집중하려고요.” 즐기면서 사는 것이 인생관이라는 CU스텝 박성원씨, 시류에 휩쓸리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만의 신조를 지키는 그에게서 ‘재미’라는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