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정식 명칭은 ‘시민과 함께하는 반값 등록금 고연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매년 개최하는 정기 연고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600여명(경찰 추산)의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현실로 만들 것을 결의했다. 두 학교 간의 스포츠 교류 위주로만 이루어져 온 행사에 사회적 의제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왠지 그 뒷맛이 씁쓸하다. 결과적으로 이 행사가 두 학교 내에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고려대 두 학교의 학부생 수를 합치면 서울에 위치한 본교만을 기준으로 삼아도 3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하면 집회를 찾은 학생 수는 채 2%도 되지 않는다. 양 학교의 총학생회가 행사 훨씬 전부터 당일까지 리플렛을 통해 지속적인 홍보를 했음을 가만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참가인원 숫자다. 경찰, 북한인권단체 등의 방해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행사는 당연히 사회의 큰 주목도 받지 못했다. 청계광장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고,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거의 없었다. 집회 관련 소식은 단신이나 포토 뉴스로밖에 보도되지 않았다. 며칠 전 ‘집회가 예정되어 있음’을 보도한 기사들이 오히려 더 자세히 행사를 다뤘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집회는 반값 등록금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시들해져가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였다. 연세대, 고려대 두 학교의 등록금 수준이 국내 사립대 최고를 다투는데다가, 두 학교가 갖는 상징성으로 인해 고연전이라는 학내 이벤트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장의 카드는 통하지 않았다.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것보다 눈앞의 취업 문제가 더 급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대학생 양극화 덕에 반값등록금이 절실한 사람들만큼 등록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생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한 ‘무관심’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도서관과 대학가 술집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엇이 원인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반값등록금 문제의 표류가 만들어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6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반값등록금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짐과 함께, 정치권의 대학교 교육비에 대한 관심 역시 스리슬쩍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든든 장학금’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시혜적 장학금 확대만이 생색을 낼 뿐이다. 펄펄 끓던 냄비는 대학생 스스로가 계속해서 열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점점 더 식어갈 것이다.



고연전의 메인이벤트가 열리는 오는 금요일과 토요일, 잠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대학생들이 모여 응원을 하고 술을 마시며 ‘젊음의 열기’를 즐길 것이다. 대부분 월요일 저녁 청계천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이들이다. 반값등록금이라는 찬스가 날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광란의 연고전’은 치러질 것이다. 찬스가 멀리 날아가는 걸 모른다는 듯이, 아니면 알아도 상관 없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 궂은 날씨와 보수단체, 경찰의 방해공작 속에서, 소위 운동권의 조직적인 참여 없이 600명이 모였다는 것은 작은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학교의 규모와 사회적 위상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특히 금요일에 있을 스포츠 연고전 때 모일 관심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궁금하다. 어제 모인 600명이라는 작은 불꽃이, 크게 타오를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지는 대학생 스스로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