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혀 있는 은행 문을 붙잡고 아우성치는 시민들의 모습이 또 다시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지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7개 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선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가 1% 미만이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은행이 영업정지 대상에 올랐다.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 등이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된 저축은행들은 부산상호저축은행 사건 못지 않은 비리와 탈법에 연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려진 것만 해도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주주 대출 사례 등 그 면면이 화려하다. 영업정지 대상에 오른 한 은행은 공시지가 12억원의 땅을 담보로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해주기도 했고, 수도권 소재 개발 프로젝트 2곳에 전체 자산의 70%인 6000여억원을 쏟아 부은 저축은행도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은 음지에서 온갖 비리와 탈법을 저지르며 서민들의 소박한 꿈이 담긴 돈을 함부로 굴렸다.

경기 성남시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 19일 예금자들이 몰려와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에 항의하자, 신 회장이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

 저축은행 사태는 실상 온갖 거짓으로 얼룩진 SHOW의 결과였다.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은 정부와 은행이 뱉은 거짓으로 인해 감춰졌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금융 관리 당국은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금자를 안심시키기에 바빴다. 부산상호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을 때, 김석동 금융위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상영업 중인 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예금자는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예금자들이 현명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예금자는 더는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던 정부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보았다. 금융 당국이 사태의 위험성을 깨달았다면, 거짓된 말로 상황을 일시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의 본질에 손을 댔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예금자들을 달래는 데에 바빴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관리 감독망을 구축하지 못한 책임이 드러날까봐 겁이 나서 였을까. 

 정부뿐만이 아니다. 저축은행 또한 예금자를 속였다. 퇴출이 확실해져 가는 순간에도, 고객을 속여 예금을 유치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다. 서민의 돈으로 비리와 탈법을 저지르고는, 그로 인한 손실 또한 서민의 돈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은 퇴출 직전까지도 고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거나, 부실한 내부 사정을 숨긴 채 우량 저축은행이라 홍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안에 떨던 예금자들은 저축은행의 거짓말에 속아 돈을 인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영업정지였다.

 정부와 저축은행은 과오를 시정하는 대신, 거짓말로 서민을 속여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다. 이들의 거짓말은 서민들을 두 번 죽였다. 피땀 흘려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은 예금자들은 억울함을 하소연 할 곳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거짓말에 속았던 예금자의 마음에는 “아 그 때 돈을 찾아갔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로 인한 피멍 또한 남았다. 금전적인 보상말고도 심리적인 상처와 자책감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어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토마토2저축은행 서울 명동지점을 방문해 2000만원짜리 정기예금을 가입했다. 그는 “예금자 여러분은 동요할 필요 없다. 저도 방금 이 저축은행에 직접 예금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2천만원이라는 금액은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해당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더라도 바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2011년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재산은 10억이 넘었다. 10억 중에 2000만원을 예금하고는 걱정하지 말라니, 이건 쇼도 아닌 생쇼다.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이런 ‘生SHOW’를 펼칠 여유가 있다면 이제는 문제 해결에 쏟아 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