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박원순 변호사와 이석연 전(前) 법제처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양 후보 진영 모두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시민’이었다. 박 변호사는 출마 기자회견 시 ‘시민’이란 단어를 무려 30번이나 사용하며, “시민이 시장이다.”를 모토로 내세웠다. 이 전 법제처장 역시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시대적 전환점에서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나아가겠다.”라며 자신이 시민후보임을 강조했다.

한편 양 후보 모두 입당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입당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지는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선거 정국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양 후보 간 시민후보 매치가 될 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당 매치가 될 지, 그것도 아니면 다자구도가 될 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도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박 변호사로 보이나, 아직 언론과 여당의 ‘검증’이 시작되지 않았고, 기성 정당의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나 박 변호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인기’에 불과할지라도 그 원인을 알면 표심을 알 수 있고, 표심을 알면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지지도는 처음부터 높았던 것이 아니었다. 5%에 미치지 못하던 그의 지지도는 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 이후 급상승했다. 이를 볼 때, 박 변호사의 지지율 상승은 안철수의 주 지지층인 20·30대의 덕이 크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는데, 박 변호사는 타 세대에서 여권 후보에 뒤지지만, 20·30대 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사실 범야권 후보를 20·30대가 지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20대와 30대의 여론조사 결과에는 차이점이 있다. 30대의 경우 지지하는 후보 성향이 확고히 결정된 반면, 20%에 가까운 20대가 지지하는 후보를 ‘모름/무응답’으로 답한 것이다. 서울의 20대 유권자는 약 165만 명에 이른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불과 2만 6천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 ‘모름/무응답’의 20대가 일정 후보를 선택할 경우, 단박에 선거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 서울신문


이번 선거에서 20대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더 있다. 먼저 20대는 현재 ‘정책 공백’의 영역이다. 양 후보의 출마 선언 중 청년·20대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박 변호사가 청년 실업 문제를 언급하긴 했으나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고 구체적인 방향 제시는 없었다. 반면 20대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등록금 문제, 주거 문제, 취업 문제 등이 날로 심화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금 20대가 요구하는 정책들은 주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20대의 문제가 단순히 20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20대를 잡으면 그 부모층인 40·50대의 표도 일부 끌어올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대 관련 정책을 선점할 경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또 박·이 양 후보의 출마 선언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시민’이다. 그리고 이 경우 20대가 선거판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정당’과 ‘조직’이 아닌, ‘시민’이 키워드가 되었을 경우, 필연적으로 SNS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SNS의 주 활용층인 20·30대는 선거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비교적 덜 정치화, 이념화 된 20대의 경우 이념보다는 정책에 따라 후보를 결정할 여지가 크다. 이번 선거에서 20대에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출처 : 연합뉴스


지금까지 치뤄진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낮았다. 때문에 20대를 위한 정책이 주요 이슈로 부상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 광풍(狂風)이 되었던 안풍(安風), 여·야의 시민 후보 등장 등 이상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다른 선거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투표율이 낮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다. 박·이 양 후보 모두 출마 선언 시,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언제나 변화는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20대를 위한 정책을 보여주어라. 20대를 잡는 자, 서울을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