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가을바람이 선선히 부는 요즘, 때아닌 ‘안풍’이 불고 있다. 안철수 교수의 서울 시장직 선거 출마가 일으킨 바람이다. 안교수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일단락 되는가 싶었지만 안풍은 쉽게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꾸준히 정치를 해왔던 사람도 아니고 IT업계를 이끄는 그가 서울 시장 선거에 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던 것 인가. 점점 더 거세지는 ‘안풍’은 왜 그치지 않는 것일까.
 



정치파이 안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교수를 비교하자면 안철수 교수는 어쩌면 작은 부스러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만큼 안철수 교수의 정치 입문은 사람들에게 뜻 밖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도 안풍은 돌풍을 넘어 토네이도가 되어 불고 있다. 심지어 서울 지지율 조사에서 안교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넘어섰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 성공률이라면 모를까 박근혜 의원보다 안철수 교수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 일까. 국민들이 이유 없는 이유로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것은 기존의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역겨움을 느낀 국민들이 비정치인을 지지 함으로써 현 정치의 불만과 전통적 정치의 식상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안철수의 지지율은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IT교수가 정치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현 정치인들 보다 더 잘할 것 같아서가 절대 아니다. 지금의 정치가 얼마나 형편 없는지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을 보여주는 숫자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통화 중, 손석희 교수에게 입당을 권유했다. 홍준표 대표는 안교수가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손교수가 출마할 생각은 없겠냐고 물었지만 손석희 교수는 저는 ‘영희’가 아니라서요 라는 말로 재치 있게 받아 쳤다. “후보는 많을수록 좋다며 철수가 나왔으니 영희도 나오겠다”고 발언한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표는 “석희랑 영희가 비슷하다, 우리당에서 잘 모시겠다”며 권유했고 손교수는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맡은 자리에서 충실하게, 건강하게 비판하고 싶다는 손석희 교수의 바람직한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통화에서 홍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 선거는 제일 중요한 게 구도”라며 구도, 정책, 그 다음이 인물이고 정책에 맞는 인물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의 정책과 손석희교수, 안철수교수의 공통점은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유명인사를 당에 영입해 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사기로 밖에 안 보인다. 물론 유명한 사람이 정치 판에 뛰어들어 무관심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관심을 이끄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심을 끄는 것에 그치고 만다. 국민들이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지지하고 정치를 맡기려 하는 것을 정치의 외부 투입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정치 영역 밖에서의 성취와 가치를 정치와 공공 영역에서 직접 추구하는 현상이다. 안철수는 의사였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IT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바닥부터 시작한 그가 성공한 실례를 보며 국민들은 정치를 해본 적 없지만 또 다시 그가 정치에서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법조, 교육, 방송, IT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발판으로 정치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례에 주목해 봐야 한다. 예컨대 문국현, 정주영, 이회창, 엄기영 등은 실패 했다. 한국 정도의 세계 10위권 규모의 민주국가 어디에서도 1년 전까지 대학교수였던 사람이 전혀 경험 없이 곧바로 공동체의 최고 공직자리에 올라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사람들에게 안철수는 옹달샘 같았다. 영남과 호남의 대립, 보수와 진보의 대립에서 벗어나 낡은 정치를 갈아치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처럼 느꼈다. 지금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높아졌다. 이제 현 정치인들에게 남은 숙제는 관심 끌기가 아닌 정치에 지친 민심을 어떻게 달래 줄 것인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서울 시장직에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되는지,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는지 중요하지 않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는 사람들이 왜 안철수에 열망했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편가르기식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 박근혜의 주도적인 행보에도 대안을 모색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문제를 해결 하지 못한다면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바둑이가 출마할지도 모를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