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23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안을 표결하였으나, 787명 중 510명이 찬성해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한 채 64.6%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민노당과 진보신당과의 통합 결렬에 이어, 민노당과 참여당과의 통합마저 성사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건설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듯하다.


그러나 차라리 잘된 것 같다. 민노당·참여당의 통합이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진보진영 인사들은 진보정당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그 이후에 통합에 나서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통합에 가속도를 붙이기보다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건설하려면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레디앙


최소한 진보정당이라면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 참여당을 이끌고 있는 유시민 대표 역시 참여정부에서 일하던 사람으로서,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반노동 정책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유시민 대표의 실천적인 반성이 선행되지 않은 이상 참여당을 쉽게 진보정당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권영길 의원은 당 대회에서 “저는 제사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분신, 투신, 목매고 맞아죽는 많은 열사를 보냈다. 그들을 가슴에 묻으며 노동자 민중이 집권할 날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원칙 없는 통합은 참여정부 시절에 투쟁했던 노동자들에게 실망과 불신만을 안겨줄 뿐이다.


그리고 참여당과의 통합은 실질적으로도 당장 민노당의 가장 큰 기반인 민주노총을 분열시킬 수 있다. 민주노총은 참여당과의 통합논의가 있은 이후, 민노당을 계속해서 배타적 지지를 해야 할지 큰 혼란에 빠졌으며, 현장에 있는 민주노총 간부들끼리도 격한 논란을 벌였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참여당과의 통합이 성사되었다면 민주노총의 분열은 상당히 심화되었을 것이다.


또한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이 결렬된 이유에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가지고 있는 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듯 참여당과의 통합은 진보정당의 외연은 확장시킬 수 있으나, 정작 진보정당 구성원들의 단결은 망칠 수 있다.



진보정당이 현실 정치 속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진보의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이 뭉쳐야 한다. 진보의 비전을 현실 속에서 실현시키기 위하여, 힘을 합쳐서 현실 정치에서의 영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가까운 앞날만을 내다보고 세력 확장만을 위해 뭉치는 것은 곤란하다. 조금 느려도, 늦어도 좋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진보정당이 만들어져야만, ‘진보의 가치’가 공고해지고,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