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바랜 부모님의 연애시절 사진을 보고 가슴이 설레고, 헌 책방의 쾨쾨한 냄새를 좋아하며,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음악보다는 통기타에서 울리는 소소한 음악에 더 끌리는 당신. 그대에게 딱 맞는 ‘아주 오래된 낭만’을 선물합니다.



  가수 김건모.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최근 MBC ‘나는 가수다’ 초기 멤버로 활약했던 김건모는 20대에게 생소한 가수라기보다는 익숙한 가수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데뷔 20주년이 됐다는 것이나, 그의 초기 앨범들은 LP로 발매되었다는 사실도 익숙한가? 데뷔 20주년이면 지금 대학생들이 아주 어렸을 적이기에 그의 데뷔곡을 기억하는 대학생은 없을 것이고, LP판 제조는 중단됐기에 대학생 중에서 지금까지 LP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김건모라는 가수를 “오래된”취향이라고 보기에는 그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고 그의 음악도 올드하지 않지만, 그의 20년 가수 인생은 그다지 짧지만은 않다. 그의 12개의 앨범 중 LP로도 만날 수 있는 그의 옛 앨범들을 소개한다.

유명 팝송들이 수록되어있는 LP판들이 쌓여있는 모습.


  김건모의 1,2,3집은 LP판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아마 많은 20대들이 뭔지 알기는 알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이 아마 LP(long-playing record)일 것이다. LP이전에는 SP를 통해서 음악을 재생했다고 하는데, SP는 한 면에 최대 15분 분량의 음악을 실을 수 있었다. LP는 SP의 개량 버전으로 LP는 분당 33과⅓씩 돌며 훨씬 긴 시간 동안(점차 수록시간이 길어져 30cm 레코드 한쪽 면이 40분을 넘는 것도 있다.) 재생이 가능했기 때문에 LP, 즉 “long playing record”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지금은 얇은 CD한 장으로 2시간은 재생할 수 있고, 또 MP3를 통해서는 무제한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long playing record가 왜 Long play라는 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시대에 LP판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지지직거리는 사운드가 LP판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지만, 잡음이 많아 제조가 중단되었다. 참고로, 국내에서 LP가 생산중단 된 시점은 1995년경이고, 마지막 남은 LP회사가 문을 닫은 시점은 2004년이다. 


1992년, 20년 전 김건모


  본론인 김건모의 음악으로 돌아오자면, 김건모는 1992년(올해가 정확히 20주년이다) 1집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발표하며 신인가수로는 드물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 앨범에는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리메이크를 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첫인상”도 수록되어 있다. 그의 1집 앨범은 20년 전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재미있고 촌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김건모만의 독특한 창법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모든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랩이지만 당시에는 꽤나 파격적이었던 랩 부분을 만날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에서의 랩은 영어단어 없이, 한글로만 이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그 흔한 yo나 come on같은 영어 하나없이 순수 한글로 된 랩 가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김건모 2집 LP판. '핑계'가 수록되어 있는 앨범이다.


  
  큰 인기를 모으게 된 그는 이듬해 발표한 2집 수록곡 ‘핑계’로 가요계에 레게 열풍을 몰고 왔다. 당시 경향신문 기사(1994. 11.04)에 의하면 [김건모의 강점은 우울하지 않다는데 있다. (중략) 물에 빠진듯한 헤어스타일이나 헐렁한 옷차림, 싱글거리며 웃는 모습에서 풍기는 귀염성, 코믹하고 여유있는 무대매너 등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중략) 그의 콘서트에서는 종종 서양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김건모의 노래는 순수 창작곡이지만 흑인 레게리듬과 멜로디를 완벽하게 소화, 외국인의 감각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소개되어있다. 당시의 신문기사들을 살펴보면 김건모의 ‘핑계’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용감한 형제’라는 프로듀서가 브레이브걸스 새 앨범 작업 중 김건모의 ‘핑계’를 듣고 감동을 받아 트위터를 통해 존경의 글을 올려서 화제가 됐는데, 그만큼 ‘핑계’라는 곡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명곡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리고 1995년 대한민국 음반판매량 사상 280만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잘못된 만남'(3집)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하였고, 각종 상을 휩쓸면서 최고 가수 자리에 등극했다.


김건모의 오래된 매력


  솔직히 2000년대 김건모가 ‘짱가’나 ‘제비’같은 곡을 선보였을 때나, ‘나는 가수다’에 나왔을 때보다 1,2,3집 때의 그가 참 좋다. 무엇보다 그 앨범들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이 시간이 흘렀어도 지금의 감성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고, 그의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스타일 날 것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LP판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음악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한다. 장난끼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김건모지만 그의 연륜을 다시금 느끼게 되고, 지지직거리는 LP판으로 재미있고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달까. 기회가 되면, 고장난 턴테이블을 고쳐서 그의 음악을 LP판으로 직접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