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원어 강의 열풍’이 논란이 된 지는 오래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종 매스컴은 꾸준히 대학 원어 강의를 비판하고 나서지만 갈수록 그 열풍은 뜨거워지고 있을 뿐이다. 올해 초 국내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2010년~2012년 3년간 영어강의 비율을 최대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아예 영어 강의를 학칙으로 의무화 해놓은 학교도 늘고 있다. 학칙으로 명시되어 있는 ‘영어전공강의 의무 수강제도’는 내용에 있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갈수록 많은 대학들이 영어 졸업인증제와 영어전공강의 의무 수강제도를 따르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여전히 분노한다. 원어 강의는 과목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같이 수강하는 학생들과 영어 실력에 대한 차이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님의 영어 실력도 썩 좋지 않아 불만은 더 커져만 간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강의가 끝난 후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강의가 주는 패닉에 대하여 투덜거리기만 할 뿐 누구 한 명 교수님께 제대로 불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영어 강의를 진행하시는 교수님은 학생들의 이러한 속내를 알고 계실까. 또한 원어 강의에 대한 교수님들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사실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인데 ‘영어’라는 언어 앞에 우리는 너무도 서로의 마음을 모르고 있지는 않은가. 고함20에서는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영어 강의를 맡고 계시는 교수님 두 분을 만나 원어 강의에 대한 그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현재 어떤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계십니까?

이현주(이하 이) 매스컴 효과론입니다. 이 과목은 사회나 개인의 태도나 행동에 매스미디어 내지는 새로운 뉴 미디어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데 주안점이 있죠.

박남수(이하 박) 저는 디지털 콘텐츠 플래닝(planning) 이에요. 현재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어떻게 기획하는지 그리고 웹 환경과 트렌드가 어떠한 방향으로 흐르는지를 알아보는 수업이에요.


Q. 그렇다면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영어 강의를 진행하고 계세요? 예를 들어 교재는 원어로 된 책을 택하고 수업은 한국어로 하는지 아니면 수업 전체를 영어로 진행하고 계시는지 말예요.

일단 교재 자체는 한국어를 쓰고 있어요. 그리고 수업은 원래 원어로 진행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강의가 시작된 지 2주차가 될 때까지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영어 진행보다는 한국어 진행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학생들이 너무도 영어 수업을 낯설어 한다는 것이 느껴지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현재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절충해 가고 있는 시점이에요.

우리 수업은 대체로 영어로 진행하고 있고 중간 중간에 한국어로 설명을 곁들이는 정도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에게서 비춰지는 낯선 반응 때문에 정말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그럼 교수님께서 이러한 어려움이 따르는데도 불구하고 원어 강의를 맡게 되신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이 제 개인적인 의지가 충만해서 하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웃음). 단지 원래 이 학교에 계시던 교수님께서 제안을 해 주셨고 그래서 하게 되었어요.

 저 또한 비슷한 계기예요. 학교에서 영어 강의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사실 요즘 전반적으로 학교에서 영어 강의를 늘리고 있는 추세잖아요.


Q.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영어 강의를 제안 받으셨을 때 강의할 과목이 영어로 진행되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신 건가요?

사실 과목 자체의 특성을 떠나서 학생들과의 상호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지금까지도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 내용에 대하여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현재 제가 보았을 때는 수용의 폭이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아요. 학생들이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원어의 형식으로 설명을 하면 개념에 대한 이해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지금도 혼란스러워요.

저는 처음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수업은 용어에 대한 개념이나 주된 내용들이 미국에서 온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의 자료들이 한국 자료보다는 외국 자료가 더욱 효율적이죠. 그래서 영어로 강의를 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죠.


Q. 이 질문은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죄송스러운데요, 현재 교수님의 영어 실력이 강의를 진행하기에 충분하시다고 생각 하시나요.

하하.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뭐 개인적인 능력이라고 얘기한다면 나중에 강의 평가를 받아보면 알겠죠? 현재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개념을 인지시키는 데는 교수들의 실질적인 영어 실력이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만약 나보다 발음이 훨씬 더 좋은 영어 비디오를 틀어준다 하여서 학생들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교수들이 어떠한 현상을 영어로 설명을 하는 것은 단순히 통역이나 번역을 넘어 서는 능력이 필요해요. 영어 실력보다는 그러한 부분에 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Q. 학생들이 원어 강의를 비판 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교수님의 영어 실력이에요. 하지만 교수님의 답변은 이러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원활한 영어 강의를 위하여 교수님만의 준비라든지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원어로 강의를 하든 한국어로 강의를 하든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받아들였을 때 학생들은 낯설어 하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반복적인 학습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방식은 수업시간에 전 수업에 배웠던 하이라이트 부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것이예요.

전 주로 비디오를 보여주려 하는 편이예요. 단순히 영어로 전달하려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그러한 시청각 자료를 많이 찾으려 하고 있어요.


Q. 그렇군요. 사실 학생들은 영어 강의를 매우 기피하고 있어요. 이러한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 그랬어요? 저는 몰랐어요. 수강생이 워낙 많아가지고..

저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저희 생각에는 20명에서 30명의 학생들 정도만이 수강을 하지 않을 까 생각했었는데 학생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그런데 교수님들이 말씀하시길 개설된 과목이 작기 때문일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기피하나요?


Q. 네. 원어 강의가 절대 평가와 시험문제가 조금 쉽게 나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부할 때 매번 해석이 필요하고 일단 교수님께서 처음 영어로 설명하실 때 멍해질 때가 많거든요..그래서 사실 학생들은 필요 이상의 영어 강의는 과유불급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교양도 아닌 전공과목까지 굳이 영어 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좀 난제인 것 같아요. 사실 대다수의 학교가 그런 추세로 가고 있다고 했을 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학교 입장에서 중요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 형태가 진행되고 있기는 한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생들이 제대로 수용이 되지 않을 때 굳이 이런 교육을 시행한다면 악화일로이지 양화로 구축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방식의 교육 형태는 선생과 학생이 서로 준비가 된 접합 지점이 있을 때 가능한데 그렇지 않다면 악화가 될 수 있죠. 현재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죠. 만일 직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원하는 경우에는 괜찮아요. 제가 이전에 영어 강의를 했을 때는 학생들이 실제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던가, 본인들 스스로가 계속해서 영어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어요. 학생들이 영어를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사용함으로써 영어 실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힘들어요.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영어 강의를 택하여서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영어를 많이 쓰지 않길 바라는 마음 있다면 이건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 밖에 되지 않죠.
 

영어 강의하는 교수들, “우리도 답답해” <下>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