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 라고 들어봤나?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서울특별시의 야심작 프로젝트 ‘여성이 행복한 도시’의 준말이다. 이는 서울특별시가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3불(불편, 불안, 불쾌)의 요인과 걱정거리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한 정책이다. 2007년 서울시가 시작한 이후 차츰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인 정책이다.






여성이 행복한 도시는 세계적으로 대세다. 유럽권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복지국가답게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 왔고, 많은 도시들이 여성 친화 도시로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유럽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국가, 도시들이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들을 시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여성의 시각과 경험들이 반영된 정책과 도시행정을 시행했고 현재 서울 곳곳에 눈에 띄는 변화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과연 서울시의 야심작 ‘여행시’ 프로젝트가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줄지는 의문이다. ‘여행시’의 시행목적은 양성 평등, 인권 증진 등 큰 문제들에 맞춰진 정책들을 여성의 편리, 편의와 같은 실질적인 부분으로 돌리는 것이다. 허나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부정적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만약 서울시가 진정으로 여성이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여기저기 여성 전용 시설들을 만든답시고 공사를 벌여놓고 ‘이거 보세요. 우리 잘했죠?’ 같이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즉, 여성의 사회적 지위 문제이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상당히 향상됐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라서 차별을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다시 말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아직 남성의 사회적 지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행시’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무슨 퀴즈문제라도 되듯, 쉽게 패스해 버린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하는 ‘여행시’




여행시의 정책이 어떠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 한번 보자. 먼저, 여성전용 주차공간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여성전용 주차 공간 사업 목적은, 여성은 유아를 동승하는 경우가 많고 짐을 올리고 내리는 등의 불편함이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편리하고 안전한 주차장을 운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공공기관이나 백화점, 마트에 가면 여성전용 주차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목적대로라면 왜 ‘여성전용’ 주차공간이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유모차 전용 공간이라고 하면 되지 않나? 물론 보육의 대다수를 여성이 한다지만 최근 남성도 보육의 의무를 분담하는 세상에 오히려 이것이 남성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싶다. 


사진 출처 : 뉴시스



또,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을 위한 보도블록 개편 같은 경우도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 공사는 보도블록 사이에 난 틈으로 여성들의 하이힐이 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를 틈 없는 보도블록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또 한 번 묻고 싶다. 모든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가? 모든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도 아닌데 ‘여성을 위한다.’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체 여성들이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지 특정 여성만의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




보도블록과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여행시’ 정책은 서울시 전체 예산의 0.31%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이러한 예산의 1/3은 모두 화장실과 보도블록 개편에만 치중되고 있다. 단순히 홍보성만 치중한 건 아닌지 정책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편리’보다는 본질에 다가서자



서울시의 ‘여행시’ 정책은 단순히 여성의 ‘편리’만 향상시킬 뿐이다. 앞서 말한 본질적인 문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고려되지 않았다. 흔히들 이러한 정책이나 시설들을 접하게 되면 ‘페미니즘 적이야’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그거 아나? 오히려 이러한 것들은 反페미니즘 적이다. 여성만을 위한 시설은 그 자체만으로 여성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게 만든다. 더불어 이를 접한 남성에게 오히려 역차별을 느끼게 해 남녀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정책 모두가 문제점을 지닌 것은 아니다. 다수의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편리를 느낀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실질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몇몇 정책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여성들까지 수혜를 받도록 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정책의 본질을 기억하자. 아직 ‘여행시’는 완벽하지 않다. 미숙한 부분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