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은 다름 아닌 ‘학과’다. 동국대는 북한학과를 비롯한 4개 학과를 폐과하려 하고 있다. 9월 26일 학생들에게 구두로 통보한 ‘학문구조개편안’에 따르면, 북한학과, 윤리문화학과, 문예창작학과, 반도체학과 등이 아예 폐과되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될 예정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북한학과는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국대는1994년 국내 최초로 북한학과를 개설하여, 북한 통일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해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북한학과를 2013년부터 연계전공으로 전환하고 교수 소속은 일반 대학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입생이 더 이상 입학하지 않는, 사실상의 폐과 조치다.

하루 아침에 자신이 다니던 학과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과의 폐과를 막고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학교 본관을 점거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26일 학문구조개편안이 발표된 날에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동국대 본관을 점거하며 학과 통폐합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우리 학문을 지키기 위한 동행’이라는 이름의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와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다.

 
사실, 북한학과 통폐합 위기는 단순히 학과 통폐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인문학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북한학과를 통폐합하기로 한 실질적 이유는 대학 측이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학의 ‘쓸모’는 바로 ‘취업’을 의미한다. 북한학과가 한국 사회와 통일에 기여하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북한학과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는 이처럼 수많은 대학들이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인문학과를 제 멋대로 자르고 붙이는 것을 목격해왔다.

하지만, ‘인문학의 위기’는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인문학이 위기가 수면 위에 오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시사한다. 2006년 대학 교수들이 나서 ‘인문학 선언’을 발표하는 등 인문학의 위기를 경고했지만,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인문학은 여전히 위기다. 근 몇 년간 아무런 변화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무뎌졌다. 인문학의 위기에 관해 그 어떠한 말들을 늘어놓더라도, 이제는 어디서 한번 들어본 듯한 뻔한 이야기로 비춰질 뿐이다. 인문학이 등한시되는 현실을 개탄하던 목소리는 이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채, 그저 한물간 담론 대접을 받고 있다. 그 사이, 몇몇 학과들은 ‘학과 통폐합’이라는 이름 아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은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수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토대로서, 지하수에 비교되곤 한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탐구하여, 응용분야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끔 하기 때문이다. 지하수가 마르면 생명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처럼, 인문학에 위기가 닥치면 여타 학문의 미래도 어두워진다. 이를 막기 위해, 학문의 탐구를 존재의 이유로 갖는 대학은 인문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그런 대학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인문학을 짓밟고 있는 현실이라니, 아이러니하다.

대학교가 진짜 ‘대학교(大學校)’인지, 아니면 취업사관학교인지 헷갈리는 지금, 북한학과는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 북한학과의 폐지는 인문학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지표이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인문학은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