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지호다.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경원 후보 측은 박원순 후보의 병역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설전의 최전방에 나선 이는 다름아닌 신지호 의원. 지난 6일 음주 토론 이후 나경원 서울 시장 후보 대변인직을 사임하고 당분간 대중 앞에 모습을 감출 것이라 예상되던 그였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박원순 후보의 단점을 공격할 저격수로 선거의 최전방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그 간의 과오를 만회하기는커녕 또 다른 비판의 구실만을 남기고 말았다.

 지난 9일, 한나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는 13세 때,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양되어 6개월 방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1941년 박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는 박 후보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뒤 실종되었다. 박 후보의 부모는 작은 할아버지의 가계를 잇기 위해 박 후보를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적시켰다. 작은 할아버지 가계의 독자가 된 박 후보는 6개월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에 신지호 의원은 박 후보가 “가족사까지 조작하려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부산 고등법원 제5민사부 판결문을 근거로 제시하며 작은 할아버지가 형(박 후보의 할아버지) 대신 사할린으로 강제징용 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 의원은 “초기에는 일본이 한국인의 반발을 우려해 국민징용령을 강제시행하지 않고 (…중략) 특수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일본으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그것도 일본 회사 중심의 노무동원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1944년 8월8일부터 비로소 일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징용령이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박 후보의 할아버지가 1941년에 징용영장을 받았다는 것은 거짓 주장이며, 작은할아버지가 사할린으로 갔다면 모집에 응해서 간 것이지 형의 징용영장을 대신할 것 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41년 이전부터 강제 징용이 존재했음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친일성향으로 유명한 뉴라이트 연합의 교과서조차 강제징용은 193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설마, 신지호 의원이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지난해 통과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1938년 4월1일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제에 의하여 징용된 군인•군무원 또는 노무자 등”을 강제 동원자로 규정하고 있다. 신 의원은 이 법안의 발의자 중 한 명이다. 즉, 그는 법안의 발의자로서 41년 이전에 강제 징용이 존재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몰랐다면, 법안의 내용도 모른 채 발의한 셈이 된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신 의원의 발언은 오히려 일본 정부의 입장에 가깝다. 일본정부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징용령 실시 이전에는 자발적으로 모집에 응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 할 수 있는 신 의원의 발언은 단순 착오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자발적 징용자로 왜곡하여 당시 희생자는 물론이고 역사까지 모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주 토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상대 후보를 비난하기 위해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다니. 멀쩡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도, 100분 토론 전에 마셨던 술이 덜 깬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서 역사왜곡까지 자행하는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선거를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요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정책만을 홍보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이제는, 맹목적 비난과 반대로 얼룩진 네거티브 공방을 멈추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그 다짐을 실현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