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얼음이 얼었다. 올 가을 최고의 추위란다. 이 날씨 속에서도 따뜻한 실내를 버리고 잠실벌로 모여야 했던 이들이 있었다. 음식업 중앙회 이야기다. 18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가 열렸다. 행사 시간은 오후 1시. 식당 매출에 직결되는 시간이었지만 약 1만여 명(경찰추산)의 식당 주인이 모였다. 지나치게 높은 카드 결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음식점은 현재 최고 2.7%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납부한다. 식당 주인들은 이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고, 1.5%인 대형마트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국세통계연보 자료에 의하면 외식업의 경우 이익의 35%에 달하는 금액이 고스란히 카드 수수료로 빠져 나가는 실상이다. 
 

출처 : SBS

외식업자들이 불만을 표하고 정치권이 압박이 이어지자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제시한 인하방안은 연 매출 2억 원 이하 규모의 영세식당에게 약 0.2% 정도의 수수료를 인하시켜주는 대책이다. 그러나 업종과 식당의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문제다. 연 매출 2억 원 이상 규모의 식당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으며, 대형마트의 수수료를 재검토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결국 외식업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카드 결제 수수료는 비단 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같은 이유로 20일에는 주유업계가, 이달 말에는 소상공인단체연합회의 결의대회가 예정되어있다. 그야말로 ‘수수료의 난’이다.

그 와중에 수수료에 대한 다른 뉴스가 보도되었다. 현금 서비스 수수료로 인한 카드사의 이익이 카드대란 이후 최고라는 보도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6789억으로 작년 동기간에 비해 2773억의 초과수입을 벌어들인 것이다. 현금 서비스 이용자에게 7%~28.8%의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며 벌어들인 수익이라 사실상 ‘고리대금’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앞의 수수료와 후자의 수수료는 다르다. 전자가 자영업자가 카드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라면 후자는 현금 서비스 이용자 개인이 납부하는 수수료다. 개념은 다르지만 이 두 뉴스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 추세대로 현금 서비스 수수료로 인한 카드사 수익이 늘어난다면, 작년(약 8000억)보다 5000억 이상을 더 벌어들이는 셈이다. 한 경제지의 계산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안(案)대로 음식점의 카드 수수료를 내렸을 때 입는 손해는 많아도 약 1500억이다. 즉, 그들이 벌어들인 수입에 비하면 그들이 제시한 대책은 그야말로 ‘생색용’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수수료의 난’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까지 하다.

출처 : 연합뉴스

17일, 카드사들의 인하 대책이 발표된 이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카드업계가 상당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무색하게, 18일 <동아>는 “금융당국, 수수료 조사 한 번도 안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가맹점 수수료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당국의 무능과 무의지를 폭로했다. 시장의 잘못을 교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생각해본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10만인 결의대회’에는 여·야의 주요 정치인이 참석하여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다. 치솟는 물가와 높은 수수료로 소상공인의 마음도 얼어 붙어있다. 영하까지 내려갔던 날씨는 점차 풀린다고 한다. 날씨처럼 소상공인의 마음도 녹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