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만약에 우리가 80년대의 대학생이었다면 ‘데모’라 불리는 것에 참가할 수 있을까? 그때는 잡히면 고문을 당할 정도로 탄압이 심했잖아.” 친구는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를 나에게 전했다. 그 친구가 들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에 초등학생이 광주의 학살에 분노하면서 쓴 시  (그 시의 내용은 초등학생의 고민이라고 하기엔 너무 성숙했다고 한다.)를 보여주면서 사회의 위기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친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당시의 심각한 부조리와 억압 속에 있었다면 지금 보다 더 성숙한 자세로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을 것이고 사회에 저항하겠다는 생각도 품게 되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또 한 번의 심각한 위기가 찾아 왔다. 광우병 쇠고기와 용산 참사에서 부터 한진 중공업문제까지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철거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보다도 더욱 절망스러울 뿐 이었다. 피해자인 철거민들과 노동자들이 구속당하거나 벌금형을 받았다. 소통의 부재와 탄압의 연속에서 1%만을 위한 정책이 양산되었다.




 20대 또한 1%만을 위한 정치의 피해자가 되었다. 어린 학생들이 자살을 택했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 대출 받은 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힘든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창 희망을 말할 나이에 절망을 이야기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반값등록금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말 바꾸기 술책으로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10.26 재보선’ 20대, 분노를 증명 하다


 


 

  이러한 분노 때문 일까? 10.26 재 보궐 선거에서 20대는 확실히 변했다. 사실 2008년 대선 때에도 젊은 층의 영향력이 큰 인터넷에서는 당시에 BBK의 진실여부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기도 했으며 인터넷상에서는 문국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 아마도 이번 선거 때처럼 투표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야겠다는 열망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는 다른 선거와는 다르게 20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화제가 되었다. 20대의 트위터 페이스북의 투표 인증샷 열풍에 더불어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SNS에는 친구들에게 선거를 독려하는 글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표시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왔다. 투표를 꼭 하자고 지인들에게 단체문자를 보내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SNS가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에 대한 20대의 전폭적인 지지와 높은 선거 참여 열기는 사회적으로 위기가 옴에 따라 대학생들이 무관심했던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사회에 참여 해야겠다는 성숙한 의식을 갖게 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생들이 학자금 빛에 자살을 한다더라. 어떤 대학생이 학비를 위해 위험한 알바를 하다가 죽음을 당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빛나는 졸업장 뒤에 따라오는 ‘취준생’ 이라는 불안한 타이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이다.     




 사실 20대들의 분노는 선거 이전부터 감지되어왔다. 여러 대학에서 반값등록금을 위한 학생총회가 개최되었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였으며 대학생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무관심에서 나오는 거부감보다 관심과 지지를 표명하는 학우들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혹여나 이러한 변화를 감지 못한 것인지 별다른 대응책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얼마 전 반값등록금 문화제를 여는 대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쏘았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의 모든 분노를 무시했지만 ‘선거에서의 패배’까지 피해갈 수 없었다. 






20대, 희망의 끈을 이어나가자




 선거에서 참패를 하고 나서야 20대와 소통을 해야겠다면서 뒤늦게 여러 행사를 열고 노력을 하겠노라 말하는 정부와 여당이 사실 보기에 좋지 않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서라도 20대의 힘을 증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이번 선거는 박원순의 당선도 당선이지만 20대의 가능성과 희망이 드러났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 바로 지금의 20대도 80년대의 민주화 투사들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희망이고 20대가 힘을 모아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우리가 앞으로 찾아올 총선과 대선에서 또한 이러한 열기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인 만큼의 열정으로 사회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386세대가 80년대의 민주화 투쟁으로 사회에 어느 정도의 정치적 자유를 가져온 것은 맞다. 하지만 사회에는 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그들의 한계가 크게 존재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 한계를 매울 수 있는 것은 한 명의 정치인도 대단한 투사도 아니다. 20대 개개인의 관심과 의견 표명 그리고 SNS등의 수단을 이용하여 그 문제를 전 사회적으로 조명하게 만드는 것. 이어 더불어 해결되지 않을 때는 각자의 방법으로 ‘고함’쳐서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 


                              현 시대의 SNS를 대표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미투데이의 로고들


 


 20대의 참여와 지지가 이끈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작은 승리로 평가될 수는 있으나 이것은 정말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를 두고 1%에 대항하는 99%의 반란이라고 표현하는데 지금 한국엔 99%가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소식들이 가득하다. 선거가 끝나고도 정부는 FTA를 반대하는 국회 앞 집회에 물대포를 쏘았다. 청와대는 국회에 31일까지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 시키라는 압력을 넣는다.




  꼭 집회에 나가지 않아도 운동권 대학생이 되지 않아도 좋다. 각자의 방법으로 20대의 분노를 표현하자. 이번 선거에 나타난 우리의 열정과 희망이 선거로 인한 일시적인 열풍이 아니라 계속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선거를 통해 참여와 적극적 관심만이 변화와 진보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 열매가 열리는 그날 까지 20대가 희망의 끈을 이어나가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