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없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당의 개혁을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당 쇄신을 도모하는 첫걸음부터 홍대표는 구정치의 구태의연함을 다시금 보여주고 말았다. 한나라당이 개혁과 쇄신을 외치게 만든 것은 지난 10.26선거였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뒤, 홍 대표 중심의 신주류파는 당 개혁과 관련된 행보를 시작했다. 홍대표는 “당 개혁과 쇄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그가 20대와 가진 ‘타운미팅’은 이와 같은 움직임의 하나였다. 홍대표는 어제 오후 7시부터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대학생 30여명과 만남을 가졌다.

 근 5년만이었다. 타운미팅에 참석한 이정미씨의 말처럼 대학생과의 대화는 2006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대학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후로 5년만의 일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대학생과의 소통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특히 20대는 반값등록금과 청년 실업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여권에 소통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권은 소통은커녕 대학생들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정책을 추구했다. 이로 인해 20대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 분노는 10.26 선거로 표출되었다. 20대의 민심이 표심으로 나타나자 한나라당은 그제서야 뒤늦게 소통에 뛰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의 자리는 더욱 더 의미 있는 자리었어야 했다. 이정미씨의 일침에 홍대표는 “소통 노력을 안 한 것은 반성한다”고 답했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홍익대 앞 호프집에서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을 갖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어제 그가 늘어놓은 말들은 ‘대학생과의 소통’이라기 보다는 ‘뒷담화’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홍대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해 “대통령감이지만 최근에 하는 것을 보면 결단력이 없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면서 “(대통령을 하려면) 자기가 모든 걸 버려야 하는데 손 대표는 못 버린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 홍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언급하며 비하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안철수 교수가) 정치판에 오면 한 달 안에 푹 꺼질 것”이라고 말하며, “컴퓨터 바이러스 하나만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좋은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정치판에 들어와도 이들을 따돌리고 키워주지 않는 것이 정치판”이라면서, “밑에서부터 올라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지, 신비주의로 등장해 반짝한다고 해서 (나라를) 맡길 수 있겠나”라고 이야기했다.

 위와 같은 말에, 안철수 교수가 왜 국민들의 주목과 지지를 받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드러나있지 않다. 안풍(安風)은 썩어 들어가는 현 정치에 대한 반작용임을 그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오히려, 만렙의 정치인이 비합리적이고 구태의연한 정치판의 섭리를 들며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가능성을 폄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에게 정치란 이미 ‘주류가 되기 위해 치열한 권력싸움을 벌이는 이권다툼의 장’인듯 하다. “내가 겨우 3개월 전에 주류가 됐다. 그런데 꼴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이까지 차올라 패버리고 싶다.”라는 그의 말은 앞의 추측을 확신하게 한다.

 이렇듯 대화가 뒷담화로 얼룩지는 새에 20대와의 소통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어제의 자리는 개혁과 쇄신은커녕 구정치의 구태의연함만이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홍대표는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닌 매우 싫어한다”는 한 대학생의 말에 “한나라당이 부자를 위한 정당이란 것인데, 낙인효과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서민정책을 내놔도 이미지를 벗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것이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왜곡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담겨있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무엇이 20대로 하여금 한나라당을 싫어하게 만들었나,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 대신, 우리당은 문제가 없다는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 내곡동 사저로 논란이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대착오적인 믿음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대통령(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돈을 안받았다. 전두환 전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돈을 다 받았어도 이 사람은 돈을 안받았다. 주변 사람들이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돈을 받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돈을 벌어들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을 아는지 의심스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개혁과 쇄신을 약속하는 차원의 이야기는 ‘젊은 남녀를 청년 비례대표로 뽑겠다,’ ‘정당 내 법조인의 비율을 줄여 기득권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것뿐이었다. 

  상상해본다. 소통의 부재를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 받아왔던 여당의 대표가 선거로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5년만에 대화와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그는 어떤 모습이어야 했을까. ‘몸을 낮춘 채, 먼저 시민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소통이 덜 되었다 싶은 사안은 대화로 오해를 풀고자 한다. 그렇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 나아지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런 장면은 헛된 상상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결과적으로 이날 대화는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왜 20대가 여당에게 등을 돌렸는지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이는 자리가 되었다. 여당은 소통부재로 20대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는 10.26선거로 증명이 되었다. 호되게 반성할 만도 한데, 결국 홍 대표와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게,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