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프랑스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프랑스에 갔었어요. 중간에 한 번 +경유해서 가는 항공권을 끊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출발해 중간에 에어프랑스사의 비행기로 갈아탔죠. 그런데 이 두 항공사 승무원들 태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거예요. 제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요구하는 타입이고 좀 깐깐한 편인데, 대한항공의 승무원은 손님들의 눈치를 수시로 살피고 직접 다가와 필요한 걸 물었어요. 몸을 낮춰 눈높이를 제게 맞춘 채로요. 근데 그런 서비스가 오히려 제가 무엇을 요구하기가 부담스러워질 정도였어요. 괜히 미안해지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 요구하기가 민망했죠. 반면 에어프랑스의 승무원들은 대한항공보다는 딱딱한 느낌이었어요. 환한 웃음과 눈높이를 맞추는 등의 친절은 없었지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서비스를 해주었죠. 저는 오히려 그 정도의 서비스가 필요한 걸 요구하기 편했어요. 그게 적당한 것 같아요. (홍은비, 23세, 학생)

위의 이야기는 외국기업들과 한국기업들의 친절서비스의 정도와 마인드의 대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강도 높은 친절을 제공하는 한국의 항공사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친절을 제공하는 외국 항공사. 경험을 말한 학생처럼 사실 서비스는 불편하지 않을 만큼이면 충분하다. 사람에 따라 이런 친절이 가식처럼 느껴져서 불편하거나, 위의 학생처럼 무엇을 부탁하려 할 때 오히려 불편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니 이에 익숙해지는 사람도 많아지겠지만, 이런 과잉친절에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문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의 예비 승무원 중 외국의 저 ‘적당한’ 친절을 제공하는 외국 항공사들을(더 나은 근무환경이기에)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외국계 항공사들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친절과 참을성에 반해 한국 승무원을 선호하고 채용을 늘린다는 사실이다. 

사실 한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강한 감정노동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유럽이나 중국에서 유학하거나 여행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레스토랑이나 마트에서 우리나라처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남발하지도 않으며 부담스런 친절을 제공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손님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업종 대부분에서 강한 감정노동과 참을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국에 유난히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일터가 많은 것은 무엇일까? 이유는 대기업의 수많은 계열사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길에 나가서 상가에 있는 빵집, 카페, 패밀리레스토랑, 편의점, 극장 등등 가게들을 보자. 그것들 대부분이 계열사에 따라 몇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동네빵집’ 같은 것 보단 이렇게 어떤 계열사에 속하는 가게가 월등히 많다. 누가 그 점포의 사장이든 결국은 한 대기업에 속하는 점포 인 것이고 결국 한 회사의 매뉴얼을 따르는 고용장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한국사람들은 한 회사의 ‘친절 메뉴얼’을 제공하는 가게와 직원들이 많은 덕에 ‘과잉친절’에 익숙해져버렸다.

한 건물안의 SPC계열의 상점들

한국 감정노동자를 짓누르는 낮은 임금, 불안한 위치  

이렇게 한국에는 감정노동자들이 도처에 깔려있는데, 이 감정적 ‘참을성’을 요구하는 직종들은 승무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급여가 높지 않다. 한국의 대부분의 캐셔가 거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텔레마케터들은 일반 전산업종 월평균임금의 70%에 불과한 134.2만원(세금 공제 전, 상여금 포함. 신경아, 2009, “감정노동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의 개인화: 콜센터 여성노동자의 사례연구” <산업노동연구> 제 15권 제 2호 223-255 )을 받고 일한다. 팁이 익숙한 문화의 나라의 경우, 자신의 친절의 보수로 팁과 같은 추가적인 댓가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팁 문화도 없어 그런 것도 없다. 그리고 이마저도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 불안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지고, 그들의 상황은 더 우울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한국은 OECE국가준 최저수준이다.

 
‘예의없는 고객들’

그리고 객의 권리만 중요시하는 한국의 분위기는 감정노동자의 우울한 현실에 더 구름이 끼도록 만든다. 내가 돈을 내는 고객이므로 이 정도 주장은 정당하다라는 신념에 눈멀어, 조금이라도 불친절하거나 소홀하게 대우 받았단 생각이 들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진상’이 되는 한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친절 또 친절해야 하는 직원들은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생기고 그들의 내면은 썩어문드러져 가는 것이다. 

이젠 예전처럼 당당하게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수식할 수 없다. 그만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도리’와 ‘예의’같은 것들이 희미해졌다. 일상생활에서 감정노동자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여겻던 그들의 친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그들에게 내는 돈이 그들의 자존감을 짓밟는 걸 합리화시킬 수 없다. 그리고 당신도 얼마든지 감정노동자의 입장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신도 고객으로서 예의를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