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남녀의 데이트 비용을 개그 소재로 삼은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는 남녀가 데이트를 할 때 데이트 비용을 언제, 어떻게, 누가 내야 하는지 애매한 순간이 많은데 이를 간단히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다. 단순히 결론을 말하면 어찌되었든 ‘비싼 것은 남자가 내라’였다. 이에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적어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개그로 웃고 넘겼지만, 나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데이트 비용이란 단순한 대목 아래 ‘21세기, 글로벌 시대, 남녀평등’ 이란 말들이 다 부질없다고 느껴진 것은 지나친 반응일까. 아직도 많은 남성이 데이트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디지털뉴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79%가 데이트 비용은 당연히 남자가 더 부담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높은 수치는 어쩌면 남성이 데이트 비용을 지불 하는 것이 ‘한국 문화의 관습’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오늘도 남자친구에게 의존하여 밥과 커피를 얻어먹고 즐겁게 영화를 감상하고 온 현대 여성들이여. 우리 이 지극히 당연한 문화를 조금만 더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자.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이러한 노력은 절대 남성들의 주머니 속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이를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의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양성 평등 의식은 몇 점입니까?





‘왜 남성이 더 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하지?’ 라는 질문을 과거로 돌아가 70,80 년대의 20.30대 여성에게 물었다면 어떠한 대답이 나왔을까. 아마 ‘현재 우리는 대부분 가사 일을 하거나 남성의 월급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라고 답하거나 이러한 질문 자체를 의아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과거에는 여성의 경제력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남성이 대부분 데이트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단순히 경제력을 떠나서 남성들의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보호해야 된다는 심리, 자신의 우월함과 품위를 과시하겠다는 의도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이다. 현대 여성들은 더 이상 가정에만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기를 원하며 그에 따른 경제력 또한 지니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남성과 여성의 경제력이 완전히 동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수당을 덜 받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수당의 불평등이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대부분 지불해야 한다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현재 대학생들의 현실은 더 이상 남녀를 구분 지을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부모님께 의존하여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여 등록금을 마련하고 용돈을 받는 처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비용은 여전히 남성들의 몫이다.










사실 여성들은 아직도 남녀평등이 완전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에 나가고 결혼을 할 때쯤이면 더욱이 완벽한 남녀평등의 길은 아직 멀었음을 몸소 실감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남녀에 따른 연봉과 승진의 차별, 결혼을 해서는 우리 어머니 세대에게 주어졌던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차별에 대한 분노와 평등에 대한 열망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우리 여성들은 더욱 데이트 비용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엄연히 자신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의무이고 권리다. 언제나 남녀평등을 외치고, 평등의 선 앞에선 언제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양 피해 입은 목소리를 내면서 데이트 비용만큼은 남성에게 기대고야 마는 것. 이는 얼마나 우스운 어불성설인가.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할 문화 ‘더치페이’




몇 년 전 외국 여성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토론하는 방송이 꽤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때 우리나라 여대생들과 외국 여성들이 함께 독특한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독특한 한국 문화에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은 남녀 데이트 비용에 대한 문제였다. 나는 아직도 그때 한 한국 여대생의 발언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녀가 한 말은 대략 이렇다. ‘남성들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예뻐야 당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한번 데이트를 할 때 자신을 가꾸기 위해 부대비용이 발생한다. 여성은 이미 데이트 비용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비용은 남자가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외국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예쁘게 꾸미고 놀아 줬으니까 돈을 내라는 태도는 흔히 남성 손님을 받고 일을 유흥업소 알바생과 무엇이 다르냐며 반박했다.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리고 혹시나 아직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자신의 가치를 무참히 낮추는 여성들이 존재 할까 걱정이다.





‘더치페이’ 이는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할 데이트 문화다. 더치페이라고 해서 비용의 5:5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돈이 더 있는 사람이 내거나 혹은 음식을 더 맛있게 먹고 공연을 더 즐겁게 관람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남녀 불문이다. 무조건 남자가 더 내야 한다는, 한국 데이트 문화의 뿌리 깊은 관습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가치, 문화 앞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화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남성들의 반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평등 의식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하여 이루어진다면 너무도 멋지지 아니한가. 당장 하루아침에 모든 문화와 가치관이 바뀔 수 없더라도 우리의 올바른 의식과 개념이 쌓이고 쌓여, 적어도 훗날 우리의 아이들에게 완전한 평등의 문화를 선물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