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인 민호는 대학으로 고민이다. 많은 대학들이 학부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아직 고3인 민호에게 학부라는 이름은 생소하기만 하다. 민호는 어릴 적부터 영어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영어만큼은 모의고사에서 매번 1등급을 맞고 학교에서도 당연 탑이었다. 이런 민호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으로 택해 깊은 공부를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서는 “어문학부”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말로는 2학년 때 자신의 전공과를 선택 할 수 있다고 한다. 민호는 고민 끝에 어문학부에 지원하기로 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는 다양한 지식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배움에 있어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교육은 지금의 실정에 맞지 않다. 특히 세분화되어진 대학의 학과는 배움의 폭이 좁기에 학부제를 도입해 신입생 시절 여러 관련된 학문을 배우고 고학년이 되어 자신의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고 하는 것이 학부제 도입의 주된 이유다. 얼핏 들어보면 학부제라는 것은 상당히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학부제는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학부제의 실행으로 처음 대학에 입학한 1학년들은 전공탐색이라는 이름으로 학부에 속해있는 여러 전공과목을 배우게 된다. 1학년 역시 학교에서 요구하는 전공학점이 있기에 보통 그 전공탐색 과정의 과목을 다 한 번씩은 듣게 되는데,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과와 전혀 관련 없는 학과의 과목을 배움으로 수업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C대학교에 재학 중인 K군은 “전 처음 입학당시 사회복지과를 가고자 했는데, 학부에 지적학과가 있더라고요. 1학년 때에도 최소 전공학점을 요구하기 때문에 지적학과의 부동산학 같은 전공과목을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부동산학이 지금 자신의 전공에 도움이 되었냐는 물음에는 “사회복지학과 부동산학이 관련이 없는 것을 떠나서, 그 당시 ‘나는 부동산학 전공할 거 아니니까’ 라는 마음이 있어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학점 때우는 식이었죠. 물론 지금 전공에는 도움이 되지 않구요.” 라고 대답했다.



K군은 2학년 때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 학생이지만 1학년 당시 전공학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적학과의 부동산학을 배웠다고 답했다. 그만큼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자의적이지 못했던 탓에 오히려 시간낭비였다고 느낀 것이다. 이런 학생들이 있음에도 학교 측은 다양한 배움의 기회로써 이러한 배움의 기회를 권장하고있다. 물론 학부제는 좋은 의도이다. 하지만 자신의 주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학문의 전공지식을 배워 단순히 교양을 쌓는 것이 학부제 본연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일까? 또한 학부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전공으로의 길을 방해하고 있다.


“저는 일어일문과에 가려고 했던 학생인데 1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아서 지금은 다른 과에 재학 중이에요. 아무래도 적성에 안 맞아서 전과나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어요.” -C대학교 I양-



학부 안에는 다양한 학과들이 존재한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학과들은 어느 정도 학부 내에서 배당받은 학생 수가 존재한다. 만약 학과가 배당받은 학생 수를 넘게 되면 각 학과는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뽑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과에 특출한 재능을 가져 수시로 입학한 학생이나 자신이 원한 과 이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과에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결국 학과 내에서의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자신이 원했던 학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고 학교는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멀어지게 만든다.



대학교 안에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를 통해 혹은 다양한 교양과목들을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때문에 1학년 때 굳이 학부제를 통한 배움이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기존의 학부제가 의도한 다양한 학문의 폭 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학부제로 인해 위와 같은 부정적인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는 학부제에 대한 의의를 찾기 어렵다. 학부제에 대한 올바른 재고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