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열 세번째 이야기!

어떠한 일이든 사람을 대하는 일은 힘들다. 특히 제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직업은 더욱 그렇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품을 홍보, 판매하는 알바생들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 알바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마트 시음코너 알바. 손님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해야 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알바라서 붙여진 별명이다. 마트 시음코너에서 일하는 전혜진씨를 만나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릴께요.
제 이름은 전혜진이고 나이는 21살, 지금 휴학 중이에요. 평일엔 운동을 하고 금요일과 주말에만 마트 시음코너 알바를 하고 있어요.

시음코너 알바는 어떤 알바인가요?
율무차 시음코너 알바를 하고 있는데요. 율무차 홍보와 판매를 해요. 그리고 고객님들 오시면 율무차도 타 드리고요. 시작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음코너 알바는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처음에 인터넷으로 단기알바를 알아보다가 추석 때 선물세트 판매 알바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실적이 좋아서 그런지 저에게 시음코너 알바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혹시 면접을 보셨나요?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던가요?
네. 마트의 면접을 봤어요. 절차는 간단했어요. 이때까지 했던 알바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고 또 제가 파는 제품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물어봐요. 그리고 면접 전에 2시간가량 마트에 대해서 공부하고 마트를 돌며 화장실위치와 여러 제품별 위치, 그리고 고객님들께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요. 교육이 다 끝난 후에 나눠준 문제를 풀고 서비스매니저님 앞에서 교육받은걸 얘기하면 그걸로 면접이 끝나요. 다 얘기하고 보니 간단하지가 않네요. (웃음)

이렇게 마트에서 교육받고 면접까지 다 보니 저녁 6시더라고요. 아침 10시에 갔었는데… 하루 종일 마트에 있었던 거죠.
 
시음코너 알바가 많은 손님과 대면하는 알바인데 아무래도 알바를 하면서 ‘정말 꼴불견이다’하는 손님이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손님이 있을까요?
드시고 안 사시는 건 상관없는데, 빨리 좀 달라고 재촉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율무차를 뽑아서 드리는 게 아니라 고객님이 오시면 그 때 그 때 타서 드리는 거거든요. 근데 그새를 못 참으시고 재촉을 하세요.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고객님이 직접 율무차를 타서 드시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원래 그러시면 안 되거든요. 그것도 깨끗하게 타 드시는거면 그러려니 하는데, 흘리거나 쓰레기를 아무데나 던지는 분들이 계셔서 속상해요. 아! 또 드시고 “아 맛없다.”, “싱겁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고객님! 또 당연한 듯이 저에게 “한번 타 봐.”, “한잔 줘보쏘.” 이렇게 반말을 하시면서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무리 알바라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제 입장에선 기분이 나쁘죠.
 
그런말을 들을면 정말 기분 나쁠 것 같아요. 그럴 때 표정관리는 잘 되시나요?
뭐… 웃으면서 “아 네 드릴게요.” 이렇게 말해요. 아니면 그냥 무표정으로 타드려요. 저도 율무차 타고, 팔고 정신없기 때문에 고객님들도 제 표정에 큰 신경은 안 쓰시는 거 같아요. 정말 바쁠 때는 뜨거운 물에 손도 데고 그래요.
 
그럼 아까와는 반대로 기분 좋은 손님은 어떤 손님인가요? 그러니까 ‘이런 손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는 손님이요.
이런 거 파는 사람이라고 무시하지 않는 손님이요. 손님 중에 무시하는 손님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친절한 손님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반말로 “한잔 줘봐.” 이렇게 말씀하시지 말고 “한잔 먹어봐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저도 기분 좋게 제품 설명할 수 있고 증정품도 많이 드리고 싶죠.
 
그런 손님들이 많아져야 할텐데… 알바하면서 기분이 좋을 때가 또 있나요?
물건이 많이 팔리면 기분이 좋아요. 그 날은 시간도 빨리 가고 힘도 나고요. 제가 왠지 잘 파는 거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들고요. 제가 고객님들께 제품 설명 해드리고 그걸 들은 고객님께서 제품을 사가시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제 능력을 인정받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남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면 기분이 참 좋긴 하죠. 처음 시음행사알바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시음코너 알바 하는 건 힘들지 않았어요. 근데 마트 직원의 텃새가 좀 심해서 힘들었어요.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조금만 실수해도 뭐라고 하시고, 어리다고 무시하고 그런 게 있었어요. 그리고 알바 내내 서 있어서 다리가 아파요.
 

쉬는 시간은 없나요? 그리고 쉬는 시간엔 뭘 하나요?
1시에 출근하면 1시간 반 일하고 2시 30분부터 30분 동안 쉬어요. 그리고 3시부터 6시까지 집중근무시간이구요. 6시부터 1시간 동안 밥을 먹어요. 그리고 7시부터 30분간 일하다 7시 30분에 또 쉬어요. (웃음) 그리고 8시부터 10시까지 집중근무시간이에요. 음…쉬는 시간엔 주로 직원휴게실가서 커피마시고 알바생들끼리 떠들고 그렇게 보내요. 직원휴게실이 따로 있거든요.
 
알바생들 휴식시간이 다 똑같나요?
아뇨. 다 똑같지는 않아요. 한 공간에 4개의 시음대가 있으면 2명씩 쉬어요. 만약 우리가 2시30분부터 30분 쉬면 나머지 2명은 3시부터 쉬는 시간 인거죠.

교대로 쉬는군요. 시음행사알바는 하루 일당이 얼마나 되나요? 혹시 보너스 같은 것도 있나요?
하루에 9시간 일하는데 쉬는 시간이랑 밥 먹는 시간 빼면 7시간 일해요. 근데 9시간 일한 걸로 쳐주죠. 그렇게 일해서 하루에 6만원 받아요. 돈은 한달 월급으로 받는데 지금 한달에 72만원 받고 있어요. 보너스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오래 일하면 또 모르지만…
 
시음코너 알바를 하면서 자신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달라진 점이요? 원래 제가 조금 사람 대하는데 겁이 많고 여럿이서 어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냥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근데 알바를 하면서 성격이 활발해진 거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랑 잘 지내려고 하고 애교도 많아지고… (웃음) 그리고 제가 남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남눈치도 정말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런 것도 많이 없어진 거 같아요. 제가 좀 쿨해진 거 같아요. 

시음코너 알바를 하면 쿨해지는군요.(웃음) 이 알바를 다른 20대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이 알바는 서 있어야 한다는 걸 제외하면 일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시급도 괜찮고요. 또 이 알바를 하면 20대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다만 처음 알바를 시작할 때 마트 텃새가 심해서 힘들다는 점이 좀 걸리네요. 전 이 알바를 하면서 잃는 것보다 얻는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알바를 다른 20대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고객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했던 거처럼 고객님들이 우리 알바생들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고객님들께 공손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고객님들도 우리를 대할 때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고는 하지만요. 그리고 이건 팁인데요. 증정품은 달라고 부탁하면 허용되는 대로 눈치껏 주니까 필요하신 분들은 제품 사시면서 증정품도 달라고 부탁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혜진씨는 처음 이 알바가 정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돈 때문에서라도 꾹 참고 계속하니 적응도 되고, 지금은 할 만하다고 말했다. 무시나 멸시를 받고,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돈 때문에 모든 걸 참으며 꿋꿋이 일을 하는 알바생들. 그들은 알바의 스트레스 때문에 집에서 혼자 우는 일이 있어도 일을 할 때는 힘든 내색을 하지 못한다.

혜진씨는 시음코너 알바 경험을 통하여 예전과 달리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당당하고 진진하게 시음코너 알바에 대하여 설명하는 혜진씨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도 알바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혜진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